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S·라임' 잇딴 금융사고에 금가는 증권사 신용도
입력 2020.02.13 07:00|수정 2020.02.12 19:22
    사건 자체가 등급 이슈로 직결되긴 어렵지만
    결국 '사업 안정성·신뢰도 문제'라는 평가
    장기적으로 신용도 부정적 영향 불가피
    • 일파만파로 커진 ‘라임 사태’로 증권사 신용도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당장 등급 조정에 반영되지 않더라도 대형 금융 사고가 계속되면서 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라임자산운용과 관련한 검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삼일회계법인의 라임 펀드 실사 결과도 함께 공개된다. 이날 환매가 중단된 1조5000억원대 라임자산운용 펀드 투자자의 손실 규모가 밝혀지는 것이다.

      국내 신용평가 3사도 검사 결과 발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해당 금융사고가 일부 증권사의 실적 및 사업 안정성에 끼칠 부정적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신평사들은 자산운용사와 증권사들로부터 자료를 받아 자체 분석하는 등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한국신용평가는 라임자산운용에서 판매한 플루토, 테티스 등 투자펀드의 환매중단과 무역금융펀드의 부실투자 의혹으로 업무 연관성이 높은 금융회사에 위험이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판매가 발생했을 경우 손해배상이나 당국의 제재 등이 이어질 수 있다. 일부 증권사는 해당 펀드에 자기자본투자(PI)를 진행하면서 회계법인의 펀드 평가에 따라 4분기 중에 손상인식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신평사 측은 이번 사태로 증권사의 평판(reputation)에 금이 갈 수밖에 없다는 평을 내놓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라임자산운용과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고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를 제공하면서 부실 사태 ‘공모 의혹’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다.

      소송 리스크도 남아있다. 라임 펀드 투자자들은 은행과 증권사 등을 상대로 불완전 판매 의혹을 제기하며 소송에 나선 상태다. 증권사만 보면 대신증권이 지난해 7월말 기준 1조1760억원, 신한금융투자 4437억원, KB증권 4224억원, 교보증권 4212억원, 한국투자증권 4016억원, 키움증권 2869억원, NH투자증권 1739억원 규모를 판매했다.

      물론 이러한 이벤트가 증권사 신용등급에 직접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낮다. 통상 이러한 사건이 등급 평가에 반영되려면 감독당국의 강력한 제재 수위와 실적에 가시적인 영향이 이어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2018년 삼성증권이 초유의 배당사고가 터졌을 때도 신용도 조정 우려가 나왔지만 결국 조치가 단행되진 않았다. 당시 제재 수위는 문제 부문 업무에 대한 6개월 정지 및 과태료 부과와 일부 경영진이 책임을 지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또 가장 중요한 실적 저하 여부가 미미했기 때문에 신용평가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 라임 사태 또한 아직까지는 증권사의 실적에 큰 영향을 줄 지 불확실하다. 다만 신평사들은 평판 저하 등 부정적인 흐름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라 등급 반영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는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특히 ‘연이은’ 금융 사고가 누적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지난해 호주부동산 펀드 부실실사 의혹, 독일 국채금리 DLF 불완전판매, 독일 부동산 DLS 상환지연, 올해 라임사태까지 증권사가 연루된 금융 사고가 계속되면서 증권업계 신뢰도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판단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증권사의 실적에도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최근 몇년간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등 금융사가 높은 실적을 보인 데는 저금리 기조에서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바라는 투자자금들이 이동을 한 이유가 크다. 그런데 금융 사고가 계속 터져 투자자들이 ‘고위험’을 인지하면서 다시 안전자산쪽으로 이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DLF의 경우 독일 국채 금리의 폭락으로 전혀 예상치 못했던 금융시장의 변동이 있었고, 라임 사태는 도덕적 해이가 결부된 이슈로 완전히 같은 선 상에 있지는 않다. 하지만 크게 보면 모두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은행의 예금 금리보다 좀 더 높은 수익률을 찾는 수요가 높아진 배경은 공통적이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당장 조정할 사항은 아니지만, 결국 금융사는 '신뢰도'가 핵심인데 전반적으로 상황이 좋지 않은 건 확실하기 때문에 신용평가 반영 측면에선 여러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일각에선 일련의 사태가 ‘또다른 금융위기 전조’라는 말도 나오는데 결국 이런 반복이 위험 신호가 되고, 장기적으로는 증권사의 실적 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에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