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회장 체제 공고히 한 우리금융...'권광석 행장' 공간 축소
입력 2020.02.17 07:00|수정 2020.02.18 10:36
    지주 인사, 한일이냐 상업이냐 보단 '손 회장 사람'이냐
    은행은 일손 부족...핵심 인사 지주 가고 지역 본부장 수혈
    권광석 행장 내정자는 부장급 인사 예정...조직 장악 한계
    • '체제 유지'를 선언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다음 임기를 위한 조직 개편안을 내놨다. 우리은행장 선임과 함께 발표한 지주 임원 인사에선 '손 회장의 사람들'이 대거 전진했다.

      지난해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홍역을 치른 우리은행 부행장 및 임원급 인사는 대부분 유임으로 정리됐다. 1년 전인 2018년말 이미 큰 폭의 물갈이 인사를 감행했는데, 이 때 중용한 일부 인사가 DLF 사태의 '원흉'이 됐기 때문에 최대한 조직을 안정감있게 가져가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파격적으로 끌어올릴만한 '인물'이 없다는 풀이도 나온다.

      이번 우리금융지주 조직개편 및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부문'제 도입이다. 이전의 '총괄ㆍ단' 제도를 '부문ㆍ총괄ㆍ단'으로 바꾸며 지주의 자회사 및 그룹 관리 시스템을 강화했다. 부문장에는 부사장-전무급 인사들이 포진했다.

      중책을 맡은 6명의 지주 부사장들은 모두 손 회장이 행장 시절부터 손발을 맞춰온 '손의 사람들'이라는 게 우리금융 내부의 평가다.

    • 출신도 균형이 잡혀있다. 이원덕 전략부문 부사장, 박경혼 재무부문 부사장은 손 회장과 같은 한일은행 출신이다. 최동수 소비자보호ㆍ지원부문 부사장과 김정기 사업관리부문 부사장은 상업은행 출신, 신명혁 자산관리총괄 부사장은 평화은행 출신, 노진호 ITㆍ디지털부문 부사장은 외부 출신이다. 노 부사장은 지난해 3월 손 회장이 ICT기획단장(전무)으로 영입한 외부 전문가다. 1년 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신설된 부문 중 핵심은 소비자보호ㆍ지원부문과 사업관리부문이다.

      소비자보호ㆍ지원부문은 DLF 사태 이후 수습을 위해 우리금융이 신설한 조직이다. 실추된 우리금융의 이미지를 회복하고 고객 신뢰를 되찾아오는 중책을 맡고 있다.

      최동수 소비자보호ㆍ지원부문 부사장은 2017년 우리은행 미래전략단 상무로 지주사 전환 작업의 실무를 담당했다. 지주 출범 이후엔 지주 경영지원총괄로 안살림들 책임졌다. 손 회장이 우리은행장일때부터 호흡을 맞춰온 셈이다.

      사업관리부문은 자회사 시너지를 책임지는 부문이다. 지주 체제로 전환한 우리금융의 핵심 부문으로 꼽힌다. 일종의 '매트릭스 조직 컨트롤타워'인 셈이다. 쓰임새에 따라서는 새로운 행장을 맞이하게 되는 우리은행의 경영에 관여하는 통로가 될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업관리부문을 맡게 된 김정기 부사장은 손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이달 초까지 우리은행장 유력 후보로 꼽히기도 했다. 손 회장은 새 행장으로 김 부사장을 지지했지만, 일부 사외이사의 반대로 뜻을 관철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이원덕 전략부문 부사장은 역시 미래전략단 상무 시절부터 손 회장과 고락을 함께 했고, 은행의 경영기획그룹 부행장으로 핵심 참모 역할을 했다. 박경훈 재무부문 부사장은 지주 경영기획본부에서 재무를 책임지며 지주의 비은행 인수합병(M&A)을 책임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사회의 반대로 은행장 선임엔 실패했지만, 자회사를 관리하며 그룹 시너지를 기획하는 중책을 맡김으로서 지주의 2인자는 김정기 부사장임을 확인시킨 것"이라며 "이번에 지주에서 부문ㆍ총괄을 담당하게 된 고위 임원들은 모두 손 회장과 뜻을 함께하는 관계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지주에는 큰 변화가 있었던 반면, 은행은 상대적으로 변화의 폭이 적었다. 9명의 부행장을 전원 교체했던 2018년말 인사와는 달리 대부분이 자리를 지켰다. 신규 임원도 상무 8명 정도다. 대부분 현장에서 영업을 담당하던 본부장급 인사들이다.

      이를 두고 우리금융 안팎에서는 지난해 물갈이 인사의 역기저효과이자, 우리금융의 인력 부족을 단적으로 드러낸 인사라고 평가하고 있다.

      2018년말 손 회장은 지주 전환을 앞두고 은행 내 13명의 임기 만료 임원 중 4명만을 유임시켰다. 부행장 9명 중 2명은 부문장으로 승진시키고, 부행장보 자리를 신설해 상무ㆍ본부장급 신진 인사를 대거 발탁했다.

      부문장 승진자 중 한명이 정채봉 전 개인부문장이고, 발탁한 신진 인사 중엔 정종숙 WM그룹 부행장보가 있었다. 이들은 DLF사태의 책임자로 꼽힌다. 지난해 정 부문장은 DLF 사태 해결을 위한 태스크포스(TF)의 TF팀장을, 정종숙 부행장보는 DLF 전담반을 맡았다.

      발탁 인사 후 대규모 금융사고가 터진데다, 은행의 핵심 주요 인력들을 지주로 배치하다보니 은행에선 발탁할만한 인사가 거의 남지 않았다는 것이 우리은행 안팎의 지적이다. 지역 본부장으로 현장 영업을 책임지던 본부장급 인사들을 대거 상무로 발령해 본행으로 데려온 배경으로 분석된다.

      이번 지주 및 은행 임원인사는 손 회장의 의중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새로 선임될 권광석 우리은행장 내정자는 좋던 싫던 손 회장이 선임한 임원들과 임기 첫 해를 함께 보내야 한다. 우리은행은 아직 부장급 인사는 진행하지 않았다. 부장급 인사를 통해 권 행장이 생각하는 인력 운용의 청사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권 행장의 임기는 일단 1년이다. 보통 신임 행장에게 2년을 보장하고 1년 단위로 연장하는 관례를 생각하면 매우 짧다. 심지어 이 1년도 손 회장이 배치한 임원들과 함께 움직여야 한다. 부장급 인사로는 조직을 장악하기 어렵다. 현재 구도를 두고 '손 회장이 권 행장 내정자를 견제하기 위해 미리 인사를 해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다만 우리은행의 경우 전략기획ㆍ인사 등 핵심 보직 담당의 경우 은행장에게 직보하는 문화가 남아있는 등 권 행장 내정자가 '하기 나름'이라는 평가도 없지 않다. 이번 인사가 우리금융 내분의 씨앗이 될지, 바람직한 회장ㆍ행장 분리의 또 다른 사례가 될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우리금융 관계자는 "지주 출범 2년차를 맞아 그룹 관리체계 강화 및 업무 전문성 강화가 필요해 조직 개편과 인사를 진행했다"며 "김정기 부사장이 사업관리부문을 담당하며 자회사 인사권을 가져갈 것이라는 지적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