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멘티브 부담에 코로나까지…KCC 신용불안 '가속도'
입력 2020.03.09 07:00|수정 2020.03.06 17:59
    글로벌 신평사들 잇따라 투기등급 강등
    건자재 업황 부진 속에 '코로나 악재'도
    모멘티브 실적·인수 부담 계속
    • 모멘티브 인수 부담을 안고있는 KCC가 '본업'인 건자재와 도료 산업에서 실적 하락세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건자재업 성수기인 연초부터 '코로나19' 변수까지 가세하며 영업수익성 회복이 불확실한 상황이다. 높은 재무부담으로 글로벌 신용등급이 잇따라 하향조정된 데 이어 국내 등급도 조정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현재 KCC의 국내 신용등급은 ‘AA’로 전망은 ‘부정적’이다. 지난해 6월 한국신용평가를 필두로 10월 NICE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의 조정이 이어졌다. 지난해 KCC의 등급 전망이 조정된 데에는 모멘티브 인수로 인한 재무부담 확대와 모멘티브의 실적 불확실성이 크게 작용했다.

      앞서 지난달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KCC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투기등급인 ‘BB+’로 하향 조정했다. 무디스는 이미 지난해 11월 ‘Baa3’에서 투기등급인 ‘Ba1’로 강등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모멘티브 편입이 반영된 1분기 연결 실적이 나오면 등급 검토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등급 불안정성이 높은 만큼 조정이 상반기 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부정적 전망을 부여받은 뒤로 시장에서 ‘AA급 우량채’ KCC를 향한 투심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 바 있다. KCC는 올해 9월 1100억원의 공모채 만기가 돌아온다.

      지난해 잠정실적을 고려하면 업황 악화로 수익성 부진이 계속되고 있고, 모멘티브 인수로 인한 재무부담도 불가피하다.

      KCC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335억원으로 전년 대비 33.5% 감소했다. 매출액은 2조7195억원으로 11.7% 감소했다. 강력한 부동산 정책이 계속되며 신규 주택 물량이 줄어들고 있고 주택 매매 거래량도 하향세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해외도료 부문 업황악화가 계속되며 영업수익성이 큰 폭으로 저하됐다는 분석이다.

      올해는 시작부터 코로나19 ‘악재’가 덮쳤다. 통상 1분기는 이사철을 맞이해 인테리어 수요도 높고, 아파트 등 건물 보수에 따른 페인트 수요도 증가하는 건자재업계의 성수기지만 올해만큼은 분위기가 좋지 않다. 코로나19 여파가 언제까지 계속될 지 불확실하지만 장기화할 경우 건설사들의 분양일정 등이 연기돼 건자재 업체들에도 영향이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올해 유리 및 인테리어 사업부를 분할하면서 KCC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약 15~20% 감소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KCC는 지난 1월부터 일부 사업부의 인적분할과 코리아오토글라스(KAC)의 지배지분을 신설법인 KCC글라스로 이전했다.

      실리콘 산업을 영위하며 실적 변동성이 큰 모멘티브는 지난해부터 영업환경 악화가 계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모멘티브는 지난해 1분기 약 55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된다. S&P는 모멘티브의 2019년 EBITDA가 전년대비 약 20~30% 감소한 것으로 추청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주요 경쟁사들과의 경쟁강도가 심화됨에 따라 올해 영업실적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S&P는 "모멘티브의 실적부진은 올해도 이어지겠지만 1월부터 연결실적에 포함됨에 따라 KCC의 2020년 조정 EBITDA는 약 7000억~7300억원으로 전년대비 30%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당분간 KCC는 모멘티브 인수로 인한 추가 재무부담 확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KCC의 연결기준 순차입규모는 2019년 9월말 기준 1조4644억원으로 2018년말 7372억원에 비해 급증했다. S&P는 KCC의 EBITDA 대비 차입금 비율이 2018년 2.2배, 2019년 3.4배에서 올해 5.8~6.2배, 내년엔 5.1~5.5배 수준으로 약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모멘티브 인수로 인한 차입금이 올해 약 4조3000억원으로 크게 증가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KCC의 잠정실적을 살펴보면 모멘티브 인수로 손실 규모가 확대했다는 점이 추정 가능하다. KCC의 잠정실적에 따르면 3851억원이 영업외손실로 반영됐다. NICE신용평가는 모멘티브에서 5000억~6000억원 규모의 손상(영업권 등)을 인식한 것으로 추정되고, 지분율(45.5%)에 해당하는 2591억원이 지분법 관련 손실로 반영된 것으로 판단했다. 또 모멘티브에 대한 가치평가와 관련된 파생상품 평가손실 1260억원이 수반됐다는 분석이다.

      NICE신용평가는 “손실액 중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평가손실이 회계적 손실에 불과할 수 있지만 향후 모멘티브의 실적에 대한 부정적 견해가 상당한 수치로 선 반영돼 있어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