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적자' LG디스플레이의 신용도 방어, 흑자전환에 달렸다
입력 2019.12.04 07:00|수정 2019.12.05 09:34
    올해 1조원 이상 적자 예상…내년도 적자 위험
    신평 3사 모두 '부정적' 전망에 등급 하향 우려
    등급 방어 관건은 '흑자 전환', OLED 수익성 증명해야
    • LG디스플레이가 올해 1조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신용도 하향 우려도 높아졌다. 올해 국내 신용평가사 3곳 모두 ‘부정적’ 등급전망을 부여했는데 내년 신용도 방어를 위해서는 OLED 부문 수익성 증대를 통한 턴어라운드를 증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LG디스플레이가 부진한 영업실적과 차입부담 확대가 계속되자 한국신용평가가 10월에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변경한데 이어 11월엔 NICE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도 ‘부정적’ 전망 조정에 동참했다. 신용평가사들은 올해 연간실적 가늠이 가능한 시기에 등급적정성 검토를 진행할 방침이다.

    • 올해 실적은 적자가 불가피해 보인다. 증권가에선 올해 LG디스플레이가 1조2000억~1조7000억원 규모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 업체의 LCD 저가공세로 인한 LCD 수급 악화와 패널판가 급락, 중소형 OLED 실적 부진 등으로 3분기까지 영업손실이 이어졌다. 4분기 LCD 팹(Fab) 사업합리화 추진과 관련된 일회성비용 등이 추가로 발생하면서 적자 폭이 확대했다.

      내년에도 적자가 예상되고 있어 LG디스플레이가 우량등급 마지노선인 'AA-'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내년 OLED부문의 매출과 수익성 회복이 증명되지 않으면 등급 하향 위험을 피하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다.

      LG디스플레이는 2018~2019년 OLED로의 사업구조 전환을 위해 2017년부터 설비투자(Capex)가 대폭 확대됐다. 지난 3개년(2016~2018년) 평균 Capex(6조3000억원)가 EBITDA(4조6000억원)를 초과했다. 동시에 수익성은 떨어지면서 적자폭이 확대했고, 차입금은 빠르게 증가했다. 올해 말 기준 총차입금 규모는 14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OLED 부문에서 수익 창출이 예상보다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 시장에서 독점적 시장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핵심 수요처인 TV시장에서 OLED TV 비중은 아직 2% 미만에 불과하다. 그나마 중소형 OLED 시장은 스마트폰 시장 확대에 힘입어 수요가 빠르게 오르고 있지만, 자국 스마트폰 제조사들과 협력하는 중국업체들의 공격적 증설투자로 공급과잉이 심화되고 있어 국내업체들의 수익성 증대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어두운 업황과 실적 악화로 신용도가 흔들리면서 LG디스플레이의 내년 자금조달에도 부담이 증가할 전망이다.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는 총 4100억원에 이른다. LG디스플레이가 회사채 시장에서 ‘빅 이슈어’인 만큼 ‘부정적’ 전망이 달린 이후 시장 평가도 크게 흔들렸다. 향후 등급 하락이 현실화하면 기존 투자자들은 피해를, 신규 자금조달에선 비용 상승 등이 예고된다.

      내년 흑자전환을 가시화할 긍정적 시그널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제조사인 BOE가 내년부터 LCD 부문 투자를 늘리지 않겠다고 발표하면서 TV용 LCD 패널 가격 반등 가능성이 기대를 얻고 있다. 또 지난 2년간 대폭 늘려온 투자도 내년부터 연간 투자규모 4조원 이하로 축소될 예정이라 차입부담 추가 확대 가능성은 작다는 관측이다.  수익성 회복만 어느 정도 이뤄진다면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최근 중국 BOE의 LCD 투자 감소 계획은 사실 이미 증설 규모가 있으니 그대로는 믿기 어렵고 LG디스플레이 포함 국내사들이 LCD 부문을 많이 축소해 놓은 만큼 펀더멘털엔 크게 영향 없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강도높은 구조조정 효과도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올해 LG디스플레이는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9월 5년차 이상의 생산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고, 조직 슬림화를 위해 임원 25%가량을 감축했다. 2020년 정기 임원인사도 OLED 인재 위주로 단행하는 한편 규모를 줄였다. 앞서 9월엔 실적 부진 책임으로 한상범 부회장이 조기 퇴진하고 정호영 대표로 교체된 바 있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올해 적자가 기정사실화한 상황에서 내년 1분기 실적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고정비 절감 효과, OLED 부문 매출과 수익성이 얼마나 LCD 축소 부문 커버하는지 등을 보고 흑자전환의 가능성이 있는지 아니면 구조적으로 힘든 상황인지를 판가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