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회장 우군 델타도 1% 늘려, 추가 매수 가능성
“이번 주총 의결권 없는 주식, 장기전 대비” 평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양상 변화
전자투표 도입 공세, 델타 CEO 방한도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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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의 경영권 분쟁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끝나지 않는다. 주총 승리를 자신했던 KCGI 연합은 반도그룹을 앞세워 추가 지분을 확보했고, 이에 맞서 조원태 회장의 우군인 델타항공은 한진칼의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이미 주주명부는 폐쇄돼 추가로 매입한 주식은 올해 주총에선 의결권을 가질 수 없다. 결국 임시주총 또는 내년 주총을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일단 지난해 말 주주명부 폐쇄 기준으로 양측은 각각 30% 초반대의 우호지분을 확보했고, 1%포인트 남짓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1~2%를 보유한 기관투자가, 소액 투자자들의 표심에 따라 경영권의 향방이 최종 결정된다. 한진그룹과 KCGI 연합 모두 위임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KCGI 연합은 8명(1명 사퇴, 유효 후보 7명)의 이사 후보를 추천했다. 한진그룹도 조만간 이에 대응할 만한 수준의 이사진을 추천할 것으로 보인다. 주총 소집 공고와 함께 구체적인 안건이 밝혀진다. 한진칼 이사 수에는 정원이 없다. 표결에 따라 모든 후보가 이사로 선임될 수도 있다. 어느 한쪽의 완벽한 승리로 끝나지 않으면 KCGI는 반쪽짜리 성공, 조원태 회장 입장에선 반쪽짜리 실패로 기록될 전망이다.
완벽한 승리를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양측은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
이달 중순 반도그룹은 한진칼의 지분 5%를 추가 취득했다. KCGI 연합의 현재 우호 지분은 약 37%다. 델타항공은 지난 20일 지분 1%를 사들였고 조원태 회장의 연재 우호 지분은 약 38%가 됐다. 26일 외국계 증권사 창구를 통한 외국인 매수세가 집중된 점을 고려할 때 델타항공의 지분율이 다소 높아졌을 가능성도 있다. 올해 매입한 주식은 향후 임시주총 또는 내년 정기 주총에서 효력을 발생한다.
양측 모두 이번 주총에서 이사 선임에 실패하더라도 ▲추후 이사의 해임을 건의할 수 있다는 점 ▲다음 정기주총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분매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우호지분의 격차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이번 주총이 끝나더라도 어느 쪽이든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의 지분매입은 앞으로 지속될 분쟁에 대한 사전 작업의 일환으로 우호세력을 얼마나 동원할 수 있느냐 또는 자금력을 얼마나 갖추고 있느냐의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치열한 경영권 분쟁 속에 코로나19 확산은 변수로 떠올랐다.
흐릿하던 대한항공의 실적 전망은 여객수요의 급감으로 인해 더 어두워졌다. 특히 KCGI 연합은 주총장에 인원이 대거 몰리는 점을 지적하며 전자투표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고, 한진그룹은 여전히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소액주주 표심의 향방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전자투표제를 도입할 경우 득(得)보단 실(失)이 많을 것이란 판단이 깔려있다.
일단 계획된 주총은 3월 말이다. 코로나19 확산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연기할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한다. 금융당국은 당초 3월 말로 규정된 사업보고서 제출 시한을 5월까지로 연장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당초 에드워드 바스티안(Ed Bastian) 델타항공 최고경영자(CEO)는 한진칼의 주총 전 방한할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조 회장의 우군인 델타항공 CEO의 방한은 소액주주들에게 상징적인 의미를 갖게 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지난 24일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최고 등급인 3단계(경고)로 격상하면서 방한이 불투명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주총 결과와 별개로 조원태 회장은 안정적인 경영권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적 방안을 만들어야 내야한다. KCGI 연합은 주주 각각의 이해관계를 충족시키는 점이 과제로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진그룹은 조현아 전 부사장이 KCGI 연합에 합류하기 전 그룹 측에 먼저 호텔사업과 항공사업에 대한 경영권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를 비춰볼 때 KCGI 연합 내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반도그룹 또한 연합을 맺기 전 한진그룹에 송현동 부지, 제주 파라다이스 호텔, 부산 범일동 한진터미널 등의 개발권 등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그룹은 경영 참여에 대해 선을 긋고 있지만 단순 시세차익을 넘어선 사업적 시너지를 내려고 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최근엔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의 친동생인 권혁운 아이에스동서 회장의 측면 지원 가능성도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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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2월 27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