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빼는 국민연금…효성, 예상밖 조용한 주총 예고
입력 2020.02.19 07:00|수정 2020.02.20 10:05
    국민연금, 단순투자 목적 유지
    오너 일가 재선임 위협 낮아져
    • 국민연금이 발을 빼면서 효성그룹이 예상보다 조용한 정기 주주총회를 보낼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선 의외라는 반응과 함께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결정을 둘러싼 분석이 오간다. 조현준 회장 재선임을 비롯한 안건이 무난히 통과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 과반 이상 대주주 지분의 영향력이 재차 부각됐다는 평가다.

      효성은 다가올 주총에서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사장의 재선임과 2명의 사외이사 신규 선임을 물을 것으로 보인다. 조현준 회장의 경우 5개월 전에도 횡령, 배임 혐의로 1심 재판에서 징역 2년의 유죄 선고를 받는 등 주주 가치 훼손에 대한 책임론이 확산하는 상황이었다.

      국민연금이 적극적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통과시키면서 시장은 효성을 주목했다. 국민연금은 효성 주식의 보유 목적을 '일반투자'로 변경하기만 해도 위법행위 임원에 대한 해임을 청구하거나 정관 변경 등 주주제안을 할 수 있다. 지난해 국민연금은 효성 지분을 10%까지 바짝 끌어올린 바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7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주요 상장사 56곳의 주식 보유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하지만 시장의 예상과 달리 현재 국민연금의 효성 주식 보유 목적은 '단순투자'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 대상기업에 효성은 빠져있다는 얘기다.

      효성은 주총 주요 안건을 무난하게 통과시킬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됐다. 지난해 9월 기준 효성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자의 보유지분 합계는 54.72%다. 조석래 명예회장(9.43%)과 조현준 회장(21.94%), 조현상 회장(21.42%) 부자의 지분만으로도 과반을 넘겼다.

      국민연금이 사실상 효성 주총에서 발을 빼는 모양새가 됐다. 효성이 상당수 안건에서 국민연금의 반대에 맞닥뜨리는 건 불가피하지만 최소한 진행 중인 대주주의 송사 문제가 재확산하는 상황을 피했다고 볼 수도 있다.

      일각에선 효성에 대한 적극적 행동 요구 목소리가 시민단체와 학계 중심이었다는 한계를 지적한다. 하지만 국민연금 역시 그간 내왔던 주주권 행사 목소리와 다른 태도를 취한 셈이 됐다. 국민연금의 의사결정 구조, 그리고 사후 평가가 일정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이다.

      2월 초 이사회 격인 기금운용위원회 내부에서도 이례적으로 효성에 대한 논의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이 대외적으로 주주권 행사 목소리를 키워도 최종 결정은 기금운용본부가 한다. 오너 일가가 50%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에 대해 주주권을 행사했다가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경우 시장의 관점, 또는 정치적 관점에서 부담을 가질 개연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존재하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는 아직 구성도 되지 않았다.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는 "효성 주총은 대주주가 과반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경우 국민연금이 알아서 피해갈 것이란 사례로 회자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