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쇼크'에 신용도 흔들…기업 자금조달 '비상'
입력 2020.02.27 07:00|수정 2020.02.28 10:13
    '2차 감염'으로 경제 여파 커지면서
    기업 실적 타격·크레딧 여파 불가피
    하이일드급 기업 차별화 심화할듯
    • ‘코로나19(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쇼크’가 확산되면서 기업들의 신용도 악영향, 그에 따른 자금 조달 계획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실적 부담에 신용 리스크가 커진 비우량 등급과 우량 등급 기업 간 차별화는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2월 초만 하더라도 크레딧채권 시장에서는 코로나19의 확산 정도를 지켜봐야 한다는 전망이 나왔다. 단기적으로는 국채 금리 하락과 안전자산 선호로 상대 가치가 부각될 수 있다는 의견이었다. 그러나 이후 일부 지역을 시작으로 2차 감염이 일어나고 정부가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하는 등 분위기가 급격히 악화됐다.

      코로나19 여파가 일시적 충격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공모채 발행과 조달 측면 모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크레딧채권은 기업들의 실적 악영향이 큰 만큼 불안감이 증대했다. 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하면 기업의 사업실적 부진으로 인한 신용도 압박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2차 감염이 시작되면서 소비재 유통, 항공·호텔 등 여행 산업 실적 타격이 클 전망이다.

      크레딧채권 투심의 등급 차별화도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초부터 BBB급 기업들의 회사채 투심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여기에 코로나19 영향도 더해지면서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2월말~3월초 공모채 수요예측이 예정된 기업은 8곳 정도다. 대기업 계열로는 SK매직, SK가스, 에쓰오일 등이 수요예측에 나선다. A급 이하로는 한신공영(BBB)이 500억원(최대 1000억원) 수요예측에 나선다. 하이일드급 신용등급을 고려해 트랜치는 단기 2년물로 구성됐다.

      국채 금리 하향으로 일부 초우량 등급 선호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주요국의 통화정책이 완화 기조가 유지됨에 따라 위험선호 성향 자체가 꺾였다고 보긴 어렵지만, 안전자산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채 시장에 자금이 몰리며 미국 장기물 국채금리가 가파른 하락세(국채가격 상승)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국채 30년 금리는 역사상 최저 수준인 1.9%까지 내려왔다.

      다만 국내 크레딧 전망이 뚜렷한 ‘하향세’인 점은 변수다. 올 연초부터 대기업들의 등급 하향이 계속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AA-에서 A+로 하향됐다. ‘부정적’ 전망이 유지되면서 추가 강등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마트도 결국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조정됐다. 이외에도 LG화학, SK이노베이션,현대제철 등 시총 상위권 기업들의 등급 및 등급전망 조정이 이어졌다. 군산공장 철수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OCI는 등급 검토 대상에 올랐다.

      지난해부터 ‘설마 했던’ 기업들의 신용 리스크가 대두하면서 이미 크레딧채권은 보수적인 분위기를 보여왔다. 신용 리스크가 있는 기업은 우량 등급이어도 비우호적인 시장 평가가 나온 바 있다. 지난해 9월 ‘A+’등급의 HDC현대산업개발은 2000억원 안팎 대규모 공모채 자금유치를 적극 검토했다. 당시 오크밸리 인수 자금과 10월 만기가 돌아오는 1650억원 회사채 상환 자금 등을 마련할 목적이었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를 나타내면서 재무·신용리스크 상승 우려로 계획이 최종 무산됐다.

      채권 시장 전문가는 “국채금리 하향으로 일부 우량 기업들이 혜택을 볼 수도 있으나 지난해 현대차도 AAA를 반납하는 등 기업들 신용도 하향세가 빨라 국내에 ‘안전자산’이라 할 우량 기업이 줄어드는 점이 문제”라며 “조달금리가 낮으니 기업들이 회사채를 찍고는 싶겠지만 여건이 워낙 나쁜 상황이고, BBB급 이하 기업들은 이 시기에 조달에 나섰다가 괜히 ‘회사가 어려운 것 아니냐’는 소음이 나올 수 있어 더 신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