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탁위 구성부터 갈 길 먼 국민연금…"대한항공 주총 변수 안될 것"
입력 2020.02.11 07:00|수정 2020.02.12 09:26
    대항항공 주총 이사진 4명 교체·재선임 예상
    우기홍 사장 연임안 ‘반대 명분 크지 않아’
    이사진 보수한도 기관투자자 반발도 예상
    29일 연금법 시행령 개정안 공포, 수탁위 개편 중
    “2달 남았는데, 인사추천 중” 정상활동 우려도
    • 지난해 한진그룹 주주총회를 달군 계열사는 단연 대한항공이었다. 고(故) 조양호 회장은 국내 기업 총수 중 처음으로 외국인·국내 기관투자가들의 반대에 부딪혀 사내이사직을 내려놔야 했다.

      올해는 지난해 국내외 주요 연기금들이 개별 안건마다 반대표를 던졌던 모습과는 기류가 다소 달라졌다. 대한항공은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고, 국민연금이 꾸준히 반대해온 조 회장 일가의 독단적인 경영참여도 사실상 차단됐다. 공개서한을 보내며 적극적인 주주권행사를 예고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 국민연금의 공식 행보도 눈에 띄지 않는다.

      대한항공은 오는 3월 말 주주총회 개최를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정기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우기홍 사내이사(사장)의 연임 ▲이수근 사내이사(기술부분 부사장) 연임 ▲사외이사 2명 선임 안건이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지분 11.4%를 보유한 2대주주다. 국민연금은 2018년부터 해당 지분을 활용해 대한항공의 경영진 면담, 공개서신 등을 통해 경영 개선을 요구해왔다. 지난해엔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의 권고대로 고(故)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했고 소기의 성과를 얻었다.

      올해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가장 큰 화두는 대한항공의 전문경영인인 우기홍 사장의 연임 여부다. 그룹의 최고 실세이자 조양호 전 회장의 오른팔이라 불리던 석태수 부회장이 대한항공 경영진에서 물러난 이후 우 사장이 전문경영인으로서 투자자들에게 인정받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대한항공의 이사로 선임되기 위해서는 주총 참석 주주 66.7%(3분의2)의 동의가 필요하다. 조양호 전 회장이 연임에 실패한 요인도 일반 기업보다 깐깐한 이사선임 요건 때문이었다. 대한항공은 사실상 2대주주인 국민연금의 동의 없이 이사 선임이 불가능한 상황이기도 하다.

      일단 우 사장의 경우 국민연금의 이사 선임의 주요 반대 사유였던 ▲경영진의 과도한 겸직 ▲주주가치 훼손 이력 등 반대표 행사를 위한 요건에는 해당하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조원태 회장, 조현아 전 부사장, KCGI 등이 한진칼 경영권을 두고 경쟁을 벌이는 상황 속에서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인물이란 평가도 국민연금의 표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우 사장 연임안에 대해 회사 측도 투자자들도 크게 걱정하진 않는 분위기다”며 “오히려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이 상정되는 내년 주총이 가장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대한항공 주총의 안건 중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사진의 보수한도다.

      국민연금은 최근 3년동안 한진그룹 주요 계열사의 이사진의 보수 한도 책정에 반대 의사를 밝혀왔다. 경영성과 대비 과도한 보수가 책정됐다는 게 이유다. 국민연금의 꾸준한 반대표 행사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은 지난 2011년 주주총회 이후 이사 보수 총액 50억원의 안건 내용을 한 차례도 수정하지 않았다. 올해도 이 같은 안건이 상정되면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요 기관투자자들의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사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또는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과연 올해 주총에 제대로 활약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지난해 국민연금은 올해부터 사외이사 풀(POOL)을 마련해 이사진 추천과 같은 적극적 주주권행사에 나서겠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되지 못한 상태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발표했고, 이에 따른 후속조치로 의결권 및 주주권 행사를 위한 전문위원회(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국민연금법 시행령이 지난 29일 공포되며 조직개편이 시급해졌다.

      슈퍼 주총 시즌이 한달 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는 아직 구성되지 않았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사용자 대표·근로자 대표·지역 가입자 대표 등 3곳으로부터 수탁위의 구성 인사를 추천 받고 있다.

      새롭게 구성될 수탁위에 투자자들이 거는 기대는 상당히 크다. 보건복지부와 기금운용본부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요구되는 조직이다. 국민연금은 과거 조양호·조원태 회장의 계열사 이사 선임을 꾸준히 반대하다 임채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대한항공 사외이사 후보에 오르자 조원태 회장의 선임 안건까지 찬성표를 던진 바 있다. 당시 국민연금 의결권 자문기관은 조원태 사장에 대해 ‘회사기회 유용 등 기업가치 훼손’의 이유로 반대를 권고한 상태였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이슈가 있는 기업에 대해서 안건을 검토하고 논의하는 데만 수개월이 걸리는데 아직 구성도 되지 않은 전문위원회가 과연 한 달 후에 있을 주총을 제대로 대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고 말했다.

      이에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전문위원회는 정부와 연구기관 추천 인사는 배제하고 민간 추천인사로 구성된다”며 “곧 전문위원회 위원을 위촉할 계획으로,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사안들에 대해서는 지장이 없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