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24% 오른 '삼바'…옥석 가려내니 '삼성'만 남은 바이오株
입력 2020.02.13 07:00|수정 2020.02.14 14:39
    삼바, 수익 본격화로 생산능력 중심 성공도식 증명
    제약·바이오도 결국 '성장성' 아닌 '자본력'이란 평가
    삼바 다음도 SK바이오팜…대기업 중심 재편 가속화
    •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가 올해 들어서만 24%나 오르며 '나 홀로' 독주를 이어가고 있다. KRX300 헬스케어 지수 상승폭을 상회하며 주식 시장에선 '삼바 투자자만 돈을 번다'는 말까지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코스피 시가총액 3위 자리를 탈환했다.

      지난해 인보사 사태 이후 제약·바이오산업 전반에 경계령이 떨어졌지만 옥석을 가려내고 보니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 계열사'만 남았다는 평가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종전 '성장성' 대신 '수익성'에 주목하고 있고 그 배경에는 자본력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에 상장을 앞둔 SK바이오팜을 필두로 제약·바이오산업의 대기업 중심 재편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11일 52만8000원에 마감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장중 한 때 54만2000원까지 오르며 연중 신고가를 새로 썼다. 코스닥 신약개발 기업의 잇따른 임상 실패로 시장 전반이 휘청였던 8월 기준으로는 120% 이상 올랐다. 같은 기간 국내 제약·바이오 상장종목을 추종하는 KRX300 헬스케어 지수의 상승폭은 약 27%다.

    •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독주는 바이오시밀러 산업의 현금창출능력을 증명하며 성장 공식을 정립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공시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7015억원, 영업이익은 917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 30%, 64% 개선됐다.

      업계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수익성을 증명해 낸 배경으로 '자본력'을 꼽는다. 대규모 의약품 위탁 생산(CMO) 시설에 투자하고 원가경쟁력을 확보한 만큼 영업·판매에 재투자하는 식이다. 삼성그룹 차원의 지원 뒷받침이 필수적이란 평가다.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을 대주주로 둔 셀트리온 그룹도 최근 들어 CMO 확대 의지를 내비치고 중국 내 최대 규모인 12만리터 규모 증설 계획을 내놨다.

      실제로 셀트리온그룹 3개사 역시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준은 아니지만 지난 8월을 기준으로 지수 이상의 주가 상승 폭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코스닥 시총 3위를 번갈아 차지하던 과거 신약개발 유망기업 주가는 반등의 기미를 좀처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옥석 가리기 끝에 대형 기업만 남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국내 벤처캐피탈 한 투자역은 "인보사 사태 이전에도 국내 신약개발 기업들이 3상에 통과한들 생산능력을 갖추고 마케팅까지 뚫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많았다"며 "성장성 논리가 한계에 부딪히며 영세 기업이 쪼그라든 것도 결국 매출이 일어나기 힘들다는 게 드러났기 때문"이라고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제외한 다음 주자도 당분간은 대기업이 될 전망이다. 향후 제약·바이오 시장의 대기업 중심 재편이 가속화할 거란 분석도 나온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바이오 쇼크 이후 특례상장을 기다리던 업체 사이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연출되긴 했지만, SK바이오팜에 대해선 걱정이 덜한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어 "SK바이오팜 내에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 가치만도 조 단위 가치가 거론된다"고 전했다.

      업계에선 SK바이오팜의 상장은 시장에 대기업 계열사 한 곳이 추가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보고 있다. 임상 노하우를 보유한 SK그룹 계열사가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국내 영세 사업자를 대상으로 기술유통을 담당하게 되면서 산업 내 대형 그룹의 존재감을 더욱 부각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이 밖에 종근당, 동아쏘시오홀딩스 등 대형 제약사들도 삼성바이오로직스나 셀트리온의 성공 도식을 따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양사 모두 지난해 국내와 일본에서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선보이고 CMO 사업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일각에선 정부 차원에서 K-바이오 육성 의지를 내비치고 지원책을 내놨지만 결국 대기업이 하겠다고 점찍은 사업 외엔 볼 게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위 관계자는 "정부 지원정책이 거품을 키운 측면도 있지만 산업 성장을 위해선 필요한 게 사실"이라며 "지금 상황은 1, 2세대 바이오벤처가 퇴장하고 세대 교체가 이뤄지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