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R 1.3배 원해
시장평가는 적정가치 PBR 0.7배 수준
경쟁사 대비 ROE 절반 수준에 성장 전망도 밝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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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캐피탈 인수전이 물 밑에서 진행되고 있다. 사모펀드를 비롯해 금융사 등에서 관심을 보인다. 경쟁구도가 형성되면서 몸값이 오르고 있으나, 매도자와 인수후보들 사이의 생각하는 가격 격차가 크다. 효성그룹이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효성그룹은 크레디트스위스(CS)를 매각자문사로 선정하고, 효성캐피탈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효성그룹은 올해 말까지 효성캐피탈을 매각해야 한다. 지난 2018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을 완료한 효성그룹은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행위제한 해소 유예기간인 2년 내에 효성캐피탈 매각을 완료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따지면 올해 상반기에는 매각 프로세스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효성그룹이 생각하는 매각가격은 5000억원 수준으로 전해진다. 이는 주가순자산비율(PBR) 1.3배 수준으로 최근 거래된 캐피탈사 중에서 가장 고가다. 웰투시인베스트먼트가 아주캐피탈 지분을 인수할 때 거래된 PBR이 0.7배 수준이었으며, 베어링PEA가 인수한 에큐온캐피탈의 PBR이 0.9배 수준이었다.
IB 업계에선 본질가치만 따지고 보면 PBR 1배도 고벨류란 평가가 많다. 주력 사업분야의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고, 이익 안정성도 약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2018년말 기준 효성캐피탈의 ROE는 5% 수준에 불과하다. 에큐온캐피탈의 ROE가 12%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에 절반정도 수준의 자기자본이익률을 보여주고 있다. 통상 캐피탈사를 인수하는 데 드는 리스크 대비 요구 수익률은 10% 수준 정도가 거론된다. 이를 감안하면 ROE가 10%는 나와야 PBR 1배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효성그룹의 눈높이가 시장이 생각하는 기업가치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셈이다.
한 외국계 증권사 금융담당 연구원은 “ROE가 5% 수준에 불과한 회사가 PBR 1배 이상의 기업가치를 요구하는 건 과도하게 높은 벨류에이션이 적용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효성캐피탈의 포트폴리오 구성을 봤을 때 앞으로 성장성이 높다고 평가하기도 힘들다.
효성캐피탈의 사업은 설비금융(영업자산의 33%), 자동차금융(11.7%) 리테일금융(18%), 기업금융(18.7%), 투자금융(13.5%)으로 구성됐다. 사업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산업 및 공작 기계 리스를 담당하는 설비금융은 건설업 제조업 등의 불황으로 주요 고객들의 금융수요가 줄어들고 있다. 자동차금융과 리테일금융도 캐피탈사들 사이의 경쟁이 치열하고, 규제강화로 사업확대에 제약이 있는 상황이다.
기업금융 역시도 사업환경이 양호하진 않다. 부동산PF 등을 주력으로 하는데 이들이 수도권 소재의 오피스텔 및 지식산업단지 후순위채권이다 보니 분양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다. 결론적으로 경쟁사 대비 확실한 우위를 가져가는 사업이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주력 사업부문의 금융수요 위축과 시장 내 경쟁심화로 사업안정성이 약화되었다”라며 “주력사업의 운용수익 감소와 영업자산평잔 감소에 따른 비용 증가로 이익안정성은 저하되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효성그룹이 고가 매각을 주장하는 이유는 경쟁구도가 형성되면 가격이 뛸 수 있다는 기대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재 잠재 인수후보론 국내 한 금융사와 외국계 사모펀드 정도가 거론된다.
결국 변수는 이들이 효성그룹의 눈높이를 맞추면서까지 인수전에 뛰어드냐 여부다. PBR 0.7배 수준인 3000억원이 적정가격이란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두배 가까운 가격에 이를 인수하기엔 부담이 만만치 않다.
더불어 효성그룹이 매각을 서둘러야 한다는 점에서 시간을 끌면서 가격을 놓고 줄다리기 협상을 이어갈 수 있다. 사모펀드의 경우 캐피탈사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대부분의 금융지주사들이 캐피탈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엑시트에 대한 고민도 커질 수 있다.
한 M&A 시장 관계자는 “전략적, 재무적 투자자 모두 관심을 보인다는 점에서 매각 가능성을 높여주지만 효성의 눈높이가 높아 원하는 가격에 매각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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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2월 23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