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여행·유통株 흔들릴때 리스크 피해가는 '두문불출株'
입력 2020.01.31 07:00|수정 2020.02.03 09:46
    우한 폐렴 확산 우려에 글로벌 증시 타격
    여행·항공·소매유통업 대비 인터넷·게임업 주가↑
    반사이익 노리고 옥석 가리는 투자자들에 매력 부각
    •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공포감에 글로벌 증시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인터넷과 게임 종목은 오히려 수혜를 보고 있다. 바이러스 전염 우려에 이동을 자제하고 실내에만 머무르면서 ‘두문불출(杜門不出)’ 주식에는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 중국에서 시작된 전염병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 지역에서도 감염 사례가 확인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부담을 주고 있다. 23일 이후 S&P500지수는 -2.7% 하락했고, 유럽과 일본 등도 -2%대의 약세를 보였다. 국제유가는 급락했고 금은 올랐다. 코스피도 28일 전거래일보다 3.09%(-69.41포인트) 급락했다. ‘공포지수’라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도 28일 전 거래일보다 19.22% 오르며 15개월여만에 최대 낙폭 기록을 갈아치웠다.

      급락에 따른 반발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지수 대부분 다시 소폭 반등했지만 불확실성 불씨는 아직 꺼지지 않았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도 29일(현지시각) 기자회견을 통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비롯해 경제 전망에서 불확실성은 남아있다(Uncertainties about the outlook remain, including those posed by the new coronavirus)”고 평가했다.

      여러 대내외 변수가 있어 전염병에 따른 글로벌 증시 영향 변별과 단순 비교에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실물보다는 심리적 위축으로 주식시장이 약세를 보였던 현상은 어느 정도 공통적인 부분이 있다. 그간 전염병은 S&P500 지수 하락세와 비슷한 맥을 보여왔다. 씨티그룹 보고서에 따르면 S&P500지수는 2003년 사스(12.8%), 2013~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5.8%), 2015~2016년 지카 바이러스(12.9%) 때 6%에서 13%까지 하락했다.

    • 사스 발병 당시 글로벌 증시 가운데 가장 큰 타격(-30%)을 입었던 코스피 시장의 투자자들은 질병 리스크를 우려해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는 업종을 찾으며 옥석을 가리는 분위기다.

      증권가는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여행·소매유통·항공 업종의 타격을 예상하고 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방한 중국인 회복 기대감으로 주가 상승이 두드러졌던 화장품 브랜드나 면세점 등의 주가 낙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며 “과거 사스가 창궐했던 2003년 2~3월 당시 대한항공, 하나투어, 신세계를 중심으로 유관 업종이 단기간 코스피 대비 부진한 모습을 보인 바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타 업종 대비 인터넷·컨텐츠·미디어 등 소프트웨어 업종은 상대적으로 바이러스의 확산으로부터 자유로워 선호 강화가 예상된다. 비슷한 근거로 대표적인 내수산업인 음식료는 외식이 위축되는 대신 내식 관련기업들이 제한적인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노종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스로 아시아 주식시장은 한 달 내외 하락을 겪고 반등했지만 이 기간 수익률 아웃퍼폼을 보인 업종인 인터넷, 게임 등 소프트웨어 업종과 미디어 업종에 주목한다”고 분석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도 네이버(쇼핑, 검색), 카카오(광고, 음악, 커머스), 엔씨소프트(게임), CJ ENM(홈쇼핑, 영상, VOD), 스튜디오드래곤, 제이콘텐트리(드라마, VOD), 에코마케팅(미디어커머스)의 국내 수요 증가 가능성을 예상했다.

      실제로 네이버·카카오·엔씨소프트·네오위즈 등 인터넷과 게임 종목은 주식시장에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네이버는 4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했음에도 28일 종가(17만8500원) 대비 소폭 오른 18만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엔씨소프트도 같은 기간 63만원대에서 현재 65만원선에서 거래 중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그간 각종 질병 리스크를 거쳐온 주식시장 투자자들이 경험칙으로 과거 전염병 확산 당시와 비교하며 투자 종목을 찾고 있는 상황”이라며 “바이러스 공포감에 사람들이 집 밖을 나오지 않으면서 이와 관련한 인터넷이나 게임 종목들이 때 아닌 호황을 겪고 있는데 과거 전염병 확산 때마다 S&P500지수는 조정을 받아왔지만 넷플릭스(Netflix)는 대부분 피해왔던 것과 비슷한 사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