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임원 인사 '오리무중'...손태승 회장 거취 변수
입력 2019.12.23 07:00|수정 2019.12.20 19:03
    올해는 이례적으로 본부장 인사 먼저 단행
    임원인사 시기며 규모 불확실
    DLF 사태에 따른 손 회장 거취 불확실 여파
    • 우리금융 임원인사가 오리무중이다. DLF 사태에 따른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거취가 불투명한 가운데 임원인사 일정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임직원들은 최종 인사권자인 손 회장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

      지난 16일 우리금융이 본부장 인사를 단행했다. 영업조직 안정화를 위해서 연말인사의 첫 단추를 은행의 본부장 인사로 시작했다. 통상 임원인사를 시작으로 본부장, 지점장 순으로 인사를 진행하지만 올해는 이례적으로 본부장 인사를 먼저 진행했다.

      임원인사는 현재로선 언제 진행될지 불투명하다. 늦어지면 해를 넘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임원인사 시기며 규모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지만 내부적으로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언급된 일정은 없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 인사 시기는 달라질 수 있다”라며 “임원인사는 언제 진행될지 불투명하다”라고 말했다.

      임원인사가 기약없이 늦어지는 이유로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거취가 거론된다. 금융감독원의 DLF 사태의 제재대상자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지성규 하나은행장,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의 이름을 올렸다.

      손 회장의 임기가 내년 3월까지인데 제재심의 결과에 따라서 연임이 어려울 수 있다. 금융지주 CEO에게까지 책임을 묻는 것은 가혹하다는 의견이 있지만, 금융기관의 모럴헤저드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라도 강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선다. 손 회장의 거취가 이처럼 불확실하다 보니 섣불리 임원인사를 단행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임원인사 일정이 기약없이 늦어지다 보니 계열사 주요 경영진의 초조함도 커지고 있다. 정원재 우리카드 사장은 연내 임기가 끝난다. 금융지주의 부사장을 비롯해 은행 부행장은 이미 지난 11월에 임기가 만료했다. DLF 사태에 책임이 있는 일부 임원들은 현재 대기발령 상태인 것으로 전해진다.

      손 회장의 거취가 이들의 연임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DLF 제재 수위에 임원들은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이들이 가장 걱정하는 상황은 금감원 제재로 손회장이 자리를 지키기 힘든 경우다. 지난해 우리금융지주가 출범하면서 손 회장은 우리금융지주뿐만 우리은행장을 겸직하고 있다. 급격스럽게 회사를 키우는 상황에서 우리금융은 손 회장의 뒤를 이을 후계자를 키워 놓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손 회장이 급작스럽게 자리에서 물러날 경우 이에 따른 혼란이 상당할 것이란 관측이다.

      한 우리금융 관계자는 “손 회장의 거취에 문제가 생길 경우 물갈이 임원 인사가 불가피 하다”라며 “금융지주 체계를 만들어가는 상황에서 사실상 내년에는 조직 재정비에만 전념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외풍이 거세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민영화 과정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DLF 사태로 다시금 정부의 입김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내년 금융지주 회장 선출이 있다는 점에서 DLF 제재와 별개로 내부인사가 금융지주 회장이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우리금융 안에서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