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을 정도로 대규모
농협 직원들은 '멘붕' 상태
빠르게 친정체제 구축 들어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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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희 농협중앙회 회장이 '전광석화'로 대규모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다. 어느정도 예상은 됐지만 빠른 시기에 대규모로 이뤄졌다. 농협 조직은 현재 ‘멘붕’ 상태에 빠졌다.
지난 1월말 경기 출신 최초로 농협 조직의 수장에 오른 이 회장은 취임 두달 만에 대규모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다. 이대훈 NH농협은행장은 재연임 임기 두 달만에 사퇴했다. 행장직은 장승현 수석부행장이 당분간 맡아서 하게 된다. 연말인사 때부터 새로운 회장이 뽑히기 전까지 일시적인 연임이란 말이 나돌았지만 생각보다 빠른 시기에 자리를 떠나게 됐다.
비단 이 행장만이 이번 물갈이 인사에 대상이 된 것은 아니다. 허식 농협중앙회 부회장, 소성모 상호금융대표이사, 박규희 조합감사위원장, 김원석 농업경제대표이사, 이상욱 농민신문사 사장, 김위상 농협대 총장 등 기존 조직 내 핵심 대표이사급 임원 모두 이번 물갈이 인사에 대상이 됐다.
부회장 및 상호금융대표이사 직무대행은 손규삼(대구경북능금농협) 이사, 조합감사위원장 직무대행은 임상종 조합감사위원이 맡게 됐다. 농협경제대표이사 직무대행은 김태환 축산경제대표가 맡는다. 농협중앙회에선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정식 절차를 거쳐서 빈 자리에 대한 인사를 단행한다는 계획이다.
인사 조치 대상자에는 임기가 보장된 임원들도 포함됐다. 조합감사위원장의 경우 업무의 특성상 임기가 보장되는 자리지만 새로운 조합감사위원장이 온지 채 1년도 안된 시점에서 사표가 수리됐다. 그만큼 이번 물갈이 인사가 전격적으로 이뤄진 측면이 있다.
한 농협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대규모 인사 조치가 이뤄졌다”라며 “대표급 인사 전원 물갈이라는 초유의 사태다”라고 말했다.
사퇴를 통보받은 해당 당사자들도 당황하는 분위기다. 새로운 회장이 오면 임원들은 통상 재신임 절차를 묻는게 관례지만 이런 전례 없는 인사태풍은 겪어보지 못했다. 사퇴 처리된 해당 대표급 임원들의 향후 진로에 대해서도 아직까지 이렇다할 언급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말 그대로 당장 자리에서 떠나라는 상황이다.
이는 이전과 비교해도 확연히 구분된다. 이 회장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통상 반년의 ‘허니문’ 기간을 가졌다. 회장이 취임하자마자 대폭 물갈이 인사를 단행할 경우 조직 안정성에 대한 문제가 생긴다는 이유에서였다.
전임 회장들도 이런 전례를 따랐다. 전임자인 김병원 전 중앙회장은 취임 7개월만에 인사를 단행했다. 그보다 앞선 최병원 중앙회장도 취임 6개월만에 농업경제대표 등 일부 대표급 인사에 대해서만 인사 조치를 단행했다. 취임 직후 보다는 인사 시즌에 맞춰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회장의 의중을 반영한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하지만 이 회장은 이런 전례를 무시하고, 빠르게 ‘친정체제’ 구축에 들어갔다. 이럴 수 있었던 큰 이유중 하나로 이 회장이 농협중앙회 감사위원장을 오랜 기간 맡아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이 꼽힌다. 거기에다 경기출신이다 보니 지역안배에 대한 부담감이 크지 않다. 이런 점 등이 앞으로 인사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이 회장이 당선에 영남지방 출신 조합장이 힘을 보탰다는 점에서 이 회장 체제에선 영남출신이 약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표급 인사들이 대규모 물갈이 되면서 농협 조직에 큰 변화도 불가피하게 됐다. 각 부문의 수장이 바뀜에 따라 연쇄적으로 부서장들 인사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다. 농협 직원들은 앞으로 있을 인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른 농협 관계자는 “대표급들이 전격적으로 사퇴함에 따라 농협 조직 내에 큰 인사태풍은 불가피하게 됐다”라며 “직원들의 최대 관심사도 앞으로 있을 인사로 쏠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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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3월 08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