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덴셜 매각, MBK의 인수시도에 딜레마 빠질 신한금융
입력 2020.02.13 07:00|수정 2020.02.17 10:39
    MBK파트너스, 감독당국에 "경업금지 해결하겠다" 전달
    인수전 승리해도 9월 이후에 거래 종결 시켜야
    신한금융, 경업금지 해소 의견 없어 "계약대로 처리"
    셈법복잡 '경쟁사 KB 인수 어렵게' vs 'MBK가 사는게 더 문제'
    신한금융 "명문화된 계약에 따라 처리하면 돼"
    • MBK파트너스가 푸르덴셜생명보험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모양새다. 이에 신한금융과 맺은 경업금지(競業禁止) 계약이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현재 거래 진행 속도라면 푸르덴셜생명 매각은 5월을 전후해 본계약 체결이 유력하다. 하지만 MBK파트너스는 신한금융과 맺은 계약에 따라 9월까진 푸르덴셜생명의 대주주가 될 수 없다.

      관건은 이에 신한금융이 어떻게 대응할지 여부다. 이는 결국 "누가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하는 것이 신한금융에 가장 유리한가"라는 문제와 맞닿아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오렌지라이프 매각 때 신한금융과 맺은 경업금지 조항에 대해 최근 감독당국에 의견을 개진했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8년 9월 오렌지라이프(지분 59.15%)를 신한금융에 매각하면서 2년간 경업금지 약정을 맺었다. 즉 2년간 오렌지라이프와 동종업종인 보험사 투자가 막혀 있다. 이 약정을 지키려면 MBK가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하고 싶어도 인수대금을 내고 거래를 종결하는 시기가 경업금지 기간이 끝난 올해 9월 이후여야 한다.

      감독당국에서도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MBK파트너스의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가정하고 이에 대한 대주주 적격 승인을 받기 위해선 2년간의 경업금지 약정 문제를 먼저 해결하고 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MBK파트너스 측에서 경업금지 약정과 관련해서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하더라도 문제 없이 하겠다는 의사를 감독당국 측에 전해온 것은 사실”이라며 “대주주 적격 심사를 받기 위해선 경업금지와 관련한 부분이 명확하게 해결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타임 스케줄이다.

      현재 진행 중인 매각 프로세스를 감안하면 푸르덴셜생명 매각은 3월중순 본입찰, 그리고 늦어도 5월쯤에는 본계약(SPA) 체결이 예상된다. 이 경우 9월까지는 4개월이나 기간이 남아있다.

      MBK파트너스가 본계약을 체결하고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했는데 행여 이 기간이 이런저런 이유로 4개월 가까이 길어졌다고 할 경우. MBK로서는 자동으로 거래종결 기간을 늦춰 경업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 반면 감독원으로서는 실제 이유와 무관하게 "특정 운용사가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하는데 도움을 줬다"는 비난과 특혜 우려를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이 상황만큼은 피하고 싶은 것이 감독당국의 입장인 셈이다.

      신한금융의 셈법도 복잡해질 수 있다.

      MBK파트너스가 입찰 참여 여부에 대한 의견을 물었을때만 하더라도 신한금융은 모호한 입장으로 알려진다. 현재 신한금융은 "MBK파트너스로부터 푸르덴셜생명 인수전 참여와 관련해 (경업금지 등과 관련한) 어떠한 요청도 받은 바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별개로 실무선에서는 MBK측에서 경업금지를 잘 해결 할테니 기다려달라는 수준의 의견개진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즉 경업금지 해소를 요청하거나 요구한 수준은 아니지만 어쨌든 이 조항에도 불구, MBK파트너스가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검토하는데 대한 양해를 구한 수준이고, 신한금융이 강력한 반대의사는 표명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신한금융으로서는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에 참여하지는 않더라도 경쟁사들의 동향에 따라 이해득실을 감안해야 한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푸르덴셜생명 매각은 예상과는 달리 본격적인 경쟁이 진행되고 있다. 숏리스트 후보인 KB금융,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IMM PE 모두 2조원 수준에 가격을 써낸데다 PEF들끼린 자존심 싸움 양상으로 인수전이 흘러가고 있다. 작년 롯데카드 인수전에서 맞붙었던 MBK파트너스와 한앤컴퍼니는 또다시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놓고 2차전 양상이다.

      한 투자금융 업계 관계자는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PEF들의 인수 열기가 뜨겁다”라며 “지금과 같은 경쟁구도면 2조원 중반까지도 가격이 치솟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러다보니 외부에서는 경쟁구도가 강해질수록 신한금융의 경쟁사인 KB금융의 인수부담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고 판단한다. 막강한 펀드자금 여력이 있는 MBK파트너스가 참여할 경우 경쟁심화는 예정된 일이고, 누가 인수하든 가격은 오르게 된다는 것.

      다만 신한금융은 이런 해석을 거부한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KB금융에 부담을 주려고 MBK파트너스의 인수시도를 내버려두고 있다는 것은 맞지 않다"며 "MBK파트너스가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할 경우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신한금융으로서는 KB금융이 푸르덴셜 생명을 가져갔을 때보다 MBK파트너스가 인수할 경우 신한금융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MBK파트너스가 오렌지라이프를 속속들이 알고 있고, 오렌지라이프 경영 노하우를 푸르덴셜생명에 접목할 경우 규모나 상품, 전속설계사 조직 면에서 오렌지라이프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에 반해 KB금융을 비롯한 여타 후보들은 대형 보험사 운영 경험, 특히 외국계 보험사에 대한 경영 노하우가 많지 않다. 당장 KB생명만 하더라도 규모면이나 조직문화면에선 푸르덴셜생명과는 아예 다른 보험사로 평가된다.

      나아가 MBK파트너스가 오렌지라이프를 경영할 당시의 정문국 사장을 비롯한 핵심 경영진들 상당수가 오렌지라이프에 남아있다는 점에서, 인력유출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신한금융으로서는 결국 MBK파트너스가 푸르덴셜생명 인수 후 시장변화를 감안해서 의사결정을 할 필요가 있는데 만만치 않은 셈법이 필요하다다”라고 말했다.

      현재로선 신한금융은 아직 직접 나설 상황이 아니란 설명이다. 다만 계약위반이 발생한다면 명문화된 계약이 있다는 점에서 언제든 법적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