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이 줄더라도 이익 나는 상품 팔겠다는 계획
계획데로 원하는 시점에 이익이 극대화 할 수 있는지 관건
영업력 강화 없이는 쉽지 않은 길이란 평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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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보험사들이 실적저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손보험·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치솟으면서 경영난에 직면한 상황이다. 나름으로 체질개선에 나서보지만 극약처방 없이는 개선하기는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손보사 경영진의 관심사는 지난해 사모펀드가 인수한 롯데손해보험으로 모아지고 있다. 매출을 줄여서라도 회사를 탈바꿈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라 과연 얼마나 ‘숫자’로 드러날지에 이목이 집중된다.
지난해 삼성화재의 당기순이익은 6478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39.5% 감소했다. 1위 손보사 실적이 이럴 정도다 보니 다른 손보사의 상황은 더 안 좋다. 대다수 손보사들이 두자릿수의 순이익 감소를 보였으며 중소형 손해보험사인 한화손해보험은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사모펀드 JKL파트너스가 인수한 롯데손해보험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롯데손해보험은 지난해 영업손실 725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손해율 상승과 더불어 매각 위로금, 명예퇴직금 지급 등으로 지출비용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업계가 관심을 보인건 실적 보다는 롯데손보가 밝힌 가이던스다. 롯데손보는 내년과 내후년 매출 목표를 각각 2조1848억원, 2조2949억원을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매출보다 낮은 수준으로 앞으로 2~3년간 매출을 줄이겠다는 뜻이다.
이는 전문경영인이 이끄는 회사에서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CEO의 성과가 매출과 시장점유율에 연동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통상 보험업은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는 산업으로 불린다는 점에서 여지껏 다들 출혈경쟁을 통해서라도 시장점유율 싸움을 벌여왔다.
하지만 롯데손보는 경제학에서 말하는 ‘J커브 곡선’을 그리겠다는 계획으로, 단기적으론 매출 감소의 영향으로 이익증가에 제약이 있겠지만 어느순간 획기적으로 이익이 늘어나는 시점이 온다는 구상이다. 궁극적으로 회사가 이익 극대화를 목표로 잡는 시점은 7년 후 정도로 전해진다. 모든 재무구조 개선 플랜도 7년 후 이익이 정점이 될 수 있도록 짜고 있다. 이를 위해서 당장의 몇 년간의 마이너스 성장도 감내하겠다는 생각이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서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상품구조 개선이다.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자동차보험, 실손보험의 규모를 과감하게 줄이고, 이를 장기보장성보험으로 바꾼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서 외국계 보험사 출신의 상품전략 및 영업 전문가를 영입하고 있다.
인력구조조정도 과감하게 진행한다. 이미 지난해 대규모 명예퇴직을 실시했다. 이에 따라 일시적으로 비용증가가 나타났지만 이를 감내해서라도 중장기적으론 사업비 절감을 이뤄내겠다는 생각이다.
더불어 자산운용방식에도 변화를 추구한다. 전통적으로 보험사들의 자산운용이 주식과 채권에 집중되어 있다면 롯데손보는 대체자산운용에 더욱 방점을 찍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무위험 자산 아니면 대체자산으로 자산을 운용한다. 즉 중위험-중수익 상품 투자는 지양하겠다는 전략이다. 더불어 자산운용 인력에게는 건전성 대비 목표 수익률을 달성할 시에는 과감한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다른 보험사와 달리 채권매각을 통해서 억지로 이익을 만들어내지도 않겠다는 생각이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단기 실적에 치중할 수 밖에 없는 보험사 CEO로서는 쉽게 하기 힘든 선택이다”라며 “당장 올해 내년에 실적감소를 감내하고라도 재무구조 개선을 나설 보험사 CEO는 많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남겨진 숙제는 많다. 실제로 원하는 'J커브 효과'가 나타날지 현재로선 미지수다. 단기적으로 매출 감소를 감내하더라도 궁극적으론 매출이 늘어나야 이익이 극대화가 이뤄질 수 있다. 계획한 데로 매출이 줄어든 만큼 이익이 증가하는지는 결국 시장상황 등을 지켜봐야 한다.
관건은 결국 영업력을 어떻게 끌어올리느냐다. 롯데의 상표권과 퇴직연금 보장기간이 5년이다. 퇴직연금의 절반가까이를 롯데그룹 물량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라서 이를 대체하기 위해선 영업력을 키워야 한다. 대주주가 된 JKL파트너스가 재무적으로 파악한 보험사의 모습과 실제 영업현장에서의 상황은 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롯데그룹 물량이 없어지는 5년후에도 과연 원하는 가치극대화가 이뤄질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금융지주 등이 보험사 인수에 나섰다가 낭패를 겪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보험영업의 어려움에 있다. 아무리 재무적 계획을 잘 세우더라도 고객이 상품을 찾아주지 않으면 결국 남들이 파는 상품을 팔 수 밖에 없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JKL파트너스가 엑시트시점을 5~7년 정도로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결국 관건은 모든 것이 계획되로 이뤄질 수 있느냐의 여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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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2월 2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