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지주 회장 선임과 맞물려 전초전 성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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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B하나은행이 지성규 행장 체제 만들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연말인사에서 만 55세 이상 부행장이 대거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아직까지 은행에서 입지가 크지 않은 지 행장에 숨통을 터주는 인사란 해석이 나온다.
28일 KEB하나은행은 부행장을 줄이고 조직을 슬림화하는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부행장, 전무급에서 승진인사 없이 기존의 임원들 상당수를 축소했다. 부행장 중에선 8명 중에서 3명이, 전무는 14명에서 4명이 자리를 떠났다. 이들 모두 만 55세 이상이다.
이번에 자리를 떠나는 부행장은 정춘식(1963년생), 김인석(1963년생), 권길주(1963년생 부행장이다. 이들 모두 지성규 행장(1963년생)과 동년배거나 나이가 많다. 기존 8명의 부행장 중에서 지 행장보다 연배가 낮은 부행장은 강성묵(1964년생), 한준성(1966년생)뿐이었으나 이번 인사를 통해 만 55세 이상 부행장 상당수가 자리를 떠나게 됐다. 그룹리스크를 총괄하는 황효상 부행장(1960년생)을 비롯해 금융지주 겸직을 제외한 인사들은 이번 인사에서 변동은 없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인사를 통해 세대교체를 단행하고 지 행장 체제 구축을 위한 과정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비단 부행장뿐만 아니라 전무급에서도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이번 인사를 통해 14명이던 전무는 11명으로 줄었다. 김재영(1963년생), 김화식(1962년생), 민인홍(1963년생), 최영식(1963년생) 전무가 나가고, 지주에서 김정한 전무가 은행으로 전보했다. 이번에 나가는 전무 4명 모두 만 55세 이상으로 세대교체의 대상자가 됐다.
전무급에선 자리이동도 많았다. 삼성전자 출신인 김정한 전무는 지주에서 은행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 전무는 앞으로 이노베이션&IT그룹을 맡아 은행과 지주의 데이터 사업을 총괄한다. 이외에도 박지환 전무는 기업영업그룹에서 CIB 총괄로 자리를 옮겼다. 박의수 전무는 기업사업본부에서 연금신탁으로, 대전영업본부를 맡았던 윤순기 전무는 충청영업그룹까지 맡게 됐으며, 정석화 전무는 기존 기관사업단 외에도 리테일그룹을 담당하게 된다.
조직개편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기존에 겸직 체제로 운영하던 소비자보호그룹 그룹장과 손님행복본부 본부장을 독립 배치함으로써 금융소비자보호를 강화하고, 투자상품서비스(IPS) 본부를 신설한 점이다. DLF 사태 재발 방지를 비롯해 금융지주 차원에서 투자부문 강화에 방점을 찍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한 은행 관계자는 “4대 금융지주 중에서 KEB하나은행은 IB강화에 더욱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연말인사를 앞두고 하나은행 세대교체 가능성은 꾸준히 언급됐다. 올해 초 함영주 전임 행장이 채용비리와 연루돼 급작스럽게 자리를 떠나면서 지 행장이 새롭게 행장이 됐다. 갑작스럽게 행장 자리에 오르다 보니 조직 장악력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더불어 지 행장이 부행장들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젊은 편에 속하다 보니 파격인사란 말도 나왔다. 자연스레 은행 내부에선 지 행장 선임과 맞물려 연말인사에선 세대교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았다.
금융권에선 이번 인사가 비단 은행뿐만 아니라 금융지주 차원의 세대교체 신호탄이라는 견해가 많다. 올해엔 만 55세 이상 임원급등을 대거 내보냈지만 계열사 CEO를 비롯해 지주와 은행을 겸직하는 임원의 큰 변화는 없었다. 내년 회장 선임을 앞두고 차기 회장에게 인사의 재량권을 넓히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우선은 올해 은행 세대교체를 시작으로 내년에는 금융지주 차원의 물갈이 인사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내후년 있을 회장 선임의 전초전 성격이 강하다”라며 “만 55세 이상 임원들을 대거 퇴임시킴으로써 내년에 있을 새로운 회장 선임과 맞물려 금융지주 세대교체를 준비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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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12월 27일 12:3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