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풍년 속 자금모집 애먹는 사모펀드(PEF)들
입력 2019.11.26 07:00|수정 2019.11.28 09:55
    올해 국민연금·산업은행 등 대규모 출자
    일부 운용사 큰돈 받고도 자금 매칭 난항
    출자금 집중 심화…소형 LP 출자도 북새통
    • 대체투자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매년 사모펀드(PEF) 시장에 풀리는 자금도 늘고 있다. 이로 인해 유동성은 넘치는데 올해 위탁운용사로 선정된 곳들은 펀드 결성에 애를 먹는 분위기다. 한 곳으로부터 큰 돈을 받았다 쳐도 그에 매칭할 자금을 구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늘어나는 자금만큼이나 운용사의 수도 많아졌는데 일부 이름 있는 운용사에 자금이 몰리는 경향은 강해졌다. 연말로 가면서 소형 기관출자자(LP)의 출자사업 경쟁률까지 높아진 터라 자금 모집이 급한 운용사들의 걱정이 깊은 모습이다.

      올해는 대형 LP들의 자금이 쏟아졌다. 국민연금이 총 2조4000억원대 출자 계획을 밝혔고, 산업은행도 성장지원펀드에 8500억원을 내놨다. 교직원공제회도 사상 최대인 8900억원을 풀었다. 우정사업본부는 예년보다 출자 규모를 대폭 늘려 4000억원을 운용사에 맡겼다. 이를 바탕으로 대규모 PEF의 결성 혹은 확대 소식이 이어졌다.

    • 운용사로 선정된 곳들이 모두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다.

      성장지원펀드는 4월 스톤브릿지캐피탈, 케이스톤파트너스, SG PE 등 3곳의 미드캡(Mid Cap) 운용사를 선정해 각각 1000억원씩을 맡기기로 했다. PEF 최소 결성 규모는 3000억원이다. 대부분 5000억원 이상 규모를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SG PE는 당초 목표한 5000억원 중 4000억원가량을 모았다. 성장지원펀드는 목표 중 일정 비율 이상만 되면 펀드를 결성할 수 있는데 SG PE는 이 기준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톤브릿지캐피탈과 케이스톤파트너스는 자금 모집에 애를 먹는 분위기다. SG PE가 이후 국민연금, 교직원공제회 등의 자금을 받아오는 사이 다른 두 곳은 큰 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PEF 결성 시한은 당초 10월말에서 올 연말로 늦췄는데도 낙관적이지만은 않다는 예상이 나온다. 펀드 결성에 실패하면 향후 출자사업 지원에 제한이 생기는 등 벌칙이 따른다. 규모를 줄여 펀드를 결성한 경우에도 체면은 깎일 수밖에 없다.

      이전까진 웬만한 트랙레코드가 있고 대형 LP로부터 선택을 받은 곳이라면 이후 자금 매칭 작업은 수월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올해는 자금까지 많이 풀렸음에도 자금 모으기가 녹록지 않다.

      IMM PE, 스틱인베스트먼트 등 대형 운용사들이 참여하면 성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대형 기관마다 이들 운용사의 평가가 엇갈리기도 하지만 결국은 ‘주지 않을 수 없다’는 결론이 나기 때문이다. 대형 운용사들은 이미 펀드 결성을 마치고 여유롭게 추가 자금 모집에 나서는 경우에도 다른 운용사들보다 우위에 설 때가 많다.

      성장지원펀드 관계자는 “스톤브릿지와 케이스톤파트너스가 자금 모집에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연내 작업을 완료할 수 있을 지 미지수”라며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해지면서 큰 곳에만 돈이 몰리기 때문에 첫 매칭 작업이 미끄러지면 이후 펀드 결성이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변방으로 취급받았던 몇몇 소형 LP들의 출자 사업의 위상은 높아지고 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대형 LP들의 곳간은 닫히는 상황이라 운용사들은 당장 몇 백억원이 아쉽다. 100억~200억원을 받기 위해 수십 곳이 북적이고 있다.

      소형 LP라고 문턱이 낮지는 않다. 이들 LP는 지금은 출자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대체투자 확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규모가 작은 대신 운용자산 성장 속도는 빠르다. 초기에 관계를 잘 다져두면 향후 든든한 자금줄이 되어줄 수 있다. 이는 대형 운용사들이라고 다르지 않다. 규모가 작아도 똑 같은 수준의 경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자금 모집 중인 한 PEF 운용사 관계자는 “연말까지 남은 출자사업이 많지 않기 때문에 소형 LP들의 자금을 얻어내기 위한 경쟁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형 블라인드펀드 운용사가 사세를 키우거나 첫 블라인드펀드를 결성하는 길은 점차 험해지고 있다.

      이미 돈독한 관계가 있는 LP와 운용사의 틈바구니를 비집고 들어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운용자산이 수천억원에 달하고, 프로젝트펀드 회수 성과가 나쁘지 않은 운용사도 LP와 일면식이 없다면 블라인드펀드 자금을 얻어내기 쉽지 않다.

      루키리그가 보편화하면서 신생 운용사의 등용문은 넓어졌다. 그러나 루키 운용사로 선정된 후의 자금 매칭에 대한 고민은 동일하다. 루키리그는 자격 논란, 특혜 시비가 불거질 수도 있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LP 사이에선 ‘언제까지 루키리그를 운영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반응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