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도 흔들리는 두산중공업, 자금조달 質도 악화
입력 2020.02.26 07:00|수정 2020.02.27 16:47
    실적 하향세 뚜렷·높은 차입금 부담
    크레딧 하향세로 단기차입금 비중↑
    탈원전·탈석탄 변화 대응 늦었단 평
    • 지난 몇 년간 두산중공업의 신용등급은 꾸준히 하락했다.  2015년 'A'에서 2016년 'A-'로, 2017년엔 'BBB+'로 떨어졌고, 지난해엔 신규수주·영업실적 하락, 높은 차임급 규모 등 불안정한 재무안정성을 이유로 'BBB(부정적)'까지 떨어진 상태다.

      계속되는 실적 부진과 높은 차입금 부담으로 올해도 신용도 하방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104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2013년 이후 7년 연속 적자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도 300%에 이른다.

      물론 지난해 실적 기준으로 당장 추가 강등이 될 정도는 아니라는 평이다. 지난해 두산중공업의 매출은 15조6597억원으로 1년 전보다 6.1% 늘었다. 영업이익은 1조768억원의 흑자로 돌아섰다.

      다만 높은 차입금 규모가 여전히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작년 3분기 연결 기준 두산중공업의 총 차입금은 11조2654억원에 달한다. 보유 현금성 자산 1조8277억원을 고려한 순차입금도 9조4377억원 수준이다. 순영업활동흐름(NCF)은 (-)8894억원 규모를 보였다.

      당장 1년 안에 갚아야 할 차입금만 2조 6385억원에 달한다. 신용도 하향이 이어지면서 장기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단기차입금 비중이 크게 늘었다.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차입금 비중이 85%에 이른다. 연장도 가능하지만 그만큼 이자비용이 부담이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이자비용으로만 1385억원을 지출했다.

      이에 두산중공업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국책은행 등과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오는 4월 만기가 도래하는 약 5900억원 규모의 해외 채권 상환은 수출입은행에서 대출받는 방안이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두산중공업의 금융회사 차입금 중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대출금이 60%를 넘는다. 국책은행 비중이 높아진 배경 역시 크레딧 악화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다.

      2017년 발행한 약 5000억원 규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조기 상환 시점이 다가오는 점도 부담이다. 현재 주가(21일 기준 5420원)가 신주인수권 행사가격(1만7100원)을 하회하는 점을 고려하면 투자자들이 풋옵션(put-option)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회사의 재무 상태가 좋지 않다보니 투자자들도 유동성을 고갈시킬 수 있는 조치에는 신중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두산중공업의 채무 비중에서 국책은행 비중이 크다보니 투자자들이 국책 은행의 동향을 살피는 분위기라고 전해진다.

      이외에도 두산중공업은 자금 마련을 위해 일부 사업부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구체적인 사안이 나온 바 없어 진행 상황을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두산중공업의) 차입금 규모가 과도한 상황인데 그중 단기 차입금 비중이 높은 것도 크레딧 차원에서 단점으로 작용한다”며 “눈에 띄게 재무 상태가 개선되고 있지 않고, 근본적으로 본업 자체도 크게 좋아질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부정적’ 전망이 달려 있어 신용도 하방 압력이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갚아야 할 돈’은 많은데 ‘들어오는 돈’이 적은 상황이 우려를 더한다는 분석이다. 두산중공업의 주력 산업인 에너지 부문 경쟁력은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두산중공업의 신규 수주는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2조1484억원으로 2018년 3분기 3조6896억원보다 41.8% 감소했다. 2016년 8조1000억원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다. 수주잔고는 2018년 말 16조4022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14조6471억원으로 감소했다.

      경영난이 계속되자 결국 두산중공업은 지난 18일 5년만에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카드를 꺼냈다. 대상이 기술 사무직을 포함한 45세 이상 2600명에 이른다. 경영 정상화 과정에서 인력 구조 재편이 불가피한 상황에 이르렀다는 판단이다.

      이러한 경영난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직격탄을 맞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탈원전·탈석탄 에너지 정책의 영향으로 2017년 이후 신규 수주가 크게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두산중공업의 원전 부문 공장가동률은 2017년 100%에서 지난해 50%로 떨어졌다.

      다만 정부는 두산중공업이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변화 등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고, 해외 석탄발전과 국내 원전에 과도하게 의존한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두산중공업의 수주에서 국내 원전이 차지하는 사업비중이 15~20%인 반면 석탄발전사업이 70~80%에 이르기 때문에 탈원전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제한적이라는 해석이다.

      이에 가스터빈, 풍력, 수소 등 신사업 사업구조 재편이 어느정도 효과를 낼 지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다. 전 세계적으로 석탄화력 신규발주는 2016년 이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세계 전력시장 투자가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진행되다 보니 2018년 전력 투자의 약 40%는 재생에너지 분야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