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황 이해 오래 걸리는데…은행 출신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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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생명 CEO 교체를 두고 내부에서 불만이 많다. 다른 금융지주들은 생명보험 M&A 등을 통해 확장에 나서고 있지만 하나생명은 여전히 소형사에 머물러 있다. 2년마다 은행 출신 CEO가 내려오다 보니 하나생명은 은행 임원들 자리 챙겨주는 계열사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만큼 내부직원의 사기가 떨어져 있다.
하나금융은 지난 27일 자회사 CEO 인사를 단행했다. 하나생명 신임 사장으로는 김인석 전 하나은행 부행장이 내정됐다. 김 후보는 외환은행 입행한 이후 통합 하나은행 기업사업부장, 세종충북영업본부장, 대전세종영업본부장, 기업사업본 전무, 중앙영업 2그룹 총괄 부행장을 지냈다. 은행에서 줄곧 영업을 담당한 영업통이다.
보험전문가로 보기는 어려운 이력이다. 하나생명 내에서도 또다시 은행 출신 임원이 사장으로 왔다는 평가다. 하나생명은 2년마다 은행 출신의 CEO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CEO만 다섯번 바뀌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CEO를 지낸 하상기 사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은행 출신 CEO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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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CEO 교체로 인한 보험 전문성 관련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한 2016년 이후부터는 줄곧 외환은행 출신의 부행장이 CEO로 취임하고 있다. 2016년 권오훈 사장이 취임했을 때에도 보험전문성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전임인 김인환 사장이 연임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외환은행 출신으로 CEO가 바꼈다.
당시 권 사장은 1981년 외환은행에 입행한 이후 외환업무부장, 외환 상품본부장, 해외사업그룹장 등을 역임하는 등 은행에만 줄곧 근무했다. 권 사장 다음으로 취임한 현 주재중 사장도 외화은행 오사카지점장, 도쿄지점장, 하나금융 최고재무관리자를 지냈다.
다른 금융지주들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다른 금융지주는 생보사 M&A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신한금융지주가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하며 생보업 확장에 나서며 보험사업 자산만 64조5800억원 수준으로 확대했다. 비단 M&A뿐만 아니라 보험업에 잔뼈가 굵은 CEO를 자리에 앉히며 보험전문성 강화에도 나서는 모습이다. KB금융도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에 나서며 생보업 확장에 시동을 걸었다. 이에 비하면 하나생명의 자산은 4조원 중반 수준에 불과한 소형사다.
금융지주들이 생보업으로의 확장에 나서면서 절실히 느끼고 있는 점은 은행과 보험업의 본질이 크게 다르다는 것이다. 당장의 영업환경부터가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은행과 달리 자산운용 방식에서도 차이가 크다는 점에서 보험업을 제대로 이해하는데만도 최소 2년은 걸린다는 평가다.
그런데 유독 하나생명의 CEO들은 은행 출신이 많다는 지적이다. 주로 은행에서 대표이사감을 선정해 데려오는 경우도 더러 있어 은행 출신과 보험사 출신을 구분 짓지 않는다는 후문이다.
'2년'이라는 다소 짧은 임기에 대해서도 사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동안 이익이 잘 나왔던 만큼 주재중 하나생명 사장의 연임을 기대했다고 알려진다. 2018년 취임한 후 당해 하나생명의 당기순이익은 41.6% 늘어나며 주 전 사장에 대한 사내 평판이 좋았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주가연계펀드(DLF) 사태가 터지며 실적이 꺾였고, 이를 해결해야 할 리더가 필요한 상황에 새로운 CEO가 자리한 것이다.
하나생명 임원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나온다. 2년마다 CEO가 바뀌다 보니 중장기 비전을 갖고 사업계획을 수립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처우에 있어서도 은행출신과 비은행 출신의 차이가 크고 성장 가능성도 안 보이다 보니 보신주의만 팽배하다는 설명이다.
한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 CEO는 “은행과 보험은 본질부터 차이가 크다”라며 “2년 동안 사업을 이해하기만도 부족한 시간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시장의 비판에 대해 하나생명 관계자는 "새로 취임할 김 사장이 은행 출신인사인 만큼 방카슈랑스에 주력해 온 하나생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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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3월 04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