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도 5년만에 역성장 눈 앞...자본여력ㆍ규제ㆍ금융사고 삼중고
입력 2020.02.12 07:00|수정 2020.02.13 10:11
    12개월 선행 PBR 3년만에 최저치 수준
    올해 이익 전망도 속속 하향 조정...평균 ROE '은행 이하'
    금융권 유일 규제에서 자유로웠는데...이젠 우려 커져
    • 종합금융투자사업자(대형IB)로 대표되는 육성 정책과 함께 지난 5년간 성장을 거듭했던 주요 증권사들이 올해 역성장을 앞두고 있다.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수익성도 시중 은행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된다.

      증시 변동성에 금융사고ㆍ규제가 겹치며 주가로 3년새 최저치 수준으로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올해 구조조정과 사업부 재편 등 증권업계에 큰 변동이 찾아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주요 상장 대형증권사들의 12개월 선행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61배까지 떨어져있다. 최근 3년 평균치가 0.75배고, 2018년 상반기 한때 1배 가까이 접근했던 점을 감안하면 단기간에 급락했다. 2017년초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이기도 하다.

      KRX증권지수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마이너스(-)7.55%로 이 기간 코스피200지수 수익률 대비 5%포인트 이상 부진했다. 미래에셋대우 등 주요 증권주는 28일과 30일 폭락장에 지수보다 더 좋지 않은 하락율을 보여주기도 했다.

    • 각광받던 증권주가 비선호주로 돌아서게 된 까닭은 '성장성 상실'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상장 대형증권사의 올해 순이익 전망을 평균 10% 이상 하향 조정했다. 미래에셋대우ㆍNH투자증권ㆍ삼성증권ㆍ한국금융지주ㆍ메리츠종금증권 등 5대 상장 증권사의 올해 자기자본이익률(ROE) 평균 전망치는 8% 안팎으로, 은행 ROE 평균 전망치 9.1%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이남석 KB증권 연구원은 "증권사의 자본여력이 소진되면서 추가적인 자산 성장 가능성에 대해 보수적인 시각이 형성됐다"며 "상대적으로 고수익 자산으로 분류되었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축 가능성도 부각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주요 증권사의 영업용순자본비율(구 NCR)은 145~183%대까지 내려와있는 상황이다. 현행 기준인 순자본비율(신 NCR)로는 여유가 있는 상황이지만, 구 NCR이 여전히 신용위험을 판단하는 주요 지표로 여겨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수적인 관점에서는 자본 여력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지적이다. 이전까지 구 NCR 관련 금융감독원의 권고기준은 '150% 이상'이었다.

      신 NCR 적용 이후 투자여력이 크게 늘어난 대형IB들이 이미 거의 포화상태에 이를 정도로 자금을 집행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부 대형사의 경우 투자 한도가 부족해 미매각 물량의 셀다운(2차매각)에 사활을 걸고 있는 모습도 포착된다. 이전처럼 자산을 크게 늘리며 수익을 늘려가는 사업전략은 일단 '랠리'를 끝낸 것으로 해석되는 배경이다.

      여기에 지난해 12월 발표된 부동산 PF 건전성 강화 방안이 직격탄이 됐다. 부동산 PF 채무보증 위험액 산출값이 높아지고, PF대출을 영업용수자본에서 차감하기로 함에 따라 안 그래도 턱 밑에 찬 재무여력이 추가로 줄어들 위험에 노출된 것이다.

      KB증권의 추정치에 따르면 PF 건전성 관리 방안 전면 시행시 주요 상장 대형증권사의 신 NCR은 최대 30% 이상 줄어들게 된다. 2000%대의 우량한 신 NCR비율을 자랑하는 미래에셋대우는 1700대로, 1000%대의 NH투자증권은 700%대로 떨어진다. 메리츠종금증권의 경우 현재 810%에서 마이너스(-)810%로 완전히 반전된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그간 대형IB는 리테일이나 트레이딩의 적자를 부동산PF의 고수익으로 만회하는 구조로 이익을 늘려왔다"며 "보유 PF의 부실위험이 커진데다 사업 확장조차 제동이 걸린 상황이라 다른 곳에서 수익을 만회해야 할텐데 마땅치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이어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사태까지 터지며 자산관리(WM) 부문 수익 저하가 우려되는 점도 고민거리다. 중위험ㆍ고위험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 자체가 사라진 까닭이다.

      DLF 사태는 주로 판매사인 은행이 책임을 졌고 발행사인 증권사는 빗겨갔지만, 라임운용에서 비롯된 사모 헤지펀드 사태는 증권사가 주요 판매사이자 총수익스왑(TRS)으로 얽힌 채권자라는 점에서 더 큰 파장이 예상된다는 지적이다.

      당장 무역펀드 사태에 휘말린 신한금융투자가 대표적인 사례다. 신한은행은 사실상 신한금융투자 상품에 대한 행내 판매 시스템을 검수하기 위해 자체 미스터리쇼핑을 도입했다. 그룹 차원에서 시장을 분석하고 공유하기 위한 '마켓인텔리전스 협의회'는 '옥상옥(屋上屋) 투자심사위원회'가 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2010년 이후 버팀목 역할을 했던 채권관련수익이 올해부터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나마 기대해볼만한 건 주식연계증권(ELS) 정도라는 평가다. 최근 수년간 실적이 나오며 증권가 구조조정 압력이 뜸했는데, 역성장과 함께 다시 구조조정이 핵심 테마로 부상할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그간 금융주 내 유일하게 규제에서 자유로운 산업으로 지난해 연초까지만 해도 정부는 육성의지를 드러내곤 했는데 이젠 부동산 규제와 더불어 증권업도 규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며 "특히 최근 대형사의 실적이 부동산 IB와 더불어 성장했음을 감안했을 때 관련 규제는 우려할 만한 요인"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