유리 떼고 실리콘 더한 KCC, 내년에 평가 더 박해진다
입력 2019.11.25 07:00|수정 2019.11.26 15:51
    실적 하향세·차입금 증가 등 재무부담 커져
    글로벌 '투기등급' 강등…국내 등급도 '위험'
    투심 변하는 분위기…내년이 '갈림길' 될 듯
    • 국내 대표 우량기업으로 꼽혔던 KCC를 바라보는 시장의 평가가 갈림길에 섰다. 올 한해 수익성 악화 속에서 유리 사업은 떼내고 '빅딜' 모멘티브 인수로 재무 부담은 증가했다. AA의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이 커지자 KCC에 대한 투자심리가 내년을 기준으로 갈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건설·조선·자동차 등 전방산업 부진은 KCC의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특히 건자재 부문의 1~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442억원)은 전년 동기(1184억원) 대비 62% 감소했다. 건자재 부문은 작년 말 기준 전체 영업이익의 약 60% 을 차지하는 주력사업이다. 주택경기 둔화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당분간 매출 및 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3조5000억원 규모’ 모멘티브 인수 이후 재무부담도 크게 늘었다. 올해 KCC의 순차입금은 모멘티브의 지분인수(6358억원)로 6월말 기준 1조4518억원을 기록했다. 하반기에 의미 있는 수익성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워 재무부담 개선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그 와중에 유리와 홈씨씨, 상재 사업부문을 분할하는데 현금창출능력이 이전보다 10% 이상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 당장 신용등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KCC의 신용등급을 투기등급(Ba1)으로 조정했다. 지난 5월 모멘티브 인수 부담을 이유로 등급을 Baa3으로 내린지 4개월만이다.

      AA의 국내 신용등급도 하향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난 6월 한국신용평가가 정기평가에서 ‘부정적’ 전망을 부여했고 이어 NICE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도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모멘티브 실적의 불확실성을 주요 모니터링 요인으로 꼽는다. 모멘티브의 실적이 KCC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지 미지수지만, 올해 연간 실적이 나오고 내년 초 분석이 이뤄지면 등급 조정에 대한 판단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모멘티브의 실적 주기성이나 실리콘 사업 등에 대해 회사 측의 설명을 충분히 받지 못해 아직 판단이 어려운 상태”라며 “실적 변동 폭이 높을 시엔 회사가 지원해야 하는 부담이 생기는 등 추가 분석이 향후 평가에 반영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KCC를 바라보는 시장의 눈도 점차 달라지고 있다는 평이다. 신용등급 인플레이션 상황에선 'AA+'은 우량기업, 'AA'은 예비 우량기업 정도로 인식된다. KCC의 신용등급이 'AA-'로 내려가면 우량기업의 간판을 내려놓아야 하고, 투자자들의 체감 역시 'AA'일 때와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KCC는 KCC글라스와 기업 분할 이후 모멘티브 인수 과정에서 늘어난 부채를 온전히 부담하게 됐다. 2020년엔 모멘티브의 연결대상 편입과 모멘티브 인수 과정에서 조달한 인수금융 2조원가량이 차입금에 더해진다. 2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공사모 포함)는 7800억원에 달한다. 당장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가 2000억원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사업 구조에서 실적이 계속 좋았다면 모르겠지만 모멘티브 인수 부담과 실적 부진으로 ‘돈이 나가기만 하고 들어올 곳이 없는’ 상황이라 내년에는 위험하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며 “부정적 전망 이후 이미 KCC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각이 많이 변한 상태고, 등급 하향 우려까지 더해져 내년이 투심의 갈림길이 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우려 속에서도 KCC는 19일 있었던 10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총 2300억원의 수요를 이끌어 냈다. 다만 이번 회사채 발행 규모가 크지 않고 하반기 AA급 이상 수요가 여전해 큰 문제가 없었다. 내년부터 모멘티브 실적과 차입금 부담 등이 반영되면 모멘티브에 대한 본격적인 평가가 가능해진다. 신용등급이 떨어진다면 올해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에서 자금조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시장에서는 삼성물산 등 KCC의 보유 지분 매각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된다. 외부 추가 차입 없이 차입금을 줄일 수 있는 확실한 방안이기 때문이다. 다만 주가 하락으로 지분 가치가 할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또 고민거리다.

      KCC 측은 재무부담 증가가 일시적인 요인이라는 입장이다. 차입금 상환과 보유지분 매각 등에 대해 KCC 측은 “자금 조달에선 여러가지 방안을 검토 중이며, 보유 지분 매각 관련해서는 주가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기 때문에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