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투심 속 출시 기대감 높아지는 달러 MMF
입력 2020.02.14 07:00|수정 2020.02.17 10:40
    잇단 악재속 투심 악화…MMF 자금 유입 증가
    외화 MMF에도 관심…당국 “조속히 도입할 것”
    운용업계도 기대감…”중장기 활용도도 높을 것”
    • 투자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올해 달러화 단기금융집합투자기구(MMF, Money Market Fund) 출시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장기나 고위험 투자를 꺼리는 분위기가 강해지는데 쌓여가는 외화 자금을 소화할 투자처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의 제도 정비가 마무리되면 상당한 달러 자금이 MMF로 유입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자산운용사들도 시장 선점을 위한 준비 작업에 나선 분위기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작년 9월 외화 MMF 도입 계획을 밝힌 후 관련 기관들과 실무 검토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원화만 투자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외화도 가능하도록 고치고 감독규정도 손봐야 한다.

      금융당국은 법 개정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총선 일정과는 무관하며 최대한 조속한 시일 안에 결과를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운용업계에선 이르면 상반기 중 외화 MMF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국내 투자 시장은 사모펀드의 잇따른 환매 연기, DLF 대란 등 굵직한 사건이 이어지며 새삼 투자의 위험성이 부각되고 있다. 자본시장에 미치는 수치적 악영향은 제한적이란 평가가 있지만 투자자들의 심리는 위축되는 모습이다. 위험 투자의 본질을 직시한 만큼 이전처럼 투심을 회복하기까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최근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까지 겹치며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더 커졌다.

    • 이는 투자 시장의 자금 흐름에서도 드러난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주식형·혼합형·채권형 펀드는 최근 잇따라 자금이 빠지는 반면 MMF로는 대규모 자금이 유입됐다.

      MMF는 만기가 짧은 우량 채권이나 단기사채, 단기대출에 주로 투자하기 때문에 손실 위험이 적다. 수시로 자금을 넣고 뺄 수 있어 돈일 묶일 우려가 크지 않다. 위험을 꺼리는 부동자금의 안식처 성격이 강하다. 통상 사모펀드보다는 낮지만 일반 예금보다는 높을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고민은 외화도 다르지 않다. 시장에 외화는 늘어나는데 투자처는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부 외화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 상품이 출시돼 있기는 하지만 그 규모는 크지 않다. 얼마간의 이자라도 받기 위해 대부분 예금에 몰려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말 국내 거주자의 외화 예금은 794억달러(약 94조원)에 이른다. 2015년 585억달러에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80~90%가량이 달러화로 구성돼 있다. 달러 예금은 금리가 낮고 만기 이전에 돈을 찾으면 수익이 더 줄어든다.

      이런 배경 탓에 외화 MMF 시장이 열리면 대규모 달러 이동이 일어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운용사들도 이에 앞서 시장 분석에 나선 모습이다.

      한 자산운용사 상품개발 담당 임원은 “최근 원화 MMF로 자금이 유입되는 것을 보면 위험에 노출되기 싫어하는 고객들이 많아졌다는 점을 알 수 있고 이는 달러화를 보유한 사람들도 마차가지” 라며 “개인 예금이나 수출 기업의 무역금융 자금 등이 달러 MMF로 대거 이동할 것으로 보고 상품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도 달러 MMF의 중요성은 커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국내는 물론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도 예상의 근거가 되고 있다.

      국내 경제는 갈수록 중국과의 결합도가 높아지는데 중국은 성장률 6% 수성(바오류, 保六)이 힘들어지고 있다. 미중 무역 분쟁은 사그라들지만 언제고 다시 불씨가 커질 수도 있다. 시기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중국 경제가 언제고 충격파를 맞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많다.

      갈수록 불안정해지는 국제 정세를 감안하면 전통적 안전 자산인 달러화 보유 및 투자 수요가 더더욱 늘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장기간 침체를 겪은 후 일본에서 와타나베부인이 나타났듯 우리나라도 김씨부인 출현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영국에서도 브렉시트 이후 MMF로의 대규모 자금 이동이 일어난 바 있다.

      한 금융연구기관 연구원은 “지금처럼 한국 경제가 중국에 끌려가는 상황에선 중국이 휘청댈 때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며 “직접 해외 자산에 투자하긴 쉽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달러 MMF를 활용하려는 수요는 늘 것”이라고 말했다.

      남은 것은 MMF 운용 규제와 감독이다. 안전성이 최우선인 만큼 담을 수 있는 자산과 이를 어떻게 감시하느냐가 중요하다. 지난달엔 MMF에 파생상품 등을 편입한 운용사들이 무더기로 적발되기도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외화 MMF도 안전 자산을 담는 것이 중요하다"며 "금융투자협회와 금융감독원과 어떻게 규제를 만들 것인지 세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