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삼성SDI, '스타트업·원통형'서 외곽전…상용전기차 선점 포석
입력 2020.03.11 07:00|수정 2020.03.11 10:29
    LG화학 '루시드모터스', 삼성SDI '리비안'
    테슬라 들어간 '하이니켈계 원통형' 동일
    "원통형엔 삼성SDI 공식도 변화 불가피"
    원통형 수주 통한 상용차시장 선점 포석
    • LG화학과 삼성SDI가 신생 전기차 업체에 납품할 원통형 배터리 수주에 한창이다. 전통 완성차 업체를 위협하는 제2, 제3 테슬라의 양산 시점이 다가오며 배터리 업체의 경쟁 무대가 확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선 LG화학과 삼성SDI가 미래 상용전기차 시장 선점을 위해 외곽전에 돌입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과 공급계약을 목전에 두고 있다. 리비안은 아마존으로부터 전기밴 10만대 주문을 받았고, 포드와는 전기 SUV를 공동개발할 계획이다. 지난 2월말 LG화학도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루시드 모터스'와 원통형 전지 독점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힌 바 있다.

      LG화학과 삼성SDI가 각사에 공급할 예정인 배터리 규격은 하이니켈계 '원통형 21700'으로 테슬라에 탑재되는 것과 동일하다. 대부분 배터리 업체가 그간 전통 완성차 업체에 파우치형, 각형 배터리 중심으로 공급계약을 체결해온 것과 비교된다. 원통형 전지는 가장 오래 사용돼 온 배터리 유형이지만, 전기차에 탑재되는 경우는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배터리 업계에서는 최근 양사의 사례를 두고 배터리 업체의 경쟁 무대가 신생 전기차 업체 대상 원통형 시장으로  넓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원통형 전지 수요가 늘어나는 이유로는 ▲성공모델인 테슬라의 영향과 ▲스타트업 보유 기술에 원통형 전지가 많이 사용되는 점 등이 꼽힌다.

      최근 LG화학이 계약을 체결한 루시드 모터스의 기존 협력사는 삼성SDI로 알려졌다. 투자 유치에 난항을 겪던 루시드 모터스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로부터 10억달러를 조달한 뒤 새로 입찰하는 과정에서 LG화학이 계약을 따낸 것이다. LG화학은 이번 계약을 계기로 추후 루시드 모터스와 추가 공급계약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삼성SDI를 일정 부분 의식한 행보라는 설명이다. 삼성SDI는 전기차용 원통형 전지 시장에서 LG화학보다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 받아왔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LG화학 내부적으로 전기차용 원통형 전지 쪽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려는 준비를 수년간 해왔다"며 "첫 결실이 지난해 8월 파나소닉에 이어 테슬라 공급사로 이름을 올린 것이고 그 '레퍼런스'가 이번 루시드 모터스 수주에도 일정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LG화학이 원통형 시장 개척을 지속할 것으로 보이면서 업계 일각에선 '원통형=삼성SDI'라는 공식에도 변화를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는다.

      양사가 원통형 시장 수주에 힘을 쏟는 배경에는 포트폴리오 다변화 외 상용전기차 시장 선점을 위한 포석이란 분석도 있다.

      증권사 2차전지 담당 한 연구원은 "배터리 제조사 입장에선 원통형 수주 경험을 쌓을 수록 상용전기차 시장이 본격화했을 때 수주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며 "상용전기차 원가절감의 핵심인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에 원통형 전지가 들어가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삼성SDI와 계약을 앞둔 리비안도 자체 개발한 스케이트보드 플랫폼 기술력을 인정받아 포드와 아마존으로부터 투자를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은 배터리와 모터를 모듈 형태로 플랫폼에 얹고 상부 차체를 용도에 따라 변경하는 구조를 말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연초 투자 및 협업 소식을 알린 어라이벌이나 카누도 스케이트보드 플랫폼 기반 친환경차 제조업체다.

      그는 "루시드 모터스나 리비안처럼 전통 OEM을 위협하는 사례는 점차 늘어날 것"이라며 "LG화학과 삼성SDI 간의 외곽전은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