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액 이어가며 '연초' 덕 보는 우량채…역시나 미지근한 비우량채
입력 2020.01.28 07:00|수정 2020.01.29 10:09
    우량 기업들 저금리·연초 힘입어 증액 발행
    BBB급 기업들도 완판됐지만 기대에 못미쳐
    비우량채 투심 회복은 아직?…대한항공 주목
    • 연초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회사채 시장에서 우량 기업들이 증액 발행을 이어가고 있다. BBB급 비우량 회사채들도 미매각을 피하는 것을 물론 증액 발행에 나섰다. 다만 저금리 기조와 연초 시장 분위기가 좋은 점을 고려하면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비우량 회사채를 향한 투자심리는 생각보다 회복이 더디다는 관측이 나온다.

    • 이달 SK텔레콤(AAA)을 시작으로 LG헬로비전(AA-), 대상(A+), CJ프레시웨이(A), LG유플러스(AA) 등 우량 기업들이 증액 발행을 이어가고 있다. 아직 발행 조건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15일 수요예측에 나선 한화솔루션(AA-) 현대제철(AA)도 초과수요를 이어갔다. 현대제철은 높아진 크레딧 위험 부담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평이다.

      대부분이 발행 금리도 만족스럽게 챙길 수 있었다는 평이다. 2배 규모로 증액 발행한 SKT는 민평보다 낮은 금리로 발행이 가능했다. 13일 수요예측에 나선 대상은 모집 목표 4배가 넘는 주문이 들어왔고, 금리도 1%대로 조달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다만 BBB급 비우량 기업들은 ‘연초효과’가 다소 미미한 분위기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 확대 등 금리와 시장 환경에 영향을 주는 변동성도 커졌다. ‘라임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새해 첫 BBB급 주자로 공모채 발행에 나섰다. 수요예측에 앞서, 신용평가사중 유일하게 ‘긍정적’ 아웃룩을 부여했던 한국신용평가가 ‘안정적’으로 전망을 조정하면서 투심에 대한 우려가 나온 바 있다. 그룹 계열사의 재무 위기 증가가 전망 조정의 주요 원인으로 제시됐다.

      우려에도 불구하고 9일 수요예측에서 목표 모집액을 넘는 수요를 확보했다. 이에 당초 계획이던 500억원에서 희망금리밴드(-40~0bp) 내로 주문이 들어온 740억원으로 증액 발행을 결정했다.

      애초 증액 가능성을 1000억원까지 열어둬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가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만 1990억원 규모다. 이에 연초 시장이 좋을 때 선제적으로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최대 증액 기대가 컸다.

      BBB급으론 두 번째로 수요예측에 나선 AJ네트웍스(BBB+)도 자금 수요가 기대했던 증액 규모는 미치지 못했다. AJ네트웍스는 매년 공모채를 완판하며 BBB급 중 '선방'하는 기업 중 하나다. AJ네트웍스는 올해 1월과 2월에만 800억원 규모, 올해 전체로는 17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다만 이번 발행에서 최대 증액 목표치인 800억원에는 수요가 미치지 못했다. AJ네트웍스는 2년물 200억원, 3년물 200억원으로 총 400억원 발행을 계획했다. 수요예측 결과 공모희망금리밴드(-20~20bp)에서 570억원의 초과 자금 수요가 들어왔다. AJ네트웍스의 민평금리가 낮은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위의 두 기업은 조달 금액이 크지 않아 무리없는 발행이 가능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대만큼은 아니었어도 증권사 리테일 수요로 모집액을 채울 수 있었다는 평이다.

      이에 이달 22일 10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에 들어가는 대한항공(BBB+)에 관심이 쏠린다. 대한항공은 리테일 쪽에서도 꾸준히 인기를 보여온 회사지만 재무 부담 증가 등으로 지난해 두 번의 미매각을 기록한 바 있다. 여기에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격화하면서 운영 리스크도 불거진 상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우호적인 발행 환경에서 우량기업들은 기대 이상의 수요를 이끌어내고 있고, 그룹의 재무부담으로 크레딧 우려가 나온던 두산인프라코어나 업황 부진을 겪고 있는 현대제철 등도 연초 효과와 더불어 무리없이 수요를 확보해나가고 있다”며 “다만 BBB급 ‘간판’중 하나인 대한항공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크레딧 측면에서 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진 상황이라 BBB급 투심 회복 정도는 그 이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