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농사 라임사태로 날릴 판'...신한ㆍ대신證 예상 손실에 쏠리는 눈
입력 2020.02.20 07:00|수정 2020.02.20 09:41
    라임사태 최대 손실액 신한證 2000억·대신證 97억
    'TRS 대출금 회수' 관건…끓는 여론에 불확실성↑
    등급 재검토…"신금투 발행어음업 진출 여부 주목"
    • 라임자산운용 사태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일부 증권사의 '운명'이 갈릴 전망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면 연간 당기순이익에 가까운 손실이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지적이다. 신한금융투자가 가장 위험하고, 대신증권도 순이익 규모 대비 라임사태 익스포져가 높은 증권사로 꼽힌다.

      라임사태로 인한 손실이 본격화하면 이들 증권사는 물론, 증권업ㆍ금융업 전반에 대한 투자 심리가 악화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라임사태로 인해 가장 큰 손실이 예상되는 증권사로 신한금융투자와 대신증권이 꼽힌다.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펀드에 대한 삼일회계법인의 실사 결과, 플루토 FI D-1호(사모사채펀드)에 대한 회수율은 50~60%, 테티스 2호에 대한 회수율은 58~79%이다. 이를 기준으로 손실액을 추산한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플루토 TF-1호(무역금융펀드) 회수율 50%, 테티스2호의 회수율 60%, 크레딧 인슈어러드(Credit Insured) 무역금융펀드의 회수율 40%로 가정 시 금융권의 손실액은 총 2700억원에 달한다.

    • 특히 신한금융투자의 손실액 규모는 TRS 계약에 따른 선순위 대출금 회수 여부에 따라 커질 전망이다. TRS 계약상 증권사는 운용사에 빌려준 대금을 선순위로 회수한다. 신한금융투자가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대출금을 정상적으로 회수할  경우, 신한금융투자의 손실액은 은행 불완전판매비율에 따라 680~910억원대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현재 선순위 회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의 TRS 계약에 대한 판매사와 금융당국의 시선이 그닥 곱지 않다. 은행 등 판매사들은 신한금융투자가 TRS 계약을 근거로 대출금을 선순위로 회수할 경우 고객 손실액이 늘어나기 때문에 배상액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판매사들은 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 라임펀드 판매규모가 타 금융기관보다 큰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 판매사 측 관계자는 "펀드의 자산가치가 줄어든 상태에서 증권사가 선순위로 가져가면 투자자에게 배분될 돈이 없어진다"며 "법적으로 가져갈 수 있을지 몰라도 신한금융투자가 TRS 계약을 맺은 데 채권 보전을 먼저하려는 것을 보면 너무하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신한금융투자가 라임자산의 부실은폐·사기혐의를 알고도 공모했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22일 금융감독원 금융투자감독국이 직접 공모 정황을 파악하기 위해 신한금융투자로 직접 검사를 나서기도 했다. 검찰도 19일 라임자산운용 사태와 관련된 신한금융투자 등 증권사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가 선순위 회수를 못할 경우 손실액은 1840~2030억원 수준으로 3배가량 확대된다. 이 경우, 신한금융투자 자산관리(WM)그룹은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판매한 데 대한 고객손실액은 절반으로 줄어들어 배상액이 줄어든다. 그러나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본부는 회수하지 못한 TRS 계약 대출금만큼의 손실을 그대로 떠안아야 한다.

      이렇게 될 경우 라임사태로 인한 손실액이 신한금융투자의 순이익과 맞먹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한금융투자는 2017년 2120억원, 2018년 2510억원, 그리고 지난해 220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라임사태로 2000억원의 손실이 나고, 평판 저하로 인해 영업에 지장을 받는다면 순손익이 손실로 전환하는 것도 가능한 상황이라는 평가다.

      대신증권도 연간 창출이익규모 대비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펀드 관련 익스포져가 큰 편이다. 신한금융투자가 대출금을 선순위로 회수하지 못할 경우 대신증권의 손실액은 은행 불완전판매비율에 따라 32~97억원 수준일 것으로 전망되지만 선순위 회수가 이루어질 경우 손실액규모는 최대 100억원 이상으로까지 확대된다. 대신증권이 지난해 당기순이익 1150억원을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통상적으로 벌어들이는 당기순이익의 9% 가량이 손실액으로 지출될 수 있는 셈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를 두고 '자본 및 회사의 영업규모와 비교할 때 익스포져가 큰 편'이라고 판단했다. 향후 검찰조사 결과에 따라 신용등급을 재검토할 수도 있다는 계획이다. 이익이나 자산 규모가 신한금융투자보다 작은 대신증권은 환매중단 펀드 관련 위험노출액이 큰 상황이라는 것이다.

      한 시장관계자는 "신한금융투자가 유상증자를 받고 발행어음업을 하려 했는데 상황이 굉장히 복잡하게 됐다"며 "지장을 받을 정도로 영업정지를 받는다거나 사업 중단이 될 경우 신용등급 하락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