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도 'CEO-이사회 의장 분리' 재계 트렌드 따를까
입력 2020.02.21 07:00|수정 2020.02.21 10:24
    21년 만에 의장직 내려놓은 정몽구 회장
    정 부회장 의장직 '승계' 여부 관심 모여
    이사회 중심 경영구조 확립 집중해온 현대차
    CEO-의장 분리 트렌드 따를 개연성 커
    • 정몽구 회장이 현대자동차의 등기임원을 연임하지 않기로 하며 시장의 관심사는 이사회 의장을 누가 맡을 것인가로 모이고 있다. 일각에서 정의선 부회장이 의장직에 오르면서 자연스러운 '승계'에 대한 전망도 있다.

      그러나 현대차가 정의선 부회장 체제 들어 이사회 중심 경영에 힘써온 만큼 재계 트렌드에 맞게 이사회 의장은 사외이사가 맡을 것으로 보는 분석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현대차는 주주총회 이후 이사회를 통해 다음 이사회 의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정관에 따르면 현대차의 이사회 의장은 정기 주총 이후 첫 이사회에서 선임하도록 돼 있다. 의장의 임기는 3년으로 의안을 제안하고 이사회를 소집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업계 일각에선 정의선 부회장의 지난 2년간 현대차 행보에 비춰보면 이사회 의장은 맡지 않을 필요성이 제기된다.

      정의선 부회장은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현대차의 의사결정 구조를 투명화하는 등 경영구조 개편에 집중해왔다. 지배구조 개편안 등이 시장의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에 직면한 이후부터다.

      현대차는 지난 2018년 엘리엇 등장 이후 전문성과 다양성을 갖춘 사외이사를 선임하는데 공을 들였다. 현대차그룹 차원에서도 전체 계열사 이사회 내에 재무 전문가 출신 사내이사를 포함시키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는 이사회 중심 경영구조 구축의 일환으로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주총에서 의결한 김상현, 최은수 등 신규 사내·사외이사 선임의 건 역시 그런 기조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라 설명했다.

      지난해엔 이사회 내부에 보수위원회 및 투명경영위원회를 설치하고 회사 경영전략이나 기타 이사회에서 위임한 사항을 심의·결정하는 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하기도 했다. 지난해 3월 주총에서 엘리엇의 주주제안 일부를 수용한 것이다.

      정의선 부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게 되면 이 같은 노력을 통해 확보한 자본시장의 긍정적 평가에 흠집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 지배구조 관련 한 전문가는 "정의선 시대 들어 현대차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반전됐다"며 "과거 자본시장으로부터 의사결정구조가 오너경영인 개인에 집중돼 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 모범생으로 거듭난 상황"이라고 했다.

      정 부회장이 이사회 의장직을 이어받을 경우 부자간 '승계'로 비치거나 최고경영자인 정의선 부회장 중심의 장악력을 유지하는 모양새로 비칠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주총 시즌을 앞두고 재계 전반에서도 이사회 의장과 최고경영자(CEO)를 분리하는 움직임이 활발한 상황이다. 경영권 분쟁이 한창인 한진칼의 경우 주주연합 측에서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에서 뽑자는 주주제안을 냈다. 앞서 삼성전자는 2018년 3월 이사회를 통해 최고경영자와 이사회 의장 분리 방침을 내놓기도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주총 소집결의를 통해 드러난 사실은 정몽구 회장이 등기임원을 연임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까지"라며 "정의선 부회장이 이사회 의장직을 수행하게 될 거란 전망은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