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악화·M&A에 손보사 사장들 대폭 교체
입력 2020.02.03 07:00|수정 2020.02.04 09:26
    현대해상·한화손보 등 장수 CEO 교체
    부진한 실적 영향 커
    새로운 CEO들 비용절감·구조조정 나설 듯
    • 손해보험사들의 어려움이 연말인사에도 드러나고 있다. 실적 악화와 인수합병(M&A) 이슈로 인해 손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잇따라 교체됐거나 교체될 전망이다. 새로운 CEO를 맞은 손보사들은 비용 절감, 구조조정에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보험권에 따르면, 손보업계 대표적인 장수 CEO인 이철영 현대해상 부회장이 3월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퇴진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2007년 현대해상 대표이사에 올랐다. 중간에 잠시 자리를 비운 적이 있으나, 햇수로 10년이나 현대해상을 이끌고 있다. 1950년생인 이 부회장은 금융권에서도 나이가 가장 많은 편에 속한다.

      이 부회장은 회사 내에서 포용의 리더십으로 통했다. 새로운 사장, 부사장들이 공격적인 경영으로 실적을 압박할 때 내부의 고충을 들어주고 조율하는 역할을 했다. 직원들 사이에서도 평판이 좋았다. 인사 등 큰 결정에 주로 관여해온 현대해상의 상징과 같은 존재였다는 평가다.

      이런 무게감 있는 이 부회장이 퇴진이 언급되고 있는 배경으로 우선 회사의 악화한 실적과 쇄신 분위기가 꼽힌다. 지난해 1~3분기 현대해상의 순이익은 2362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3.9%가 줄었다.

      4분기 전망도 우울하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현대해상의 4분기 이익이 컨센서스를 67.1% 하회하는 119억원으로 예상된다. 실손보험 손해율과 사업비율이 동반 상승하면서 실적이 크게 악화하고 있다. 특히 실손보험을 포함한 장기보험 위험손해율은 업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현대해상의 3분기 누적 장기보험 위험손해율은 95.6%로 업계 1위 삼성화재보다도 10%포인트 이상 높다. 이는 서태창 전 현대해상 사장 시절 공격적으로 실손보험 판매에 나선 탓이 크다. 당시 실손보험 업계 1위를 목표로 팔아놨던 상품이 이제는 독이 되어 돌아온 결과다.

      자동차보험이야 매년 갱신하면 된다고 하지만 장기보험인 실손보험은 회사에 불리한 약관을 계속해서 가져가야 한다는 점에서 보험료 인상 말고는 딱히 대안이 없다. 하지만 현 정부에선 실손보험 인상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 이는 주가에도 고스란히 반영돼 현재 주가는 1년 전 주가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져 있다.

      다른 손보사 관계자는 “그간 팔아놓은 실손보험으로 인해 당장 상황이 좋아지기 힘들다”라며 “새로운 CEO가 와서 할 수 있는 거라곤 비용절감, 구조조정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퇴진설에 대해 이에 대해 현대해상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거취에 대해 아직 결정된 바 없다”라고 해명했다.

      한화손보의 상황도 현대해상과 다르지 않다. 박윤식 한화손보 사장도 3월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회사를 떠나는 것으로 전해진다. 박 사장은 2013년부터 한화손보를 이끌고 있는 손보업계 장수 CEO 중에 하나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까지 전년동기 대비 순이익이 8분의 1로 줄어들 만큼 회사의 실적이 저조했다. 이에 대한 책임을 지는 모양새다.

      사모펀드인 JKL파트너스로 주인이 바뀐 롯데손보도 지난해 새로운 CEO를 앉혔다. 최원진 롯데손보 사장은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 사무관,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 서기관, JKL파트너스 전무 등을 역임했다. 최 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희망퇴직을 받는 등 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나금융이 인수한 더케이손보도 M&A가 마무리되면 CEO 교체와 함께 전열을 다듬을 것으로 보인다. 인수 자금 외에도 수천억원의 신규자금이 들어갈 전망인 만큼 대대적인 개편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인수가 마무리되지 않아 아직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 말해 줄 수 없다”라고 말했다.

      다만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대형사들은 CEO를 유임시키며 기회를 엿보고 있다. 삼성화재, DB손보, KB손보는 CEO 교체에 나서기 보단 안정을 택했다. 지난해보다 올해 손보업계의 어려움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경쟁사보다 여력이 있는 회사들은 오히려 올해가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적기로 판단하고 있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최근 몇 년새 치킨게임이 지속됐다”라며 “체력이 없는 보험사들이 하나 둘씩 등장하고 있는 올해 오히려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는 손보사들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