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회장 선출과정 투명성 높였다지만…반복되는 CEO리스크에 기대감↓
입력 2019.12.20 08:36|수정 2019.12.24 09:28
    이르면 다음주 내 이사회서 최종후보 1인 낙점
    '범 KT계' 후보 등 투명성·전문성 강조하지만
    시장은 여전히 "크게 달라질 것 없다"는 반응
    5G 확대·정책 리스크에 대응할 리더십 필요
    • 황창규 회장을 이을 차기 KT 회장 선거가 진행되고 있다. 지배구조위원회 설치 등 선출 과정 투명성을 높였다지만 KT의 '전적'을 고려하면 기대는 그리 크지 않은 분위기다. ▲5G 경쟁력 확보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IT 업계내 합종연횡 강화 ▲정책 리스크 등 격변하는 대내외 환경에 대응할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새 임기 마다 전임 회장의 성과를 뒤집는 'KT의 법칙'이 되풀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KT는 민영화 이후 지난 17년 간 회장 자리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2기 CEO였던 남중수 전 KT사장은 2008년 연임에 성공했지만 정권 교체 후 배임수재 혐의로 검찰 구속 기소되면서 불명예 퇴진했다. 후임인 이석채 전 회장도 2012년 연임에 성공 후 박근혜 정부에서 배임 횡령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자리를 내놨다.

      상수가 된 ‘CEO 리스크’를 끝내기 위해 KT가 내놓은 방안은 선출 절차의 ‘투명성 제고’다. KT는 지난 4월 회장 인선을 위해 처음으로 지배구조위원회(지배구조위)를 구성했다. 2017년 황창규 회장 연임결정까지는 회장 선출이 ‘CEO후보추천위원회→이사회’ 절차였다.

      사외이사와 사내이사 등 총 5명의 멤버로 구성된 지배구조위는 회장 후보군 37명의 심층인터뷰 등을 거쳐 지난 10월 외부 공개모집을 실시했다. 지배구조위가 선정한 후보군 명단은 회장후보심사위원회(회추위)로 넘겨진 상태다. 회추위에서 최종 후보가 결정되고 이사회를 거친 후 주주총회서 안건이 가결되면 황창규 회장의 후임이 결정된다.

      시장의 불신은 여전하다. 애초 예상보다 많은 9명의 ‘역대 최다(最多)’ 후보가 선정됐지만, 면면을 살펴보면 ‘누가 뽑혀도’ 큰 변화가 예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은 황창규 회장의 측근이 자리할 것이란 의심, 관(官) 출신 인사가 포함된 점이 여전히 외압에서 자유롭지 못한 점을 보였다는 지적이다.

      지난 12일 공개된 차기 회장 후보 심사대상자는 구현모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사장), 이동면 플랫폼사업부문장(사장), 박윤영 기업사업부문장(부사장), 임헌문 전 Mass총괄 사장, 김태호 전 KT 혁신기획실장(전 서울교통공사 사장), 최두환 포스코ICT이사(전 KT종합기술원장), 표현명 전 텔레콤&컨버전스 부문 사장, 노준형 전 과기정통부 장관, 비공개 후보로 총 9명이다. 비공개를 요청한 1명은 윤종록 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전 KT R&D 부문장)으로 전해진다.

      후보 중 현 KT 임원·전 KT 출신 등 ‘범 KT계’ 인물이 총 8명이다. 지배구조위는 이들 후보가 KT의 사정을 잘 파악하고 있어 전문성과 경영 안정성을 갖췄다는 입장이다. 외부 인사도 면접 등 동일한 심사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이석채 전 회장이나 황창규 회장이 이사회 추천 후보로 ‘낙하산’이었던 상황과 다르다는 설명이다.

      유력 후보로는 구현모 커스터머&미디어 부문장, 김태호 전 서울교통공사 사장, 노준형 전 정보통신부 장관 등이 거론된다. 내부 인사인 구현모 사장은 KT의 전략과 사업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다. 하지만 황창규 회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연루돼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점이 부담이다. 전 KT 임원 출신인 김태호 후보는 KT에 연구직으로 입사 후 임원을 지냈고, 현 정권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10년 넘는 KT 공백기가 약점이라는 분석이다.

      유일한 장관 출신인 노준형 후보는 노무현 정부에서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냈다. 정책 리스크에 유연한 대응이 가능할 수 있지만, 기업 경영 경험이 전무하다. KT가 법무법인의 가장 큰 고객 중 하나이기 때문에 김앤장 고문을 지낸 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KT에서 이번에 새로운 선출 과정을 도입하고 역대 최다 후보를 공개하는 등 노력을 보이고 있지만 사실상 시장에선 큰 기대가 없다”며 “결국 (회장이) 누가 되느냐가 제일 중요한데, 공개된 후보들도 그렇고 과거 사례만 봐도 결과 나와보면 비슷한 인물이 선출되는 등 반신반의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누가 수장이 될지 논란이 이어지지만 예비 수장의 어깨는 어느 때보다 무겁다. 내년부터 ‘5G 레이스’가 격화하고,  통신사들은 '종합 ICT(정보통신회사)'로의 탈바꿈을 선포한 상태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신사업·5G위주로 조직을 개편하는 등 전략 구체화에 나섰지만 KT는 사실상 아직까지 조직 개편 방침도 불분명한 상태다.

      여기에 KT의 인수합병 걸림돌인 유료방송 합산규제, K뱅크 대주주 전환 이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요금인하 이슈 등 정책 리스크도 산재해있다.정권 입맛따라 경영진이 바뀌고, 새 임기 마다 전임 회장의 성과에 대한 정리가 이어져 온 ‘KT의 법칙’이 되풀이되면 안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 4월 5G 상용화 후  KT는  3분기에만 7202억원을 마케팅에 썼지만 1위인 SKT와의 격차는 좁혀지고 있지 않다. 10월 기준 5G 가입자 점유율은 SKT가 44.48%, KT가 30.4% 수준이며 LG유플러스가 25.12%로 바싹 추격 중이다. 수익성 증명도 관건이다. 올해 KT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했다. 3분기 누적 CAPEX는 전년 동기 대비 89% 오른 2조953억원에 달한다.

      안정적이던 ‘유료방송 1위’ 자리도 공격적인 위협을 받고 있다. LG유플러스가 최근 케이블TV 1위인 CJ헬로를 인수하면서 24.81%의 점유율을 차지해 KT(31.30%)를 사정권 안에 뒀다. SK브로드밴드(14.70%)와 티브로드(9.33%)도 합병을 진행중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하강 사이클에 진입한 업종이 많아 내년 대부분 시장 기대가 적지만, 통신 부문은 단순 통신사에서 사업을 확장해나가며 수익 다변화 등 업사이드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어 그 어느때보다 통신사의 리더십이 중요한 시점"이라며 "KT의 수장 교체에 대해 기대감과 우려가 공존하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