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생산중단 현실화...올해 영업이익률 5% 목표도 '빨간불'
입력 2020.02.04 18:34|수정 2020.02.04 18:34
    노사 협의 끝에 전 공장 11일까지 '휴업' 결정
    '판매감소' 이은 '가동률 하락' 1분기 실적 타격
    제네시스 등 고수익 차종 감산…수출에도 영향
    가시화한 수익성 '5%' 목표 다시 불확실성 놓여
    • 지난해 어닝서프라이즈로 부활 신호탄을 쏘아올린 현대자동차가 우한 폐렴이라는 암초와 맞닥뜨렸다. 와이어링 하네스 수급 차질로 생산공장 가동중단이 현실화하며 올해 영업이익률 5% 목표 및 중국시장 회복 등 계획에도 다시 빨간 불이 켜젔다는 평가다.

      4일 현대차 노사는 실무협의를 갖고 울산 5공장 가동중단을 시작으로 7일부터 11일까지 울산공장 모든 라인에서 휴업에 들어가기로 합의했다. 중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으로 현지 협력사들이 와이어링 하네스 공급에 차질을 빚으면서다. 와이어링 하네스는 완성차 내 기계적 요소를 전장화하는데 사용되는 전선 뭉치다.

      가시화하고 있다고 평가 받던 올해 영업이익률 5% 목표에 대한 불확실성도 높아졌다. 처음 목표를 내놨을 때만 해도 시장에선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지만 현대차가 지난해 영업이익을 52%나 끌어올리자 달성 가능한 목표로 평가가 반전됐다. 현대차도 컨퍼런스콜에서 원가절감 및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의 믹스개선을 통해 목표달성을 약속했다.

      그러나 당장 1분기 실적부터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현대차 투자자들은 계절성으로 인한 1월 판매하락에 이어 2월부터 시작될 가동율 하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5공장이 가동을 중단한 4일, 현대차는 1월 판매 실적을 발표했다. 현대차에 따르면 1월 명절 연휴 영향으로 국내 판매량이 21% 감소하며 도매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3.6% 하락했다. 원가절감이 전사적 과제로 부상한 상황에서 판매 및 생산감소가 지속되는 건 뼈아프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가장 먼저 중단된 5공장의 제네시스 라인업과 7일부터 시작될 팰리세이드·GV80·그랜저 등 고부가가치 차종의 생산중단이다. 각 차종들은 사실상 현대차 실적개선을 이끌어온 모델들로 지난해부터 현대차가 공들여온 믹스개선의 핵심으로 꼽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체 판매량에서 제네시스 비중이 적은 것 같지만 수익성에서는 별개 이야기"라며 "투싼이나 넥쏘는 당장 수익성에 큰 영향이 없어도 제네시스 G90, GV80는 마진 구간이 다르다"고 했다. 울산 5공장은 이번 사태로 인해 가장 긴 기간 가동을 멈출 예정이다. 이어 출고지연 중인 팰리세이드와 그랜저까지 감산이 결정되며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란 전망이 나온다.

      타 업체보다 인건비 부담이 큰 것도 부담이다. 설상가상으로 현대차 노조는 돌발사태로 인한 휴업 결정에도 100% 임금을 요구하고 나서며 휴업 계획 합의에 난항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로선 가동률 하락으로 인한 생산차질과 출고대기 지연에도 인건비는 그대로 떠안게 된 셈이다.

      중국시장 판매회복 목표에도 차질이 생겼다. 현대차는 올해 중국시장 판매목표를 지난해보다 12.3% 높은 73만대로 책정했다. 중국 완성차 시장도 지난해말 들어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지만, 우한 폐렴 사태로 불확실성이 확산하며 중국시장 회복도 점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사태 장기화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사태의 원인이 된 와이어링 하네스는 완성차 업계에서 부가가치는 낮지만 부피가 큰 대표적인 품목으로 꼽힌다. 원가절감 대상으로 통하기 때문에 중국 및 동남아 지역에 생산기지가 진출해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원가절감 노력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분석도 나오는 상황이다.

      증권사 현대차 담당 한 연구원은 "하네스 부품 때문에 제네시스 차량을 생산하지 못할 정도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며 "오전만 해도 수급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 거로 봤지만, 전면 휴업에 들어가는 걸 보면 현지 협력업체가 언제 정상 가동할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현대차는 휴업 마감일인 11일까지 국내와 동남아 지역에서 수급대책을 마련해 휴업을 최소화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