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그룹, 내년엔 은행 의존 버려야…'실적 차별화' 원년 될듯
입력 2019.12.24 07:00|수정 2019.12.24 11:01
    지주별 수익 차별화 요인 '사업다각화·은행 수익방어'
    은행 중심 패러다임 탈피?…재무건전성 저하는 '부담'
    한신평 "사업다각화로 인한 재무안정성 유지 모니터링"
    • 내년은 주요 대형금융그룹의 실적 차별화 원년이 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그간 주요 금융그룹들은 은행이 그룹 수익의 60%, 은행 수익의 70%를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상황에서 '함께 성장'하는 것을 반복해왔다. 내년엔 은행의 이자이익이 꺾이며 '비이자이익'과 '비은행 계열사'라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전장에서 경쟁이 이뤄질 것이라는 평가다.

      이 과정에서 이중레버리지비율 등 재무건전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점도 관전포인트다. 확장 전략과 더불어 자본건전성과 재무전략이 수익과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국내 은행금융지주들은 올해 비은행부문을 확충하기 위해 사업다각화에 대한 투자를 약 2조9000억원가량 집행했다. 덕분에 금융지주 내 은행의 비중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지속되는 저금리와 불확실한 대내외적 상황으로 인해 은행 업황이 어려워짐에 따른 것이다.

      은행 부문에 대한 지주의 자산 의존도와 순이익 의존도역시 하락하고 있다. 지주사 설립 초기라서 사업다각화가 미흡한 우리금융지주를 제외하면 2018년 말 77.6%였던 은행부문 자산의존도는 올해 상반기 76.6%로 1.0%포인트 하락했다. 순이익의존도는 더욱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를 제외하면 올해 상반기 은행부문 순이익의존도는 2018년 대비 5.0%포인트 하락한 71.9%였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은행에 의존하던 지주가 여기서 탈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이는 계속될 것"이라며 "돈이 되는 증권사 등의 비중이 커질 수도 있을 것이라 보여진다"고 말했다.

      해외진출을 통한 은행의 수익성 방어도 눈에 띈다. 4대 시중은행의 해외 총자산이익률(ROA·Return On Assets)은 올해 상반기 0.9%로 전체 시중은행 ROA인 0.7%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신한은행은 '현지화 전략'을 통해 신한베트남은행의 규모를 키우고 있다. 하나은행은 올해 7월 베트남 국영 상업은행인 BIDV(Bank for Investment & Delvelopment of Vietnam) 지분 15%를 1조249억원에 인수하며 베트남 진출에 시동을 걸었다.

    • 내년에도 이런 경향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최근 정부가 15억원 이상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하기로 하며 수익성이 좋은 소매향(向) 주택담보대출의 성장은 크게 제약을 받을 전망이다. 기준금리 추가 인하가 예상되며 순이자마진(NIM)도 상승하기보단 하락에 무게가 더 쏠린다.

      은행ㆍ이자수익을 벗어나 어떻게 사업을 다각화하느냐에 따라 수익성이 차별화될 거란 지적이다. 사업다각화 수준이 가장 우수한 편이라고 평가받은 신한금융지주는 수익성이 높고 변동폭이 작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KB금융지주의 연결 기준 ROA는 2017년 0.81%에서 2018년 0.66%로 떨어졌다가 올해 상반기 0.75%로 반등했다. 반면 신한금융지주는 2017년 0.70%, 2018년 0.71%, 2019년 상반기 0.76%로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은행별 리스크 관리 전략도 금융지주사 수익성을 차별화시키는 요인이다. 비은행부문에 대한 투자가 늘곤 있지만 은행부문에 대한 최대 자산의존도는 95%에 이른다. 은행의 수익성을 방어하면 경쟁사보다 수익성에 있어 우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큰 셈이다. 또한 은행의 수익성이 클수록 지주로 들어가는 배당금액도 커서 추후 비은행 부문에 투자하는 데 유리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비은행 부문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면서 지주의 재무건전성이 악화하고 있는 부분은 부담이다. 내년에는 이 같은 경향이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이중레버리지비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고 지주사의 조건부자본증권 발행도 늘어나고 있다. 조건부자본증권(T1)은 선순위채 대비 이자부담이 높고 실질적인 만기가 길지 않아 상환능력 개선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재무안정성 측정의 계량지표인 이중레버리지비율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를 제외한 이중레버리지비율은 121.9%로 정부가 금융지주의 대형화를 지원하기 위해 자회사 출자한도를 폐지한 이후 108.8%을 기록했던 2010년보다 13.1%p 상승했다.

      금융지주들은 자금조달을 위한 조건부자본증권(T1)발행을 늘리고 있다. 5대 금융지주의 조달 재원 중 조건부자본증권(T1) 비중은 2017년 0.9%, 2018년 2.8%, 올해 상반기 3.0%로 크게 상승한 모습이다.

      결국 금융지주의 리스크 관리능력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신평은 "지주의 사업다각화 과정에서 재무안정성 유지 여부를 모니터링할 계획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