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실탄 쌓기' 계속하는 SKT와 KT…수익성 증명은 숙제
입력 2019.12.17 07:00|수정 2019.12.18 10:32
    SKT·KT, 각각 공모채만 1조 이상 발행
    양사 매출채권 유동화만 4.6조
    올해 5G 관련 투자·비용 증가로 수익성 저하
    글로벌 신평사 '부정적' 전망 부여
    '실탄확보' 지속 전망에 "수익성 증명해야"
    • 올해도 SK텔레콤과 KT는 회사채 시장을 이끌었다. 최고 신용등급 'AAA' 회사채와 단말기매출채권 유동화로 7조원 가까운 유동성을 확보했다. 5G 출시와 더불어 인수합병(M&A) 투자도 늘리고 있어 내년에도 자금 조달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투자 속도에 비해 성장은 더뎌 5G 사업 관련 수익성 개선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 한해  SKT는 1조2000억원, KT는 1조1000억원의 공모채를 발행했다. SKT와 KT의 거침없는 조달은 4분기까지 이어졌다. SKT는 10월 4000억원 규모의 공모채를 발행했는데, 이중 600억원은 20년물로 발행했다. 앞서 7월에는 국내 민간기업 최초로 30년 만기 회사채 발행을 성공했다. KT도 10월 6000억원 규모의 공모채를 증액 발행하는 등 적극적인 조달에 나섰다.

      단말기 매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유동화도 계속 됐다. SKT는 티월드, KT는 퍼스트파이브지 이름으로 각각 3조, 1조6000억원어치의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했다.

      시장에서는 두 기업이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규모로 채권 발행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는 두 회사 모두 각각 6000억원 규모다. 5G 관련 설비투자(CAPEX)를 위한 실탄 확보도 계속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올해 5G 관련 비용 증가 등으로 두 회사 모두 수익성 저하를 보였다. SKT의 지난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95%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0.66% 줄었다. 무선 부문(MNO) 실적만 따로 보면 매출은 전년 대비 0.1% 증가,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와 전분기 대비 모두 하락했다. 5G 고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 확대로 3분기 무선 부문 마케팅 비용이 7800억원으로 급증했다. KT는 3분기 3125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했다.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M&A 등 투자 확대도 자금 확보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SKT는 국내 대기업 중 가장 적극적으로 확장에 나서고 있는 곳으로 꼽힌다. 올해 티브로드를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인수했고, ‘옥수수+푹’을 합친 OTT 웨이브(WAVVE)를 출범시키는 등 적극적인 투자 행보를 보였다.

      차입금은 빠르게 증가했다. SKT의 경우 2017년말 7조4000억원이었던 차입금은 올해 상반기엔 10조5000억원 규모로 늘었다. SKT의 올해 연간 CAPEX는 3조원대로 예상된다. 3분기 누적 CAPEX는 1조5779억원이다.  KT의 3분기 CAPEX는 7412억원으로 누적 2조95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89% 오른 수치다.

      두 회사 모두 ‘본업’에서 예전만한 수익성을 보이기엔 한계가 있다. 통신업이 내수산업인 만큼 중장기적으로 인구 감소 등으로 인한 성장 정체도 예고돼 있다. 결국 당분간 사업 확장을 위한 투자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고 이로 인한 재무 여력 약화가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현재 3대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 모두 SKT 신용등급에 ‘부정적’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S&P는 ‘5G가 양날의 검’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5G 수익성이 아직 불확실한 가운데 중장기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새 비즈니스 모델을 내놓는 것이 변수라고 분석했다.

      5G가 정착하기까지 마케팅 비용도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출시 이후 5G 가입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 전체 가입자 대비 5G 침투율은 약 6% 수준이다. 10월말 기준 국내 5G 가입자는 398만명으로 지난 5월 78만명에 비하면 크게 늘어났지만 4분기에는 마케팅 경쟁이 치열했던 3분기보다 확대 속도가 느려졌다는 분석이다.

      긍정적인 측면으로는 5G 가입자가 증가하면서 1인당매출(ARPU)은 개선세를 보이고 있단 점이다. 5G 가입자의 데이터 트래픽 소모량이 증가하면서 결과적으로 ARPU 역시 꾸준히 증가추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두 회사 모두 국내 사업 지위가 워낙 공고하고, 현금흐름도 상당히 안정적인 회사라는 점이 고려된다. 현대자동차의 AAA 등급 상실로 유일한 AAA 등급 기업이라는 점도 회사채 투자자들에는 매력적이다. 다만 LTE와 비교해도 부쩍 늘어난 CAPEX 규모와 경쟁 심화를 고려하면 각사의 수익성 개선 한계가 약점이 될 수 있다는 데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5G 수익성 부진이 두 회사의 국내 신용도에 영향을 줄 만큼은 아니지만, 5G가 투자 대비 회수 기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은 나오고 있다”며 “SKT와 KT가 국내의 유일한 민간 ‘AAA’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어 자금 조달 자체에 무리는 없겠지만 국내 기업의 전반적인 신용도 하향 추세 속에서 올해처럼 낮은 금리로 조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