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사, 코로나 확산에 입장 변화…"지켜보자"→"충격 불가피"
입력 2020.03.06 07:00|수정 2020.03.05 18:18
    장기화 우려되면서 신용도 영향도 불가피
    국내외 신용평가사들 "부정적 파급효과 커"
    경제 전반 여파에 상위등급도 하향 우려↑
    • 코로나19 확산에 대해 국내외 신용평가사들도 잇따라 신용 위험 경고에 나섰다. 발병 초기만 해도 신용등급 영향까지는 ‘지켜보자’는 분위기였지만, 사태가 국내외로 급속히 번져 기업 신용도에도 전반적으로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장기화할 경우 상위등급 기업의 등급 하향도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미 우량 등급 기업의 하향 추세가 시작된 가운데 코로나19로 ‘불똥’이 튈 수 있는 셈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2월27일 보고서에서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으로 한국 기업들의 신용도가 단기적으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무디스는 앞서 코로나 19의 영향을 고려해 한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1%에서 1.9%로 하향 조정했다.

      무디스는 “한국에 기반을 둔 생산 라인을 무너뜨리고 향후 수개월 동안 내수 경기를 크게 악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현재 즉각적으로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산업은 항공업이 꼽힌다. NICE신용평가는 지난 연말 발표한 항공업의 2020년 신용등급 방향성을 최근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수요 부진이 심화될 경우 항공사 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코로나19가 발원지인 중국과 인접국가들에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국내 항공사는 대형항공사와 저가항공사(LCC) 모두 여객매출에서 아시아권 수요가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중국 및 아시아노선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더 높은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에 비해 매출 및 수익성 저하폭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대한항공 신용등급은 'BBB+(안정적)', 아시아나항공은 'BBB-(상향검토)'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9월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이 922%에 육박하면서 채권 조기상환 트리거인 1000%에 가까운 상태다. 지금도 차입금 절대 규모가 커 단기 상환 부담이 큰데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예상된 만큼 매출이 발생하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전체 매출 대비 15% 정도를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을 통해 조달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유통업도 실적 저하폭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무디스는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쇼핑몰을 기피해 이마트와 롯데쇼핑의 올해 1분기 수익이 급격히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디스는 최근 이마트의 신용등급을 ‘Baa3’에서 투기 등급인 ‘Ba1’으로 낮춘 바 있다.

      이어 무디스는 롯데쇼핑의 등급 전망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등급은 ‘Baa3’을 유지했으나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으로 실적 영향이 불가피해지면서 올해 신용등급이 강등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호텔 산업도 급속도로 전망이 부정적으로 변했다. NICE신용평가는 호텔업의 2020산업전망을 ‘중립’에서 ‘불리’로, 신용등급 방향성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 관광객 등이 급감하면서 단기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발병으로 국내 일부 호텔의 객실 예약은 30% 이상 취소된 것으로 파악된다.

      사태가 장기화하면 영화관 사업도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춘절이 포함된 1분기가 연중매출의 30% 내외를 차지하는 만큼 중국 사업 비중이 20%인 CJ CGV(A+)의 부정적 영향이 높을 것이란 관측이다. 한국신용평가는 “CJ CGV가 중국과 베트남 등 해외사업에서 이익창출이 국내 수익성을 보완하고 있는 만큼 중국에서의 영업 중단이 길어지면 수익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외에도 정유·석유화학·자동차 및 자동차부품·건설 등 주요 산업군도 공급차질과 전방산업 부진 등으로 향후 실적에 영향이 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정유와 석유화학의 경우 국내 생산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며, 중국향 수출 하락이나 소비 저하로 인한 수급여건 영향은 가능하다는 평이다.

      자동차 및 부품 산업은 중국 협력사의 부품공급 차질로 생산이 일시 감소하고 장기화시 판매부진이 예상된다. 건설부문은 분양일정 연기로 생산이 소폭 감소할 수 있지만 과거 메르스 사태 등을 비추어 볼 때 영향은 미미할 것이란 예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