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IB 되는 하나금투, '해외 대체투자' 늘릴 듯
입력 2020.02.07 07:00|수정 2020.02.06 17:35
    4997억 유증으로 자본 '4조원' 달성…"발행어음업 신청할 것"
    IB·S&T로 급성장한 하나금투…'해외 대체투자' 규모 늘릴 듯
    저금리에 발행어음업 '부진'…한정된 투자지역에 우려 상존
    • 초대형금융투자사업자(초대형IB)가 될 하나금융투자는 4조원에 달하는 자기자본을 어디에 활용해 수익을 낼까. 라임사태로 프라임브로커리지(PBS) 사업 진출은 쉽지 않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은 정부의 강력한 규제가 기다리고 있다.

      결국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기업대출 및 현재 주력 사업인 해외 대체투자에 상당 부분 할애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하나금융투자는 지난 2년간만 따져왔을때 국내 최대의 해외 대체투자 투자자다.

      하나금융지주 이사회는 지난 4일 하나금융투자에 4997억원을 유상증자하는 안건을 결의했다. 최근 2년새 무려 1조7000억원을 하나금융투자에 투입한 셈이다. 2018년 두 차례의 증자로 하나금융투자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대형IB) 자격을 확보했다. 실제 종투사 라이선스가 금융위원회에서 부여된 건 지난해 7월의 일이다. 그로부터 5개월도 지나지 않아 초대형IB로의 길을 터준 셈이다.

      사실 비은행 부문 강화에 나선 하나금융그룹은 증권 육성 외에는 이렇다 할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다. 하나금융투자는 지난해 2800억여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는데, 전년대비 84%나 늘어난 수치다. 은행을 제외하고, 다른 계열사의 지난해 연간 순이익을 모두 합쳐도 하나금융투자 하나에 미치지 못한다.

      하나금융투자 호실적의 배경엔 순자본비율(신 NCR)을 활용한 대체투자 집중 전략이 자리잡고 있다. 하나금융투자의 증권중개수수료는 2018년 1440억여원에서 1040억여원으로 28% 급락했는데, 이를 대체한 게 인수주선 및 자문수수료였다. 여기서만 지난해 2100억여원을 벌었다. 전년대비 48% 늘어난 수치다.

      이런 성과는 대부분 해외 대체투자에서 유래된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정보업체 컬리어스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최근 2년간 해외 부동산에 가장 많은 자금을 투자한 국내 투자사가 바로 하나금융투자다. 최근 5년간으로 시야를 넓히면 여전히 미래에셋대우가 1위지만, 하나금융투자와의 차이는 매우 근소하다.

      증권가에서는 이 때문에 하나금융투자가 '초대형IB' 라이선스를 획득한 이후, 해외 대체투자 등 IB 부문을 더 크게 확대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PBS의 경우 내부 검토는 했지만 종투사 라이선스 획득 이후 라임사태가 커지며 당장 비집고 들어갈 시장 틈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늘어난 자본력으로 기업여신 및 신용공여를 늘리며, 일부는 해외 대체투자에 집중하는 현 전략을 고수할 거란 평가다.

      한 시장관계자는 "하나금융투자가 워낙 해외부동산 투자를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며 "관련 계열사와 협업해서 할 것 같다"고 말했다.

    • 초대형IB 자격을 획득한만큼 자금 동원력이 지금보다 더 커질 수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오는 3월 증자 완료 후 곧바로 초대형IB 라이선스를 신청할 예정이다. 발행어음업 인가까지 받으면 8조원까지 어음을 발행할 수 있다.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 중 30%는 부동산 및  해외 대체투자부문에 활용할 수 있다.

      물론 발행어음의 사업성은 예상과 달리 점점 빡빡해지고 있다. 최근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투자 대상은 줄어들고 있고 라임사태 이후 단기에 큰 수익률을 내는 고위험 채권에 투자하는 데 반감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발행규모 경쟁을 벌이던 기 인가 초대형IB들도 최근엔 발행어음 덩치 경쟁에 그리 큰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역마진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하나금융투자의 리스크가 해외 대체투자에 더욱더 쏠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미국 부동산 자산가격의 상승 등의 이유로 미국 부동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영국 등 유럽으로 옮겨졌지만 브렉시트로 인한 불안정성으로 인해 프랑스, 독일 등으로 다시금 이동하는 중이다. 투자 대상국이 제한될수록 경쟁이 심해질 경우 자산의 가격이 상승해 수익률이 하락할 우려가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발행어음 조달 자금의 30%를 해외부동산에 사용할 수는 있다"면서도 "미리 예단할 수 없으며 어떻게 사용할지는 경영진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