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출신 사장 앉히며 포용의 리더십 기대
위기의 생명보험업...전영묵 사장은 '삼성생명맨'
위기 타개 위해 해외운용사 M&A 나설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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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이 현성철 사장의 후임으로 삼성자산운용의 전영묵 대표를 발탁함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보통 그룹 출신으로 삼성화재를 거친 인사를 삼성생명 대표로 선임했던 관례를 깬 파격적 인사인 까닭이다.
삼성생명 출신인 전 사장을 대표 자리에 올린 건 현 사장 임기에 불거진 조직원들의 불만을 추스르고, 생명보험업 위기 상황에서 솔루션을 만들어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전 사장의 이력을 봤을 때 해외자산운용사 M&A 가능성도 점쳐진다.
지난 21일 삼성 금융계열사들이 일제히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현성철(60) 삼성생명 사장이 물러나고 그 자리에 50대인 전영묵(55) 사장이 기용됐다. 올해 60세가 된 현 사장이 자진사퇴 의사를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자산운용 대표가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의 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졌다. 현성철 사장의 경우 삼성화재를 거쳐 삼성생명 사장으로 취임한 케이스다. 그간 삼성 금융사 인사에선 삼성화재에서 경험을 쌓고 최종적으로 삼성생명 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게 관례였다. 하지만 이번엔 삼성자산운용 대표를 삼성생명 사장 자리에 앉힌 것이다. '파격적인 인사'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이를 두고 내부에선 전영묵 사장에게 두 가지 '과제'가 주어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우선 흐트러진 조직을 다잡으라는 것이 핵심 배경으로 꼽힌다. 현성철 사장이 취임한 2018년 이후부터 삼성생명의 가장 큰 사업전략은 ‘비용절감’이었다. 1983년 제일합섬에 입사한 현 사장은 삼성SDI, 삼성카드, 삼성화재 등을 두루 거쳤다. 삼성카드 경영지원실 실장(CFO)를 맡았는데 당시부터 비용절감으로 유명했다.
이는 삼성생명에 와서도 계속됐다. 부서단위로 매주 비용절감 계획을 제출 할 정도로 비용관리에 신경을 썼다. 이러다 보니 일선 영업조직의 불만이 팽배해졌다. 대면 채널에서는 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해선 일정 정도의 비용이 불가피한데, CEO가 영업보다는 비용절감을 중시하다 보니 설계사 조직을 비롯한 직원들의 불만이 팽배해졌다는 후문이다.
한 삼성생명 관계자는 “현 사장이 비용절감에 적극 나서면서 직원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조직 분위기가 안 좋아진 측면이 있다”라며 “직원들의 조직에 대한 로열티가 많이 떨어진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 전영묵 사장을 전격 기용한 것은 ‘포용의 리더십’을 발휘하란 뜻으로 받아들인다. 이력만 놓고 보면 전 사장은 여태껏 삼성생명을 거친 CEO들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전임자인 현성철, 김창수 사장 모두 삼성생명 공채 출신이 아니다. 삼성그룹 비금융사 출신 인사로 분류된다.
하지만 전영묵 사장은 삼성생명으로 입사한 후 줄곧 삼성생명의 현업부서에서 경력을 쌓았다. 삼성생명 재무심사팀장을 거쳐 투자사업부장, 자산운용본부장까지 핵심 경력을 삼성생명에서 쌓았다. 'CEO 레벨'에 올라선 뒤 삼성증권과 삼성자산운용을 거쳤을 뿐이다. 즉 뼛 속까지 삼성생명 사람이라는 평가다.
그룹 출신 최고경영자로 인해 내부 불만이 팽배한 상황에서 삼성생명 출신인 전 사장을 다시금 친정으로 불러들임으로써 조직을 추스리라는 뜻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전 사장에겐 삼성생명이 처한 위기 상황에서 새로운 해결방식을 모색하라는 책무도 주어졌다. 삼성생명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은 8192억원으로 전년동기(1조5873억원) 대비 48.4%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3.43%로 전년 동기 대비 3.04%포인트 하락했으며, 운용자산이익률은 3.6%로 전년동기 대비 0.32%포인트 낮아졌다. 수입보험료도 역성장하거나 성장정체를 겪고 있다. 즉 보험사 수익의 핵심인 보험영업, 운용수익률 모두 하락세인 상황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단시간 내에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점이다. 보험상품에 대한 시장의 수요는 줄어들고 저금리 구조는 고착화 되어가고 있다. 글로벌 보험사는 한국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 업계 1위인 삼성생명에게조차도 이는 커다란 도전인 셈이다.
이런 점에서 전임자인 현 사장과는 다른 방식의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 비용절감만으로 생보산업의 위기를 돌파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전 사장을 전격 기용한 이유로 풀이된다. 전 사장은 자산운용부문에만 줄곧 일하면서 해외 자산운용사 M&A도 검토한 바가 있다. 국내에서 성장 전략을 찾기 힘들다면 해외 M&A 등을 통해서 활로를 찾을 것이라 보인다. 국내의 시장상황을 놓고 보면 운용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한 삼성금융사 관계자는 “해외 자산운용사 M&A 등을 통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내부적으론 삼성생명 조직 분위기를 쇄신하고, 대외적으론 해외진출을 본격적으로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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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1월 26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