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우려…내년 주총에서 타깃될 기업은?
입력 2019.12.19 07:00|수정 2019.12.20 08:48
    경영 참여 주주권행사 가이드라인 제정은 보류
    기존 틀 안에서 ‘안건 반대’ 형식 주주권 행사 예상
    주주가치훼손, 과도한 겸직 임원들 국민연금 주요 타킷
    “대림·효성·한라 등 오너리스크 기업도 긴장해야”
    • 연말이 다가오면서 국내 주요 기업들의 관심은 이미 내년도 정기주주총회로 향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 국내 행동주의펀드, 여기에 국민연금까지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예고한 기관 투자자들의 기업을 향한 공세는 내년 주총에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의 경영참여 목적의 주주권행사 가이드라인 제정은 잠시 미뤄졌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주요 주주로 자리잡고 있는 기업들에 대해 여전히 안건 ‘반대’를 통한 영향력 행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주총을 앞둔 기업들의 긴장도는 어느때 보다 높다.

      올해 주주총회 시즌의 주인공은 단연 한진그룹이었다. 행동주의펀드를 표방하는 KCGI가 한진칼의 지분율을 늘리면서 경영참여를 선언했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KCGI가 각종 요구를 쏟아낸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에 공개서한을 보냄과 동시에 경영진·사내이사와의 비공개 면담을 추진했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위원회는 올 주총에서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할 것을 결정했다. 주총에선 연임을 위한 찬성 의결권(66.7%) 기준에 2.5%p가 부족했고, 결국 국민연금의 의사 결정이 주효하게 작용하며 조 전 회장은 연임에 실패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이래 그룹 총수를 끌어내린 첫 사례가 됐다.

      이 분위기는 새해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내년엔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임기의 만기가 돌아온다. 올해 국민연금은 한진칼에 대한 지분율을 5% 미만으로 낮추며 유의미한 의결권 행사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한진그룹 주요계열사인 대한항공의 지분 10%를 보유한 주요 주주로서, 주주권행사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 정기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우기홍 사장은 내년 내년 주총에서 재신임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수근 부사장과 사외이사 2명도 내년 임기가 만료된다. 국민연금은 올해 대한항공의 사내이사 및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했다. 또한 공무원연금·사학연금, 브리티시컬럼비아주투자공사(BCI)·캐나다연기금(CPPIB)·플로리다연금(SBA Florida) 등 대한항공의 주요 주주 중 유일하게 ‘이사보수 한도가 경영성과 대비 과다하다’며 반대표를 행사하며 대한항공과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기도 하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한진칼의 경우 대한항공에 비해 사내이사 선임 조건이 덜 까다롭고, 델타 항공과 같은 우호지분이 있기 때문에 조원태 회장의 연임은 크게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대한항공은 여전히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국민연금이 사내외 이사선임, 보수한도 등 회사측 안건에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확언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 지배구조개편을 앞둔 현대차그룹 또한 국민연금이 각 계열사의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특히 내년엔 정몽구 회장의 현대차 사내이사 임기가, 정의선 수석 부회장의 현대모비스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된다. 국민연금은 이제껏 정몽구 회장에 대해 ‘과도한 연임’을 이유로 반대표를 행사해 왔다. 정의선 부회장은 국민연금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계열사 임원의) 과도한 겸직’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 정의선 수석 부회장은 현대모비스 사내이사 외에 현대차, 기아차, 현대제철 등의 계열사에 등기임원으로 등기돼 있다.

      한진그룹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오너 또는 오너일가와 관련한 이슈가 있는 기업들 또한 국민연금의 타깃이 될 수도 있다. 국민연금은 사회적 물의를 빚거나 이사회 참석이 저조한 오너의 사내이사 선임에 대해 꾸준히 반대표를 던져왔다.

      국민연금이 12%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대림산업의 이해욱 회장은 내년도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된다. 올해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사익편취로 검찰 고발 당했다. 당장 혐의가 확정되진 않았으나, 금융투자업계에선 오너리스크 상당히 큰 기업이란 인식이 강한게 사실이다.

      국민연금이 10%의 지분율 보유한 효성그룹 또한 관심의 대상이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조현상 효성 사장 또한 내년 3월 등기임원 임기가 끝난다. 조현준 회장의 경우 고등법원에서 횡령 및 증여세 포탈 혐의로 형이 확정됐고, 대법원 판결이 남아있다. 경찰은 지난달 회사 자금 유용의 혐의로 조현준 회장을 소환해 조사한 바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8년 정기주총에서 조현준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과도한 겸직)과 사외이사(최중경; 감독의무 소홀) 등을 이유로 안건을 모두 반대한 이력이 있다.

      정몽원 회장이 이끄는 한라홀딩스 또한 국민연금의 주요 관심 기업 중 하나다. 지난 2017년 국민연금은 정몽원 회장(사내이사)과 최경식 사외이사의 선임을 반대했다. 주주가치 훼손 이력이 있고, 장기 연임을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한라홀딩스는 내년 3월, 정몽원 회장과 사외이사 2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국민연금의 지분율을 14%다.

      국민연금은 올해 주주총회를 앞두고 내년(2020년) 주주총회부터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등 적극적인 주주권행사를 예고했다. 현재는 경영 참여를 목적으로 하는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 제정이 잠시 보류된 상태로, 기존 보다 정교한 주주권 행사 지침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특히 사회적 책임 투자를 강조하고 있는 국민연금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내년 주총에서 현재의 가이드라인 내에서 적극적인 경영 참여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기존 보다 적극적 주주권 행사에 나설 국민연금과 이에 동조하는 기관투자자들이 기업을 향한 공세를 이어갈 수 있기 떄문에 주총을 앞둔 기업들의 긴장도도 상당히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