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포함 해외 SI, 국내 대형 PEF 참여 예상
골드만, 경쟁 유도하며 가격 인상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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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덴셜생명 매각이 주관사인 골드만삭스가 다수의 후보들에게 초청장을 발송하면서 본격화되고 있다. 투자설명서(IM)를 받아간 곳만 어림잡아 8곳은 될 것으로 보인다. 오렌지라이프를 신한금융에 매각한지 채 1년밖에 안된 MBK파트너스도 푸르덴셜생명 인수전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다.
3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푸르덴셜생명 예비입찰이 20일로 다가온 가운데 속속들이 인수후보들의 명단이 드러나고 있다. 현재까지 비밀유지계약서(NDA)를 맺고 IM을 받아간 곳은 전략적투자자 중에선 KB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을 비롯한 국내 보험사 1~2곳과 대만의 푸본그룹이다. 재무적투자자 중에선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IMM PE가 IM을 수령해 갔다. 제한적 경쟁입찰 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인수가능한 모든 후보들이 IM을 받아간 것이다.
금융지주가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로 거론된다.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통해 단숨에 생보사 규모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KB금융과 우리금융은 생보업 확장에 관심이 크다. 상대적으로 하나금융의 관심도는 높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대형 사모펀드들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앤컴퍼니와 IMM은 일찌감치 매물 분석에 나섰다. 이들은 국내에 거점을 두고 있는 사모펀드(PEF)다 보니 보험사 인수에 제한이 없다. 이들은 자문사 진용을 꾸리고 인수 가능성을 타진 중이다.
눈에 띄는 것은 오렌지라이프를 매각한지 채 1년 밖에 안된 MBK파트너스도 인수전 참여를 고민한다는 것이다. 당초 MBK파트너스 참여에 부정적인 기류가 흘렀다. 신한금융과 맺은 경업금지조항으로 인수전 참여여부가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경업금지조항은 매수인(신한금융)이 매도인(MBK파트너스)으로 하여금 일정 기간 거래대상 회사(오렌지라이프)가 영위하는 영업 또는 거래대상 영업과 동일한 종류의 영업을 하지 못하게 하는 약정으로, 신한금융과 MBK파트너스는 2년 동안 경업금지조항을 맺은 것으로 전해진다. 오렌지라이프 딜 클로징이 지난 2019년 1월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2021년 1월까지는 MBK파트너스가 생명보험업을 영위하면 이 조항에 위배된다.
신한금융 측에선 MBK파트너스의 계약위반 여부를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 다만 MBK파트너스는 푸르덴셜생명 매각이 올해 마무리된다는 보장도 없는 상황에서 굳이 들여다보지 않을 이유도 없는 입장으로 전해진다. 오렌지라이프 인수로 이번 거래에 관심이 없는 신한금융 내부에선 MBK파트너스 참여로 가격이 올라가는 상황도 나쁘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MBK파트너스의 인수전 참여가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지는 향후 면밀하게 살펴볼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SI와 FI가 대거 모습을 드러내자 인수후보들 사이에선 지나치게 경쟁이 가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매각주관을 맡은 골드만삭스는 해외 SI를 끌어들이기 위해서 다양한 루트를 통해서 인수의사를 타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생각지도 못했던 인수후보들의 등장에 금융지주들은 현 시점에서 생명보험사를 사는 전략 자체에 대한 검토도 하고 있다. 일명 ‘골드만옥션’이라 불리는 후보들간 무한 가격경쟁에 끌려들어가 높은 가격에 덜컥 인수했다가 낭패보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존재한다.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로 거론되는 KB금융은 과거 ING생명(현재 오렌지라이프) 인수전에서 높은 가격을 부담스러워한 이사회에 반대에 부딪혀 인수전에 발을 뺀 전례가 있다. FI뿐만 아니라 해외 SI까지 딜에 뛰어들면서 가격이 올라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경쟁과다로 가격이 올라가면 금융지주가 먼저 발을 뺄 수 있다”라며 “미국계 생보사들의 현지 회계기준 변화에 따른 자본확충 이슈로 인해 관련 매물이 계속해서 나올 것이란 점에서 꼭 푸르덴셜 인수전에 목멜 이유는 없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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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1월 03일 14:32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