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원 중앙회장 인사권 공백 속 농협금융 연말인사 ‘맹탕’ 우려
입력 2019.11.26 07:00|수정 2019.11.27 09:32
    12월말 농협은행장 비롯한 4군데 CEO 임기 만료
    중앙회장 인사권 공백 속 연임 가능성 거론
    내년 새 중앙회장 선출되면 재신임 얻어야 해
    이번 연말인사 큰 의미 두기 힘들 듯
    •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의 총선 출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연임 도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법 개정이 계류 되면서 최근 행보는 총선 출마쪽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내년 1월 선출되는 차기 중앙회장을 예단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연말 대규모 CEO 인사를 앞둔 농협금융의 고민도 커졌다. 그렇다고 올 연말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에 나설경우 차기 중앙회장에게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인사권자의 공백 속에 농협 소속 금융회사들의 연말 CEO 인사는 ‘맹탕’이 될 거란 관측이다.

      지난 20일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전남 나주시 스포츠파크 다목적체육관에서 ‘미래의 둠벙을 파다’란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5000여명이 넘는 인사가 참여하면서 농협중앙회장의 위상을 보여줬다. 정치권에선 김 회장의 이번 행보를 내년 총선 출정식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연초까지만 하더라도 김 회장의 연임여부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지난해 12월 황주홍 국회 농해수위원장이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을 1회 허용하는 농협법을 발의했기 때문이다. 법이 통과된다면 불법선거 재판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피한 김 회장은 선거에 나설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법안이 국회에 계류되면서 사실상 김 회장의 연임은 불가능해졌다. 이에 김 회장이 연임대신 총선 출마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아니냐는 예측이 나왔다.

      이러다보니 연말 농협금융 CEO 인사를 누가 하느냐라는 문제가 생겨났다.

      지난 15일 농협금융지주는 첫 임원후보추천위원회 회의를 열고 농협은행 등 주요 자회사의 차기 CEO 선정 작업을 시작했다. 이대훈 농협은행장을 비롯해, 홍재은 농협생명 사장, 오병관 농협손해보험 사장, 이구찬 농협캐피탈 사장의 연임 여부가 다음달 말까지는 결정된다. 이런 연말인사 다음에야 차기 중앙회장 선거가 치뤄진다.

      결국 시기상으로 자리를 떠나는 이번 농협중앙회장이 내년 금융사 CEO를 뽑고 가는 셈이다.

    • 문제는 차기 회장이 누가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농협금융지주가 대규모 물갈이 인사를 할 경우 발생한다. 내부에서도 회장 선거를 앞둔 상황에 지금 CEO들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을 경우 차기 농협중앙회장에게 부담을 준다는 목소리가 크다. 새롭게 농협중앙회장에 당선될 인물이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부분이 사라진다.

      농협중앙회 고위급 관계자는 “인사권은 중앙회장이 갖고 있는 고유권한이다”라며 “차기 회장이 누가 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대규모 연말인사를 단행할 경우 차기 회장 인사권 집행에 제약을 줄 수 있는 우려가 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금융지주 차원의 인사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현재 농협의 지배구조상 금융지주의 인사권도 농협금융지주회장이 아닌, 농협중앙회장에게 있다. 농협중앙회장은 농협조직의 ‘대통령’으로 경제지주, 금융지주 모두를 총괄한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인사권자다. 특히 농협금융이 농협의 ‘자금창고’ 역할을 하면서 중앙회 입장에서 봐도 농협금융의 주요 자리에 누구를 앉히느냐는 문제는 중요해졌다. 반면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그룹 내 서열은 5위에 불과하다.

      결국 남은 방법이 이대훈 행장을 비롯해 다른 CEO의 연임이다. CEO의 성과가 좋아서라기 보다는 어디까지나 차기 회장의 인사권 행사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한 측면이 크다. 가장 높은 관심을 받는 이대훈 농협은행장 연임여부도 단순히 실적만 놓고 보기 힘든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다만 이 행장의 연임에 대해 부정적인 목소리도 크다. 사상 최대 실적을 근거로 연임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2017년 이 행장 취임 이후 농협은행 실적은 2016년 ‘빅베스’의 효과와 더불어 금리 상승에 따른 영향임을 무시하기 힘들다. 아울러 농협은행장은 2년 임기를 채우면 후배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게 관례였다. 그러니 행여 이 행장이 연임에 성공한다고 해도 성과를 높게 평가받았다거나, 관례를 깼다는 평가는 어려울 전망이다.

      게다가 연말 인사에서 누가 CEO가 되더라도 결국 새로운 중앙회장의 재신임을 얻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농협금융 내부의 이번 연말인사가 큰 의미가 없다는 평가가 유력하다. 실질적인 인사는 새 농협중앙회장의 몫이고, 여기에는 내년 4월에 임기가 종료되는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도 포함된다.

      농협중앙회 고위급 관계자는 “새로운 중앙회장이 뽑히면 CEO들의 재신임 과정을 거쳐야 한다”라며 “이 과정에서 나갈 사람은 나가고 새로운 사람이 CEO로 자리에 앉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와 관련해 농협금융지주는 "농협금융지주 이사회를 통해서 금융계열사 CEO가 선임돼기 때문에 농협중앙회장의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