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 배상비율 역대 최고...하나·우리銀 최대 1500억 손실 우려
입력 2019.12.09 07:00|수정 2019.12.09 08:56
    금감원 분조위 40~80% 배상비율 결정…'역대 최대'
    배상액 규모에 주목…우리銀 820억·하나銀 700억 예상
    손익에 미칠 영향은 '미미'…사례 공개에 '평판 우려'
    •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사태 관련, 도합 최대 1500억원 규모의 배상 책임을 물게 됐다. 물론 실질적으로는 이보다 적은 금액을 부담하게 되겠지만, '최대 80%'라는 배상 비율의 전례가 생겼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 상당한 부담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는 이번 배상 비율을 산정하며 '본사 차원의 과도한 수익성 추구와 내부통제 미비'를 명시했다. 회사 차원의 책임을 명시한 것이다.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두 은행의 주요 고위 관계자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 금융권의 시선이 모인다.

      분조위는 5일 DLF 투자손실에 대해 40~80%의 배상비율을 결정했다. 해당 배상비율은 분조위에 부의된 6건에 대한 결론이다. 향후 분조위에 조정 신청을 하는 투자자에 대한 실질적인 배상률은 ▲ 내부통제 부실책임 등 (20%) ▲ 손실배수 등 위험성 설명 없이 안정성만 강조 (40%) 등을 고려해 결정된다.

      시장에서는 두 은행의 배상 규모에 대한 다양한 예측이 나오고 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일단 최악의 시나리오로는 우리은행이 820억원, 하나은행이 700억원 등 총 1520억여원을 배상해야할 수도 있다.

    • 금감원에 따르면 8월 잔액 기준 우리은행은 총 4012억원 규모, 하나은행은 3876억원 규모의 DLF 판매 잔액이 남아있다. 이 중 불완전판매 등으로 인한 배상책임이 주어지는 판매액은 개인투자자에 대한 부분이다. 우리은행의 개인 판매 잔액은 3410억여원, 하나은행은 3600억여원이다.

      상품별로 만기와 구조가 조금씩 달라 손실률을 일률적으로 계산하는 것은 어렵다. 일례로 우리은행 일부 DLF는 지난달 초 독일 국채 금리가 튀어오르며 일부 수익실현을 하기도 했다. 지금은 다시 손실 구간이다. 다만 평균적으로 20%에서 최대 50%의 손실이 예상됐다는 점을 반영해 예상 손실률을 30%로 놓고 가정할 수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이번 분조위에서 최대 배상비율이 80%로 책정됐다. 하나은행은 65%였다. 이 역시 일괄 반영은 어렵지만,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손실액에 이를 적용하면 우리은행의 경우 최대 820억원, 하나은행의 경우 최대 700억원의 배상액이 산정된다.

      유진투자증권은 두 은행의 배상액을 최대 830억원으로 전망했다. 두 은행의 만기도래 및 중도환매 규모가 1969억원이고 9~10월 중 손실률이 52.7%인 점을 감안하면 배상률 40% 적용 시 415억원, 80% 적용 시 830억원이라는 분석이다.

      실적과 비교하면 배상 규모가 견디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우리은행은 올해 2조원, 하나은행은 2조5000억여원의 당기순이익이 예상된다. 4조5000억원 중 최대 1500억원을 배상해야할 수도 있는 것이다. 전체 순이익 규모의 3.3% 정도다. 증권가에서는 최대 배상액을 가정해도 두 은행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우리은행 0.3%포인트, 하나은행 0.2%포인트 가량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금액보단 고객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며 "1000억원 어치를 판매했고 손실률이 40%라고 가정하면 400억원의 20~80%를 배상하는 것인 만큼 금액이 감당 못할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상품이 많이 남아있고 수익률이 정상구간으로 진입한 상품도 존재하는 만큼 손실률을 정확히 계산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이 다음이다. 일단 두 은행의 평판 저하로 인한 리스크가 어떻게 작용할지 지금 상황에선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당장 금융당국의 규제로 인해 파생상품이 포함된 펀드 판매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두 은행의 주요 고객이 경쟁 은행으로 이탈할 가능성도 꾸준히 언급된다.

      무엇보다 '대규모 배상'의 전례가 생겼다는 점이 금융권에선 뼈아프다는 평가다. 이전까지 일어난 금융사고의 분조위 배상 비율은 대개 20~40% 수준이었다. 소송 결과 대법원에서 분조위보다 낮은 비율을 적용했던 사례도 있다. 이번 분조위는 불과 6건에 대한 결정이긴 하나, 최저 40%, 최대 80%의 배상 비율이 나왔다. 앞으로 비슷한 유형의 사고가 발생하면 이번 사례가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이 진행할 제재심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금융권에소는 분조위가 이번 배상비율 결정에서 두 은행에 '괘씸죄'를 적용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이번 결론 설명자료에 'B은행(하나은행)이 자체 조사에서 불완전 판매를 확인하고도 이와 다르게 금감원에 사실조사 답변서를 회신했다', '불완전 판매 부인을 유도하는 PB용 Q&A를 작성해 활용했다'고 적시했다. 조직적으로 사실을 은폐하려고 했다는 점을 지목한 것이다.

      이에 대한 경영진의 책임은 제재심에서 다루게 된다. 금감원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불완전판매에 대해 최고경영진의 책임을 물을만한 마땅한 규정이 없어서 고민하고 있었다. 이번 분조위 과정에서 회사 차원의 책임을 언급함으로서 명분을 쌓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감원은 오는 12일과 19일 정기 제재심을 연다. DLF 관련 안건이 논의될지는 아직 미정이다.

      한 시장관계자는 "우리은행의 DLF 판매 사례가 다소 아프게 나온 측면은 있어 평판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이긴 하다"며 "치매 환자에게 80%를 배상하라고 한 것은 금감원이 최대한 노력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