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연체 늘었는데 신용등급은 상승? 금융사들 "못믿겠다"
입력 2020.03.05 07:00|수정 2020.03.06 17:45
    2금융권 중심으로 가계 연체율 상승
    연체율은 올라가는데 역설적이게 개인신용등급은 개선
    정부의 신용구제 프로그램 효과
    금융기관들 자체 신용관리 시스템 개발 등 위기 대응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우한 코로나)에 대한 공포심이 극대화하며 자영업자 등 국내 경제상황이 악화함에 따라 가계대출 연체율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기관들은 대출 연체율 수치를 꼼꼼히 모니터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선물처럼 정부가 안겨준 '신용회복 프로그램' 덕에 개인 신용등급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은행을 비롯한 제2금융권도 개인 신용등급 불신으로 인해 자체 신용평가 시스템을 만드는 등 나름의 방책을 고민 중이다.

      지난해 가계신용대출 연체율은 눈에 띄게 올랐다. 한국은행 경제전망보고서에 따르면 가계대출 연체율은 2016년 1% 아래로 저점을 찍은 후, 다시 오르는 모양새다. 특히 제2금융권의 연체율 상승 추이가 눈에 띈다. 은행은 가계대출이 0.5% 아래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비은행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2017년 1.5% 수준이었다가 지난해 하반기 기준 2%대를 근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은행은 비교적 연체율을 잘 관리하는 모습이다. 국내 4대 시중은행의 대손비용율도 2015년 0.8% 수준이었다가 지난해 0%대로 떨어졌다. 금융위기 이후 은행의 여신 관리가 철저해진 측면이 있는 데다, P2P대출 등 새로운 금융기관이 등장하며 저신용자가 2금융권으로 고개를 돌린 영향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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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1금융권에서 대출 못 받은 고객이 2금융권으로 가면서 풍선효과로 2금융권의 대출 연체율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연체율 상승과는 반대로 최근 몇 년 사이 개인의 신용등급은 개선되고 있다. 2017년 전체 인원 중 1등급의 신용등급을 보유한 개인의 비중은 24.7%였다. 이듬해 26.3%로 늘어난 비율은 지난해인 2019년 28.2%로 증가했다. 2등급의 신용등급을 보유한 개인도 2016년 700만명대에서 지난해 800만명대까지 올랐다. 반면 7등급 인원은 2017년 120만명대에서 지난해 90만명대로, 8등급 인원은 120만명대에서 100만명대로 줄어들었다.

      이에 대해 NICE평가정보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 효과가 없진 않다"며 "특히 하위등급에 있던 사람들이 채무를 탕감받은 덕에 신용등급이 상승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현 정부는 2018년부터 '채무자회생법 개정안'을 발표하는 등 저신용자 구제에 나섰다. 해당 개정안에는 변제기간을 최장 5년에서 3년으로 단축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파산에 직면한 개인이 3년동안 빚을 성실하게 상환하면 나머지 빚을 탕감받을 수 있어 보다 신용등급 회복이 빨라진 셈이다.

      또한 연체 시 3%까지만 연체이자를 부과하도록 해 금융기관에 부담을 지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체에 대한 징벌수위가 높지 않다보니 연체를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는 금융소비자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금융사가 부실채권을 제3자에 판매하려해도 밸류에이션이 떨어지고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옛날에 부실채권을 50~60만원 정도를 받고 팔았다면 최근에는 40만원 정도로 밸류가 많이 떨어진 상황이다"며 "결국 우량고객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우량고객도 1등급이 확실한지 불분명해 점점 저축은행 시장이 보수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금리 시대에 대출로 수수료이익을 내야하는 금융기관이 정작 대출 기준인 신용등급에 신뢰를 잃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자영업자 등 개인에게 미칠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개인대출 관련 채무의 상환이 더욱 힘들어질 공산이 크다. 지금은 1등급일지라도 추후 2등급보다 더 낮은 단계로 하락할 가능성이 존재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가장 먼저 영향을 받게 될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은 사태를 대비해 신용평가 시스템을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1금융권과 마찬가지로 내부신용평가, 외부신용평가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고 몇년 전부터는 기타 통신정보나 다른 정보를 이용해서 신용등급을 평가하고 있다"며 "개인별로 따로 평가가 되기 때문에 1등급이더라도 연체가 되는지 여부를 파악하며 계속 다양한 방도로 활용 중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