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케이손보 신용등급 강등…하나금융, 밑빠진 독에 물 붓나
입력 2020.01.31 07:00|수정 2020.02.03 09:45
    하나금융에 '불똥'…SPA 뒤 RBC비율 위해 자금 추가투입?
    손해율 95%인 車보험만 70%…'역마진' 고금리상품은 70%
    한신평, 더케이손보 등급 강등…"포트폴리오 다변화해야"
    • 더케이손해보험(이하 더케이손보)의 보험금지급능력평가 신용등급이 한 단계 강등됐다.  자동차보험에 편중된 수익구조와 고금리 장기보험의 이자부담 등으로 인해 위험기준 자기자본(Risk Based Capital·RBC)비율 변동성이 높아질 우려 때문이다. 당장 지난해 연간으로 큰 폭의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비은행부문 강화를 위해 더케이손보를 인수하려던 하나금융지주가 인수 후 예상보다 훨씬 많은 자금을 추가 부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23일 수시평가를 통해 더케이손보의 보험금지급능력 신용등급을 A(안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한 단계 강등했다고 28일 공개했다. 자산실사 과정에서 나타난 대규모 손상차손ㆍ적자 지속 및 낮은 자본유지능력으로 인한 RBC 비율의 급격한 하락ㆍ자동차보험에 편중된 보험포트폴리오로 인한 낮은 수익성 등을 반영했다는 평가다.

      앞서 지난 21일 하나금융은 이사회를 통해 더케이손보의 지분 70%를 1000억원 가량에 인수하기로 의결했다. 저렴한 가격으로 비은행사업 부문을 확장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나금융은 주식매매계약(SPA) 체결과 금융지주회사 자회사로의 편입 승인 심사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 신용등급 평가에 반영됐듯이, 더케이손보의 내부 관리부실과 적자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당장 인수 후 더케이손보의 RBC비율 유지를 위해 천억 단위의 자금이 투입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더케이손보 RBC비율은 169%에 머물고 있다. 일반적으로 위험 기준으로 평가되는 150%에 성큼 다가서있는 상황이다. 1500억원 안팎인 더케이손보의 자기자본을 감안하면, 최소한 천억 단위의 신규 자금이 투입돼야 200% 이상의 안정적인 수준으로 돌아갈 것으로 분석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아직 하나금융지주가 본계약을 체결하지는 않아 실제로 투입해야 할 자본이 얼마나 될 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실제 인수 시 RBC 비율 관리를 위해 자본을 추가로 투입해야 할 필요성은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PF대출에서 대규모 자산부실이 발생한 점 역시 자본비율에 부담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문제가 된 부동산PF대출은 2017년 9월부터 이듬해 11월까지 취급된 총 4건으로 직원의 관리 부실로 인해 채권보전조치나 신용보강사항 등이 누락됐다는 설명이다. 이로 인한 손상차손은 지난해 9월 기준 24억원 정도다. 추가적인 대규모 손상차손이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총 자산손실이 자기자본의 10%를 상회하는 수준일 것으로 전망된다.

      저축성보험에서의 저수익성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더케이손보는 전체 장기보험의 약 70%가 역마진이 나는 상품으로 알려진 고금리 확정형 저축성 상품이다. 금리변동에 따라 고금리 확정형 저축성상품에서의 이자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나금융이 더케이손보를 인수하려던 시도 자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손해율이 다소 높고 성장성이 제한된 자동차보험에 편중된 보험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손해보험사라는 이유에서다. 더케이손보는 원수보험료의 약 63% 정도가 자동차보험으로 구성돼 있다. 더케이손보는 자동차보험 전문회사로 출범한 이후 2014년 종합손보사로 승격됐지만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크게 이루어지지 않은 모양새다.

      자동차보험의 비율이 높은 가운데 해당 보험상품의 손해율이 증가추세여서 적자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손해율은 지난해 9월말 기준 95% 정도로 2017년 대비 7.4%포인트 증가했다. 게다가 더케이손보는 교직원공제회(100%)가 100% 출자한 회사로 자동차보험의 영업 대상은 주로 교직원이어서 성장성이 제한적이고 규모의 경제 효과도 불가능하다는 평가다.

      해당 부실요소들은 더케이손보에 큰 적자를 야기해 여유 자본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RBC비율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IFRS17이 도입되기 전 고객에게 지급할 보험금의 일부를 적립금으로 쌓아야 하는 보험사들은 자본확충 이슈에 당면해 있는 상황인 만큼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아직 SPA 체결 전이라 입장을 밝힐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