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리스트 3인 후보 치열한 경쟁
'선출 작업 정치판 됐다' 내부서도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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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장 선출이 늦어지고 있다. 정권 실세 이름이 오르락내리락하며 후보들간의 ‘진흙탕 싸움’도 심화하고 있다. DLF사태와 관련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중징계가 통보됨에 따라 금융지주 전체가 혼란에 빠졌다. 일단 은행장 선정 일정은 일주일가량 연기된 것으로 보이지만, 섣불리 선출하기가 쉽지 않은 형국이다.
지난달 31일 우리금융지주 이사회는 우리은행장 선임 일정을 연기했다. 당초 이날 임원 추천과 함께 우리은행장 단독후보를 추천하려고 했으나, DLF 제재 조치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거취가 불안해지면서 선임 일정에 대해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한 우리금융 관계자는 “일주일 정도 우리은행장 선임이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라며 “숏리스트에 뽑힌 인사가 바뀔 가능성은 높지 않으나, 현재로선 모든 상황이 열려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3인의 후보가 우리은행장 후보로 올라있다. 우선 가장 유력한 후보로는 김정기 우리은행 부행장이 거론된다.
김 부행장은 지난 1989년 상업은행으로 입행한 뒤 우리은행 전략기획부장, 개인고객본부영업본부장 대우, 대외협력단장 등을 거쳐 현재 영업지원부문 겸 HR그룹 부문장을 맡고 있다. 김 부행장은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발탁한 인사로 잘 알려져 있다.
우리은행장 선임이전부터 사외이사를 비롯해 현 경영진이 강조한 사항이 손 회장과 손발을 맞출 수 있는 인사를 뽑자는 것이었다. 김 부행장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다만 손 회장의 거취가 불투명한 상황이라서 이런 부분이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가늠하기 힘들다.
손 회장 연임을 예측하기 힘들어지면서, 7인의 롱리스트에는 들었지만 3인의 숏리스트 후보에 들지 못한 조운행 우리종합금융 사장은 아쉬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
우리은행장 후보 7인이 나왔을 때 내부에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 후보가 김정기 부행장과, 바로 조운행 우리종합금융 사장이었다. 둘다 모두 상업은행 출신으로 내부에서 신망이 높았다. 다만 두 사람에 대한 평가가 갈린 부분은 손 회장과의 관계였다.
조 사장은 경희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상업은행에 입사해 우리은행에서만 30여년을 근무했다. 우리은행에서 여신정책팀 수석산업분석역, 검사실 수석검사역, 전략기획부장 등을 맡았다. 현 정부의 핵심 인사와도 가까울 정도로 넓은 네트워크를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그룹 내에서 손 회장과의 관계가 원만하지는 않았다는 평가다.
한 우리금융 관계자는 “둘다 상업은행 출신이고, 네트워크만 보면 조 사장이 여러 후보들 가운데 앞서 있었다”라며 “다만 손 회장과의 관계가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은행장 선임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현 시점 기준 외부인사 중 막판에 강력한 변수로 떠오른 인물이 권광석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 대표다. 권 대표는 1988년 상업은행에 입행한 후 우리은행에서 대외협력단장(상무) 및 IB그룹장(부행장)을 거쳐 우리PE, 새마을금고 대표를 맡았다.
현 정권에서 금융권 핵심 인맥으로 떠오른 '울산 학성고’ 라인으로, 해당 학교를 졸업한 이번 정권 실세와도 가까운 것으로 시장에서는 알려지고 있다. 권 대표가 조 사장을 밀어내고 막판 숏리스트에 올라간 것도 이런 '라인' 및 그의 발 넓은 네트워크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울러 그는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측 인사로 분류된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는 각을 세우는 관계로 알려졌다. 내부에선 권 대표가 우리은행장이 된다면 내부갈등이 극대화 될 것으로 우려가 적지 않다.
상대적으로 이동연 우리FIS 대표는 관심을 덜 받고 있다. 한일은행 출신인 이동연 대표는 우리은행 연금신탁사업단 상무와 중소기업그룹 집행부행장, 국내 부문 겸 개인그룹 집행부행장을 역임했다. 1961년생으로 현재 숏리스트에 오른 후보 중 가장 연장자인데다 한일은행 출신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고 있다.
누가 되든 차기 우리은행장의 어깨가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회장 자리를 불안하게 둘 수 없다는 점에서 우리은행장이 임시로 금융지주 전반을 컨트롤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회장과 행장을 분리키로 한 이사회 결정도 현 시점에서는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2인자조차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새 회장과 새 행장을 뽑아 일을 맡기는 건 불확실성을 너무 키우는 일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한 은행 관계자는 “여전히 정부가 최대주주로 있다 보니 외풍에 약하다”라며 “이번 은행장 선임 절차에서 그런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내부에선 이번 기회에 지배구조 체제 전반을 뜯어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해묵은 한일-상업은행 출신의 은행장 주고 받기 등 정무적 판단에 따라 은행장이 선임되는 전례가 사라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위기가 온 지금이 바로 전체적인 인사 시스템을 손봐야 할 적기 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앞으로 우리금융지주 회장 자리를 놓고 근본부터 고민해야 한다”라며 “손 회장 체제 유지가 힘들 경우 회장 선출 작업을 다시금 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기회에 금융지주에 CEO 풀을 만드는 지배구조 정비작업이 수반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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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1월 31일 17:15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