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장 선임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관심이 미지근하다. 굵직한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다 보니 우리은행장 선임은 그룹 내에서도 관심도가 떨어진다. 오히려 연임을 확정한 손태승 회장이 계속해서 직을 유지할 수 있느냐에 관심이 쏠린다. 손 회장의 연임 여부에 따라 모든 판도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장 선임이 설 전후로 이뤄질 계획이다. 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숏리스트를 선정하면 은행 임추위에서 최종 결정을 하게 된다. 설 연휴 이전이면 차기 은행장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차기 은행장 후보론 정원재 우리카드 사장, 조운행 우리종합금융 사장, 이동연 우리FIS 사장, 정채봉 우리은행 영업부문 겸 개인그룹 부문장, 김정기 영업지원부문 겸 HR그룹 부문장 등 각 계열사 대표, 은행 부행장, 지주 부사장 등 10여명 안팎이 거론된다. 일부 외부인사 등도 후보로 거론되지만 은행의 안정성 차원에서 내부인사 선임에 무게가 실린다.

상황에 따라서는 현재 계열사 대표 등에 국한된 은행장 후보군을 벗어나 쇄신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아예 젊고 유능한 내부 후보군 마련 가능성도 거론된다. 현재 우리은행이 처한 대내외 상황을 판단할 때, 기존 인사 풀로 은행장을 선임한다고 해도 이렇다할 변화를 추구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의구심 때문이다.

동시에 은행장 선임에서 관심사는 한일-상업은행 출신이 행장을 번갈아 하던 관례가 이번에도 이어질지다.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합병으로 탄생한 우리은행은 그간 양 은행 출신이 번갈아 가며 은행장을 맡아왔다. 손태승 금융지주 회장 겸 은행장은 한일은행 출신이다.

이에 대해 내부에선 두가지 목소리가 나온다. 관례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과 이제는 출신보단 능력 중심으로 되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관례를 유지해야 한다는 측은 그래야 상호간의 경쟁과 견제가 이뤄진다는 논리고, 출신보단 능력을 중시해야 한다는 측은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견해 차가 있지만, 이 문제는 은행 내부에서도 현재 큰 이슈거리가 되진 못하고 있다.

이미 양 은행이 합병한 이후 출범한 한빛은행 공채 출신에서 지점장이 나오고 있고, 곧 이들이 은행의 본부장급으로 올라간다면 사실 아무 의미없는 논쟁거리기 때문이다. 나아가 우리금융지주 출범이 1년 밖에 안된 시점이라 손 회장과 손발을 맞출수 있는 인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보니 은행장 선임에서도 손 회장의 입김이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우리금융 관계자는 “은행장 선임에 크게 관심은 없다”라며 “본부장급 이상에서야 어느 은행 출신이 되느냐가 중요하겠지만 대부분 직원들은 외부출신만 아니면 누가되든 상관없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이목은 앞으로 나올 감독당국의 제재심의 결과에 쏠린다. 금융감독원은 오는 16일 DLF제재 심의를 열 계획이다. 금감원이 은행에 통보한데로 손 회장에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가 나올 경우 손 회장의 연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일각에선 중징계가 나와도 연임을 확정한 상황이라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있지만, 여지껏 중징계를 받은 CEO가 임기를 마친 사례는 없다.

손 회장의 연임이 불발될 경우 우리금융은 대규모 물갈이 인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손 회장 혼자 모든 책임을 지기에는 사안의 무게감이 크기 때문이다. 사외이사를 비롯한 경영진들도 이런 상황을 걱정하고는 있지만, 현재 섣불리 나서서 대비책을 만들기 힘든 상황이다. 자칫하면 손 회장의 연임이 힘들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은 안정에 무게를 두고 평소와 다름 없이 인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지만, 제재심 결과에 따라 금융지주 거버넌스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까진 우리금융의 계획대로 인사를 진행하고 있다”라며 “하지만 금감원 제재심 결과가 윤곽이 나오면 여러가지 돌발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