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號 출범 앞두고 '비통신 확장' 비상걸린 KT
입력 2020.03.09 07:00|수정 2020.03.06 17:57
    케이뱅크 자금수혈 또 다시 '안갯속'
    구현모號 '비통신 강화' 숙제 산더미
    • 인터넷 은행업 대주주 등극을 계기로 '비통신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자 했던 구현모 호(號) KT가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지난 5일 인터넷은행 대주주의 자격요건을 완화하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4일 법사위 전체회의를 극적으로 통과하면서 본회의에서도 무리없이 통과할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민생당 일부에서 반대표가 나오며 이례적으로 결과가 뒤집어졌다. 여야가 다음달 총선 이후 첫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지만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관측이다.

      KT는 이번달 30일 구현모 체제 본격 출범을 앞두고 숙원사업인 케이뱅크 정상화가 불투명해지면서 '비통신 강화' 구상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 몇 년간 KT는 유선·무선 전통적 사업에서 벗어나 ICT(정보통신기술) 플랫폼 사업자로 변신을 꾀해 왔다. 2018년 황창규 전 회장이 연임 임기를 시작하면서 발간한 'KT 통합보고서'에선 오는 2021년까지 ▲미디어▲스마트에너지▲금융거래▲재난·안전·보안▲기업·공공가치 향상 등 5대 플랫폼 매출 비중을 30%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KT 전체 매출액 중 본업인 통신업 비중은 49.6% 정도다. 이외에 42개 계열사에서 금융(12.5%), 위성방송(2.5%), 부동산업·커머스·광고업 등이 포함된 기타(35.4%) 부문이 나머지를 차지하고 있다.

      미디어 부문이 수익성이 나쁘지 않지만 몸집을 불리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미디어 부문 강화를 위해 지난해 연말 OTT(모바일 미디어 서비스)인 ‘시즌(seezn)’을 출범했지만 이미 OTT 시장 경쟁이 치열한 만큼 후발주자로 어느 정도 존재감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탈(脫)통신’ 본격 확장을 노려볼 수 있는 부문으로 금융업이 꼽혀왔다. KT는 사업확장 목적으로 2017년 케이뱅크 지분(10%)을 확보했다. KT가 보유하고 있는 금융사 비씨카드(지분율 69.54%)와 함께 핀테크 등 금융 ICT 부문 강화에 박차를 가할 것이란 기대가 나왔다.

      그러나 현재 케이뱅크는 자본난으로 지난 1년간 신규대출이 완전히 멈춘 ‘개점 휴업’ 상태다. 케이뱅크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손실액은 635억원까지 늘어났다.

      본회의에서 개정안 통과가 막히면서 KT와 주요 주주측은 케이뱅크를 살리기 위한 ‘플랜B’를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신규 주주 영입, 자회사를 동원한 증자 가능성 등이 거론되고 있다. 증자로 자금 수혈이 마땅치 않아 KT가 케이뱅크에서 손을 뗄 가능성이 있지 않냐는 관측도 나온다.

      KT를 담당하는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KT가 여러모로 고민이 많겠지만 KT 입장에서는 카카오뱅크를 봤을 때 잘만 하면 괜찮은 사업이란 걸 확인해 이제와서 발을 빼기 쉽지 않을 것이고, 또 지분을 판다고 해도 누가 사갈까 싶다”며 “KT 주가가 신저가를 이어가고 있고, 경쟁사들은 M&A로 덩치를 키우는 등 KT의 차별화 포인트가 약한 상황에서 향후 새 CEO가 어떤 방향으로 전략을 잡는지가 중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