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전 부사장의 효용가치는 주총까지?
끊임없이 쥐고 흔들 수 있는 이명희 고문
반도그룹은 한진그룹 최대주주에 오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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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누나는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화려하게(?) 복귀했다. 누나는 동생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가업을 위헙하는 외부세력과 결탁했고, 어머니·여동생과도 갈라섰다. 장남은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몸싸움으로까지 번지며 갈등을 빚었던 어머니는 그래도 아들의 손을 잡아줬다. 이 와중에 회사를 노리는 새로운 세력도 등장했다. 결말은 3월말 주주들에 의해 결정된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아직 진행 중이다.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의 우호지분 격차는 1%포인트 남짓. 주총에서 어느쪽이 승리하든 반쪽짜리 성공이다. 양측에 깊은 상처를 남길 이번 주총이 끝난 후, 경영권 분쟁 주인공들의 손익계산서도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 이겨도 걱정…끊임 없이 시달릴 조원태 회장의 대한항공
조원태 회장이 사내이사 재신임에 성공하기 위해선 최소 과반 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하다. 계열사 보유지분,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조현민 한진칼 전무와 델타항공의 우호지분을 모두 합쳐도 아직 안심하기 이르다.
재신임에 성공해 가까스로 경영권을 유지하더라도 조 회장은 끊임없이 경영권을 위협받을 처지에 놓여있다. 이미 단일 최대주주로 올라선 KCGI는 언제든 주주제안을 하고, 임시주총을 소집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하고 있다. 추후 장내매집을 통해 지분율을 늘려간다면 이사 해임 요건, 즉 특별결의 요건(전체 주식의 3분의 1 이상, 주총 참석 주식의 66.7% 이상)을 충족할 수 있다. 결국 조 회장은 주총 이후에도 우호지분을 반드시 늘리고, 임시주총과 내년 주주총회를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 한진칼의 정관에는 이사의 수가 정해져 있지 않다. 조현아 전 부사장 측은 8명의 사내이사·사외이외 이사를 추천했고, 추천 인사 모두가 선임된다면 이사회의 장악이 가능하다. 당장 조원태 회장의 자리를 꿰차고 들어가진 못한다 하더라도 얼마든지 경영 간섭을 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양분된 소액주주들에 대한 당근책도 필요하다. 회사는 최근 재무구조개선 방안, 지배구조투명화 방안 등을 제시했다. 다만 자사주 매입, 배당성향 확대 등 당장 주주들의 이목을 끌 만한 내용들이 없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외부세력의 주주제안에 대항해 이목을 끌만한 전략적 방안이 없었다는 것은 매년 진행되는 주총마다 주주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풀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일각에선 델타항공의 역할론을 강조하기도 한다. 조원태 회장의 든든한 우군인 델타항공은 대한항공의 사업적 측면에서 유무형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델타항공은 최근 들어 각 지역기반 항공사들의 지분을 사들이고 있는데 이 과정의 일환으로 대한항공의 지분율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는 평가다. 단 델타의 영향력이 커지면 대한항공에 대한 경영간섭이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는 3월 주총에 앞서 델타항공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을 방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조원태 회장이 델타를 활용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 조현아 전 부사장, 지금은 KCGI 파트너지만…주총 이후엔 ‘글쎄’
지난해 주총이 ‘고(故)조양호 회장 vs KCGI, 국민연금’ 구도였다면 올해는 ‘조원태 회장 vs 조현아 전 부사장’의 구도가 명확하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KCGI와 손잡으며 최근 오너일가의 특수관계인 지분에서 배제됐다.
사실 지금은 KCGI와 한배를 탄 동지(同志)이지만, KCGI에 조현아 전 부사장의 효용가치가 오래 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KCGI는 조현아 전 부사장을 파트너로 맞아 돈 한푼 들이지 않고 6%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었다. 반대로 돌이킬 수 없는 평판리스크를 노출하며, 행동주의펀드라는 명분을 내려놓고 이익에만 급급한 '기업 사냥꾼'의 본색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경영에 복귀하는 것은 힘들어 보인다. KCGI 연합은 전문경영인 도입을 주장하며 직접적인 경영 개입은 하지 않을 것이란 뜻을 밝혔다. 추천인사의 면면을 살펴볼 때 과연 항공업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경영인으로 독립적인 경영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추후 조현민 한진칼 전무와 같이 슬쩍 그룹 경영에 참여하는 것도 쉽지 않다.
여론은 물론, 대한항공 임직원들 조차 조현아 전 부사장의 복귀를 반대하고 있다. 지난해 국민연금의 제안과 같이 그룹의 이사 선임의 요건이 강화하면 과거 형사처벌 이력이 있는 조현아 전 부사장의 복귀는 사실상 어렵다. 상속세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조현아 전 부사장에겐 그룹 내 직함이 없다는 것은 뼈아프다.
한진그룹은 KCGI의 제안을 받아들여 국내외 주요 호텔사업에 대한 재검토 및 일부 매각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호텔사업은 조현아 전 부사장이 가장 애착을 갖고 추진한 분야다. 한진그룹은 조현아 전 부사장의 색깔 지우기에 나섰고, KCGI 측이 집권해도 호텔사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에 돌입할 가능성이 크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상황에서 KCGI는 조현아 전 부사장의 지분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추후 경영권을 갖고 온 이후엔 굳이 함께 할 필요가 없다”며 “조현아 전 부사장 스스로 무엇을 바라고 이 같은 구도를 만들었는지, 자신의 정확한 효용가치가 어디까지인지 이해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 이명희 고문 캐스팅보트, 조용히 영향력 키우는 조현민 전무
지분율 격차가 크게 벌어졌던 시점에서 이명희 고문이 조 회장 손을 들어주며 양측의 균형이 다시 맞춰졌다. 사실 지난해 총수를 지정하는 문제를 둘러싼 오너가의 갈등이 수면위로 등장했을 때부터 이명희 고문의 입장에 상당한 관심이 쏠렸다. 이 고문은 조현아 전 부사장의 공판 당시 “현아야 잘했어. 엄마가 미안해”라며 다독이던 모습을 연출했고, 이 때문에 이 고문이 조 회장 편에 설 것으로 예상하긴 상당히 어려웠다.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하면 대결의 구도와 양상은 다소 변할 수도 있다. 이 고문이 쥔 5.3%의 지분은 어느쪽으로 향하든 상당한 힘이 된다. 일단 현재 상황에서 조 회장 편에 선 이 고문은 앞으로도 한진칼 지분을 쥐고 꾸준히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이명희 고문도 회사의 경영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고, 지금은 조원태 회장의 편에 서 있지만 경영권 분쟁이 잠잠해 진 이후 어떤 입장이 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며 “이 고문이 상당수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한 조원태 회장 또는 조현아 전 부사장 모두 무시할 수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막내인 조현민 전무는 조 회장의 체제 속에서 경영 보폭을 차츰 늘려나가고 있다. 조현민 전무 최근 비교적 잠잠했던 행보를 깨고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경영권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조 전무는 과거에도 맡았더 마케팅 부분 총괄을 담당하며 커리어를 쌓고 있다. 조 회장 체제가 유지된다면 안정적인 활동을 예상해 볼 수 있고, 추후 정석기업 등 알짜회사의 주요 직책을 맡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 KCGI, 결국엔 반도그룹이 엑시트 창구?
뒤늦게 경영권 분쟁에 뛰어든 반도그룹은 빠른 속도로 지분율을 늘렸다. 전국에 반도란 이름을 알리며 마케팅 효과도 톡톡히 봤다.
KCGI의 최대고민은 투자금회수(엑시트)이다. 지난해 주총 패배이후 장내에서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까지 고려했을 정도로 엑시트 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번 주총에서 이사진에 진입해 자산매각 등을 통해 주가를 끌어올리고, 적절한 타이밍에 엑시트 하는게 과제다.
반도그룹이 경영권 분쟁에 뛰어든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 반(反) 조원태 회장 측에 섰기 때문에 백기사로 참여했다고 보긴 어렵다. 그렇다고 최초 지분 매입 단계에서 KCGI와 교감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KCGI의 끊임없는 러브콜로 연합이 성사됐다. 최초엔 한진그룹의 개발사업 등에 이권을 노리고 참여했을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반도그룹이 대한항공에 대한 직접적인 경영참여 의사가 있다면 추후 KCGI의 지분을 사들이는 방안도 고민해 볼 수 있다. 엑시트를 해야하는 KCGI와 반도그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물론 이 같은 시나리오는 KCGI 연합이 이사진 진입에 성공했을 때 가능한 얘기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그룹이 KCGI와 손잡으면서 주주간계약이 분명히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추후 반도그룹이 한진칼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것도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경영권 장악에 실패하고, 주총 이후 주가가 떨어지는 상황이라면 KCGI와 반도그룹 모두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주식을 담보로 대규모 차입을 일으킨 KCGI는 주가하락에 상당히 민감할 수밖에 없다. 평균 매입단가가 상당히 높은 반도그룹 또한 마찬가지다. 현재의 경영진이 경영권을 유지해 추후에 공격할 여지를 차단한다면, 경영권도 얻지 못하는 지분을 제 3에게 매각하는 것도 쉽지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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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2월 17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