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배려없는 아시아나항공, 시장 관심도 줄어든다
입력 2020.02.07 07:00|수정 2020.02.10 10:19
    • #1 “아시아나항공은 최근에 IR을 안 한 지 꽤 됐다. 제일 답답한 건 매각된 후 회사 측 계획이나 비전을 발표해야 하는데, 애널리스트들에게 한 번도 말해준 적이 없다. 하물며 물건을 사거나 팔 때도 이렇게는 안 한다” - A증권사 애널리스트

      #2 “대주주가 바뀌었고 여러 사건을 거치면서 IR을 꺼릴 순 있겠지만 상장기업이 그래도 되는지는 의문이다. 항공사 업황이 점점 좋지 않아 주가가 잘못하면 크게 빠질 수 있고, 무엇보다도 이 기간이 길어질수록 시장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소외 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건 더 큰 문제다” -B증권사 애널리스트

      증권사 유관업종의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불만이 새어나오고 있다. 회사 사정상 공식적인 기업설명회(IR)를 진행하기에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나, 여러 굵직한 이벤트를 겪으면서 주주들을 포함한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된 비전 제시를 계속 미루는 것에 대한 답답함의 토로다.

      공식적인 큰 IR 행사는 통상 1년에 한 번은 개최했지만 지난해부터는 열지 않고 있다.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논딜로드쇼(NDR)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IR팀과 애널리스트 간 1대 1 비공식 채널 소통도 간혹 있었지만 한 증권사 항공 담당 애널리스트는 “당시 제공된 정보는 굉장히 제한적이었다”고 말한다.

      회사 입장에선 지난해 여러 이슈로 진통을 겪어와 IR을 열기 어려운 사정은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3월 감사인으로부터 2018년 재무제표 감사의견에서 ‘한정’을 받았다. 이후 회계법인의 지적 사항을 수용하면서 재무제표를 정정했고, 재감사에선 ‘적정’ 의견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2018년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줄어들고 부채비율도 크게 증가하면서 논란은 쉽게 종식되지 않았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그룹 회장직과 계열사 두 곳의 대표이사 및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 직접적인 배경이기도 하다.

      지난해 12월말 HDC현대산업개발에 매각되며 31년만에 주인이 바뀌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안이 거부당한 후 매각을 결정한 4월부터 장장 9개월이 걸렸다. 현재는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해 아시아나항공이 취항한 외국 정부들을 상대로 기업결합심사 승인을 받는 절차가 진행 중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IR을 아예 안 한 건 아니고 공식적인 행사를 하지 않았을 뿐이다. 감사의견 ‘한정’도 받고 매각 과정을 거쳐왔던 영향이 있었고, 지금은 IR을 해봤자 매각 관련 사항에 대한 내용이 주가 될 테니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 이 이슈가 정리되면 IR을 재개할 것”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상장기업으로서 주주들에게 회사의 상황과 미래 계획, 인수 후 범현대가와의 시너지 방안 등에 대해선 전혀 소통이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엔 돌아볼 필요가 있다. IR은 상장기업이 투자자를 대상으로 회계정보뿐 아니라 회사의 미래계획 등을 제공하는 일종의 마케팅 활동이다. 주가나 재무제표 등 상장사의 기업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방법들이 많지만, 숫자로는 판단이 어려운 투자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자리다.

      회사가 밝힌 청사진이 없다 보니 애널리스트들이 최근 내놓는 아시아나항공 리포트는 대개 인수 이후의 비전에 궁금증을 던지고 있다. 지난달 13일 김영호 삼성증권 애널리스트가 발표한 아시아나항공 리포트 제목은 ‘대주주 변경 후의 청사진이 궁금해지는 구간’이었다.

      다른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아시아나항공이 지난해 IR팀 조직 개편도 거쳤지만 내부적으로 공식 IR을 진행할 상황이 아닐 것”이라며 “HDC현대산업개발 실사단이 원래는 강서구 오쇠동에 있는 아시아나항공 본사로 들어가려 했지만 그것도 아직 안 되는 상황인 걸로 안다. 현산 측에서도 완벽하게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파악이 되지 않은 상황이라 양사 모두 방향성을 제시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HDC현대산업개발 리포트로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증권가의 투자의견을 어느 정도 간접 파악은 가능했다. 김선미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21일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인수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있다”며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보류’로 변경했다. 목표주가는 제시하지 않았다. “향후 아시아나항공 정상화 방안이 확인되고, 그에 따른 가치 산정이 가능해질 때 목표주가와 투자의견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증권가에선 다른 국적항공사인 대한항공과의 비교도 자주 언급된다. 그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적항공사들은 IR에 큰 신경을 쓰지 않기로 업계에선 유명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지난해부터 IR을 적극적으로 개최하면서 주주와 소통하려는 분위기로 변화하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주주관리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던 대한항공도 IR을 요즘 열심히 한다. 비록 경영권 분쟁에 휘말린 상황에서 의도가 다분한 주주 소통인 면도 있지만, 아예 소통조차 하지 않는 아시아나항공보다는 낫다고 본다”고 전했다.

      더 큰 문제는 아시아나항공이 점점 시장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애널리스트들은 대체로 “이제는 회사의 미래가 궁금하지 않다. 주주소통을 게을리 하는 만큼 관심도도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항공사들 모두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어려운 상황에서 미래 비전에 대한 방향성 없이 단기 실적만 보고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투자의견을 제시할 순 없다. 불황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인지 투자자들에 확신을 심어줘야 하는데 아시아나항공은 스스로도 확신을 얻지 못한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