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덴셜, 건전성 '탁월'ㆍ경쟁력 '물음표'...인수 3년 후 파국 우려도
입력 2019.12.19 07:00|수정 2019.12.20 08:53
    IFRS17ㆍK-ICS 도입되더라도
    자본확충 부담 적고 자산구조 탄탄
    종신보험 인기 '뚝', 재무기반 흔들
    사차익 규제ㆍGA 확장 등 변수
    • 지급여력(RBC)비율 업계 1위의 푸르덴셜생명보험이 매물로 나왔다.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하면 정말 자본확충 부담 없이 양질의 자산과 고객, 업계 최고 수준의 조직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일까.

      회계상 푸르덴셜생명의 자산 구조는 훌륭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투자금융(IB) 업계 일각에서는 '지금 인수하면 3년 후 파국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경고의 메시지도 나오고 있다. 수익구조와 사업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푸르덴셜생명의 지난 9월말 기준 RBC비율은 505%로 생보업계 1위다. 삼성생명보다도 100%포인트 이상 높다. 8월말까지 당기순이익은 1050억원으로 업계 5위, 자기자본은 3조3200억여원으로 업계 6위다. 판매상품 중 종신보험 비중이 80%, 자산 중 국공채 비율이 85%로 군더더기가 없다는 평가다. 총자산이익률(ROA)은 올해 8월말 기준 연환산 0.8%로, 업계 평균 0.2%의 4배다.

      종신보험 판매와 국공채 위주의 투자로 자산과 부채듀레이션(만기)가 15년 이상으로 길다. 신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RBC제도가 듀레이션이 긴 보험사에게 유리하게 바뀌며, 300% 미만이었던 RBC비율이 3년새 500% 이상으로 치솟았다. 오렌지라이프보다도 더 IFRS17 대비에 특화된 보험사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자기자본은 대부분 이익잉여금으로 이루어졌다. 신종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 등 보완자본은 전혀 없다. 보완자본을 자기자본의 100%까지 발행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IFRS17와 K-ICS(신지급여력제도) 전면 도입시 최대주주에게 손을 벌리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상당한 메리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생보사가 인기를 끌지 못하는 건 IFRS17 이후 추가 자본확충 부담 때문이다. 밑 빠진 독인데, 얼마나 더 물을 들어부어야 할지 가늠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푸르덴셜생명은 비교적 인수 부담이 덜한 매물로 꼽힌다.

      게다가 미국회계제도(US-GAAP) 변경으로 인해 매물로 나올 수 있는 미국계 생명보험사 중 가장 덩치가 크다는 메리트도 있다. 푸르덴셜생명은 미국계 규모 2위인 라이나생명 대비 자기자본은 2배, 자산은 4배 이상 크다. '덩치'를 갖추고 싶은 금융지주사에게 어필할만한 매물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재매각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 사모펀드(PEF)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렇다면 푸르덴셜생명은 반드시 인수해야 할, 하자 없는 매물인 것일까.

      한 IB업계 관계자는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하는 기업은 인수 가격과는 상관없이 승자의 저주에 빠질 확률이 크다고 본다"며 "3년 후까지 지금의 기업가치를 유지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푸르덴셜생명은 지난 1991년 종신보험을 국내에 최초로 들여와 판매하기 시작했다. 시장금리가 지금보다 훨씬 높던 시절에 확정금리형으로 판매한 계약이 많다. 삼성생명 등 빅3 생보사와 마찬가지로 고금리 부담이 큰 편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현재 푸르덴셜생명의 금리확정형 상품 비중은 94.3%나 된다. 가입자에게 지급해야 할 적립금의 평균 이자율(적립이율)은 5.28%에 달한다. 자산운용수익률은 3.87% 수준이다. 적립이율과 운용수익률 사이에 1.4%포인트의 마이너스(-) 갭이 있다.

      문제는 시장금리가 떨어지며 생기는 편차다. 금리와 함께 적립이율도 떨어지고 있다. 그러나 운용자산수익률은 더 급하게 떨어지고 있다. 적립이율과 운용수익률 사이의 갭은 2015년 1.07%포인트에서 현재 1.4%포인트까지 커졌다. 오래전 투자해 둔 고금리 국공채의 만기가 서서히 돌아오며 고금리 고수익 채권이 상환되고 있는 까닭이다.

      국내 시장금리는 상당기간 낮은 수준에 머무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달 말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또 금리인하 소수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구조적으로 지금같은 금리 차익 악화가 지속될 거라는 지적이다.

      보다 근본적인 이슈도 언급된다. 최근 보험소비자들은 비싸고, 오랜 기간 보험료를 납입해야 하는 종신보험에 큰 관심이 없어졌다. 당장 푸르덴셜생명만 해도 2017년 5만4000여건에 달했던 종신보험 연간 신계약 건수가 지난해 3만9000여건으로 2년새 29%나 줄어들었다.

      푸르덴셜생명은 대졸 남성설계사 집단이 당시로서는 신상품이었던 종신보험을 영업하며 성장한 기업이다. 가입기간이 긴 종신보험을 판매했기에 자산운용전략도 초장기 국공채 위주로 짤 수 있었다. 종신보험의 인기 하락은 푸르덴셜생명의 성장 기반은 물론, 재무 기반이 흔들린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종신보험을 대체할 마땅한 상품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지난해 반짝 인기를 끌었던 달러 종신보험은 금융당국이 '환차손 위험이 충분하게 설명되지 않았다'며 판매에 제동을 걸었다. 변액종신보험은 아직 시장 규모가 걸음마 단계다. 일단 푸르덴셜생명은 연금보험 위주로 신상품을 출시하며 대응하고 있다.

      푸르덴셜생명은 이익의 상당 부분을 사(死)차익에서 낸다. 푸르덴셜생명의 사망보험금 대비 위험보험료 비율은 지난해 53.6%로 업계 평균 82.9%보다 크게 낮았다. 쉽게 말해 가입자로부터 보험료를 100만원 받으면 업계에서는 평균 83만원을 사망보험금으로 지급하지만, 푸르덴셜생명은 54만원만 지출한다는 뜻이다.

      워낙 오래 전부터 종신보험을 팔아온데다, 의료 발달과 평균수명 연장 등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사차익이 커졌다는 평가다.

      문제는 사차익의 규제 가능성이다. 사차익은 보험 이론상 '제로'가 되는 것이 이상적이다. 보험사가 완벽한 사망추정 모델을 만들어 매우 적정한 수준의 보험료를 부과한 셈이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푸르덴셜생명 가입자들은 타사보다 과도한 수준의 보험료를 내고 있다는 의미로도 풀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지나친 사차익은 금융당국의 규제 대상이 되오곤 했다. 지난 2014년에도 금융위원회에서 사차익을 가입자와 5대 5로 나누도록 하는 방안이 논의되기도 했다. IFRS17 도입 과정에서 현재 3년마다 과거 수치로 추정하는 예정사망률을 좀 더 정교하게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보험 판매 환경 변화도 푸르덴셜생명의 편은 아니다. 2015년 6%였던 푸르덴셜생명의 영업대리점(GA) 판매 비중은 지난해 28%까지 높아졌다. GA는 모든 보험사의 상품을 비교해 고객에게 상품을 권유하는데, 비싸고 구조가 복잡한 종신보험은 판매 기피 대상 중 하나로 꼽힌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GA는 최근 비교적 보험료가 저렴하고 구조가 단순한 실손보험을 우선 취급하며 손보 상품과 생보상품 비율을 6대 4, 많게는 7대 3 수준으로 가져가고 있다.

      GA가 요구하는 시책비(판매촉진비)도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해 일부 종신보험에는 시책비를 포함해 월 납입금의 1500%에 달하는 수수료가 GA에 주어졌다는 말이 나온다. GA가 월 10만원짜리 계약을 유치했을 때 보험사가 GA에 총 150만원의 수수료를 지급했다는 것이다.

      이는 보험사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푸르덴셜생명보험 관계자는 "연금보험 쪽으로 신상품을 출시하며 종신보험 숫자가 줄어든 측면이 있다"며 "여전히 푸르덴셜생명의 종신보험은 스테디셀러고, 업계 평균보다 많이 팔리고 있어 따로 대응 전략을 고민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