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보험설계사 이력 눈길
한솔홀딩스 "전문성 결여" 주주들에 '반대'요구
주주권 강화에 재계 사외이사 등 주주제안 빗발
주총장이 '화풀이' '망신주기' 자리 돼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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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친구의 제안으로 주주제안의 사외이사로 추천되었습니다. 앞으로 회사의 성장과 주주들의 보상을 위해 사외이사로서의 역할을 다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다면 공무원, 증권회사, 일반기업체, 보험회사 등 다양한 근무 경력을 바탕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자 합니다”
올해 한솔홀딩스 주주총회에 사외이사로 추천된 이상희 후보의 직무수행 계획이다. 이 후보는 올해 일부 주주의 주주제안으로 이사 후보에 추천됐다. 동국대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현대증권(現 KB증권) 청주지점 부장 ▲무교동명가낙지 충주점 ▲삼성테이프 본부장(영업총괄) ▲KB손해보험 설계사 이력을 갖고 있다.
한솔홀딩스 측은 주주들에게 의결권 위임을 권유하며 이 후보에 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할 것을 요청했다.
회사는 “사외이사는 감사위원회 위원을 겸하고 있어 전문성을 요하는 감사업무 즉 회계기준, 재무보고 및 내부통제 구조를 이해하고 이에 관한 판단을 할 수 있을 정도의 경험과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며 “이사회 및 사추위(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이 후보의 상기경력으로 판단컨데 한솔홀딩스의 사외이사·감사위원회 위원으로는 전문성과 경험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한솔홀딩스는 지난해에도 주주들(김택환 외 11인)로부터 3건의 주주제안을 받은 바 있다. 현금배당 건은 상법상 실행이 불가능했고, 안건으로 상정된 사내이사 선임 및 유상감자 안건(주주제안)은 정기주총에서 모두 부결됐다. 이번 이 후보를 추전한 주체 역시 지난해 주주제안 주체와 다르지 않다는 분석이다.
끊임없는 주주제안에 회사는 최근 자기주식소각 및 액면액 감소를 실시, 배당 재원을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한솔홀딩스는 지난 2018년 41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지난해 역시 배당가능이익이 부족한 상황이 발생했다. 대기업 내에서도 보수적인 경영의 대명사로 꼽힌 한솔그룹이 자사주 전량 소각과 액면액 감소라는 특단의 카드를 꺼낸 것도 주주들의 민심이탈을 우려한 조치라는 후문이다.
한솔홀딩스는 3명의 사외이사 중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이사진이 없다. 그럼에도 회사는 주주제안에 맞대응하는 후보로 1명의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 이번 주총에선 총 2명의 사외이사 후보가 표대결을 펼치는 상황을 맞게 됐다.
투자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회사 대주주의 지분율이 20%대로 낮기 때문에 주주들로부터 공격받을 여지가 상당한 회사다보니 이런 일이 생긴다”며 “이사진, 감사위원에 외부 추천인사가 포함되면 경영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솔홀딩스 외에도 사외이사 선임은 올해 주주총회 시즌을 달굴 뜨거운 화제다.
상법 개정안의 통과로 인해 기존 사외이사는 한 회사에 6년이상 재직할 수 없고, 계열사를 포함해 9년 이상 몸담을 수 없다. 상장회사 대부분 사외이사 교체시기를 맞아 이사 후보 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행동주의펀드를 명분으로 앞세운 주주들의 공세도 거세다.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한진칼이 대표적이다. 한국타이어 계열사인 한국아트라스비엑스, 효성티앤씨 등도 주주제안을 받았다.
여기에 국민연금은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예고했다. 국내 기관투자가를 비롯해 소수 지분을 투자한 주주들이 기업에 큰 목소리를 내는 모습은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변화를 통해 주주권리 강화, 주주가치 제고라는 순기능을 기대할 수 있다.
회사의 경영진을 믿고 투자했는데 실적 부진으로 주가가 떨어져 피해를 본 주주들의 마음도 십분 이해가 간다. 다만 주주총회는 잘못된 기업의 과거를 반성하고, 미래를 논하는 자리가 돼야한다. 다만 주주권이 남용되는 사례가 반복되선 안된다. 자칫 주총장이 투자자들의 화풀이 또는 기업을 망신주기 위한 자리로 변모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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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3월 07일 15:45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