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싸한 명분으로 포장…앞뒤 달랐던 강성부 대표의 '말말말'
입력 2020.02.06 07:00|수정 2020.02.07 09:46
    강성부 대표, 지난 발언들 중 논리가 상충된 포인트4
    • 어제의 적(敵)이 오늘의 동지(同志)가 됐다. ‘호텔 사업 매각’을 꾸준히 강조하며 사실상 조현아 전 부사장에 화살을 겨눴던 KCGI는 조 전 부사장과 연합을 선택하면서 펀드 이익을 위해 적을 모시는 상황을 스스로 연출했다.

      KCGI는 지난 몇 달 간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이슈를 주도해왔다. 지분을 추가 매입해 단일 주주로는 최대인 17.29% 수준까지 확보하면서 존재감을 과시해왔다. 한진그룹 오너 일가 중 누구에게 힘을 실어주느냐에 따라 경영권 판도도 갈릴 수 있는 상황이어서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3월 주주총회를 목전에 두고 KCGI가 꺼낸 카드는 '최악'의 결과를 낳을 것으로 전망된다. 땅콩 회항 사건을 일으키며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오늘의 한진그룹 사태를 야기한 장본인을 선택, 자신들이 내세운 지배구조 개선과 기업 정상화라는 명분을 스스로 파기했다.  '행동주의 펀드'라는 정체성을 완전히 상실했다는 평가마저 받게 됐다.

      따져보면 강성부 대표가 내놓았던 발언에서도 앞뒤가 맞지 않거나 본인의 주장을 스스로 뒤집는 '내로남불' 상황이 적지 않았다.

      그간 KCGI는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해 대한항공의 높은 부채비율을 초래하는 호텔 부문 매각을 꾸준히 강조해왔다. 재무 상황을 개선시켜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명분이었다.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명분이 행동주의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라고 강조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연합군으로 데려온 조현아 전 부사장은 2014년까지 대한항공 호텔사업본부 본부장을 맡았고 호텔 부문 매각을 철저히 반대해왔던 인사다. KCGI가 조현아 전 부사장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간 강조한 호텔 매각을 계속 주장할지부터 미지수다.

      행여 KCGI가 그간 강조했던 호텔 부문 매각에 대한 요구를 슬그머니 접어버릴 경우에는 KCGI의 진정성 자체가 의심 받을 상황이 된다.

      경영권 참여 의지도 말이 바뀌었다. KCGI는 한진칼에 첫 투자를 할 당시만해도 한진그룹 경영에 참여할 의도가 아니라고 밝혔다. 심지어 자사가 만든 유튜브 영상을 통해 “경영권을 행사한다는 생각을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 경영권 찬탈은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밝히기까지 했다.

      그러나 지금 KCGI는 전문경영인 도입 등 꽤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KCGI의 추천인사가 사내이사 또는 사외이사에 포함돼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투자자들은 KCGI가 경영에 깊숙이 관여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런 강성부 대표의 태도는 그간  한진그룹과의 대화 과정에서도 적잖이 나타났다. 양측이 대화 창구를 마련하고 서로간의 요구사항을 조율해보자는 회사 측 요구에도 불구, 강성부 대표가 약속했던 자리에 나타나지 않거나 대화 자체를 거부했던 사례도 적지 않았다.

      KCGI가 결국 어떤 펀드인가는 '수익'을 위해 지분을 처분하는 시점에서도 색깔이 드러날 전망이다.

      강성부 대표는 "한진그룹 지배구조가 개선되기까지는 한진칼 지분율을 절대 줄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KCGI가 펀드라는 점을 고려하면 투자금 회수 전략은 불가피하다.

      강 대표 발언대로라면 이번 주총 승패여부와 관계없이 한진칼 지분을 꾸준히 보유하고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이끌어 내야한다. KCGI의 투자금 회수 시점은 ‘한진그룹의 지배구가 개선됐음'을 투자자들로부터 인정받는 시점이 되야한다는 의미다. 그렇지 못하고 한진그룹에 이렇다할 변화를 유도하기보다는 최고가 매각에 중점이 맞춰질 경우, KCGI는 어디까지나 이익추구가 우선인 기업사냥꾼에 불과했다는 평가를 피해가기 어렵다.

      현실적인 어려움도 남아 있다. 이번 주주총회가 끝나고 '승자'의 윤곽이 그려지면 경영권 분쟁을 기대하고 올랐던 한진칼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KCGI로서는 그간  차입을 통해 지분율을 늘려왔기 때문에 주가하락시 재원 마련에 어렵다는 점에서 향후 지분율을 늘리거나 유지하는데도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결국 실리를 선택해서 한진칼 주가가 고점일 때 팔고 나갈 건지, 혹은 호텔 매각이나 부채비율 감소 등 당초 명분을 모두 실현하고 나갈 것인지 선택지가 좁혀져 버렸다.  명분도 실리 중 어느 한쪽은 반드시 포기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어 자기 논리에 발이 묶이게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