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사업 여신금리가 5%?...정부 눈치에 위험 떠안는 수출입은행
입력 2020.03.11 07:00|수정 2020.03.12 10:40
    투기등급 국가에 후한 지원…특별계정으로 면책 꾀해
    경제 위기 때마다 정부의 소방수 역할 부담 커져
    국책은행으로서 당연한 면 있지만 세금 낭비 우려도
    • 수출입은행이 정부 정책 목표를 맞추기 위해 위험에 노출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투기 등급 국가의 사업에 저리로 장기 자금을 지원하는가 하면 국내 위기 때마다 충격파를 완충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국책은행으로서 어쩔 수 없는 면도 있지만 위험이 누적되면 결국 세금 낭비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수출입은행은 작년 12월 대우건설이 나이지리아 국영회사 NLNG(Nigeria LNG Limited)로부터 수주한 LNG 플랜트 사업에 3억7500만달러(약 4500억원)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수출입은행은 작년 초부터 이 사업을 검토했는데 고심이 많았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일으켜 강한 재무약정을 걸자니 수주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었고, 단순 대출로 하자니 기업의 신용을 믿기 어려웠다.

      수출입은행은 특별계정 자금을 활용하기로 했다. 작년 정부가 초고위험국(국가신용등급 B+ 이하) 인프라 투자를 지원하기 위해 1조원을 목표로 신설한 계정이다. 임직원이 특별계정으로 업무를 적극 취급한 경우 손실이 나더라도 고의 ·중과실이 없으면 책임을 면제해주겠다는 취지다. 실적이 전무했던 터라 지원 절차는 속도를 냈다. 정부의 골치거리인 대우건설 지원 명분도 있다.

      수출입은행의 여신 지원 조건이 너무 후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 있었다. 만기는 9년의 장기인데 금리는 5% 수준으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기업의 해외 수주를 적극 지원하고, 그 외에 부수하는 효과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금리가 낮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설정한 나이지리아 국가 신용등급은 투기 등급이고 전망도 부정적이다. 최근 나이지리아 10년물 국채 금리는 현지화 발행기준으로 10%가 넘는다. 비교대상인 달러화 국채는 9년물, 10년물도 6~7% 선에서 형성돼 있다. NLNG가 정부(49%) 외에 Shell(25.6%) 등 글로벌 회사들이 주주로 있는 우량 회사라지만 국가 신용도와 완전히 분리하긴 어렵다. 나이지리아는 부족 토호들의 입김이 세 사업 변수가 많고 외국 기업의 인명 피해도 종종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보다 나이지리아 기업이 입은 수혜가 크다는 시선도 있었다.

      방문규 수출입은행장도 작년 취임 후 이 사업의 금리 산정에 의문을 제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채 발행 비리로 구설에 오른 터라 해외에서 또 문제가 불거질까 걱정할 수밖에 없다. 사업 자체는 전임 은성수 금융위원장 때 시작했는데 문제가 발생하면 부담은 방 행장이 질 수 있다. 면책을 한다지만 어느 정도로 보장될 지도 미지수다. 작년 국회 예산정책처는 국책은행의 손실 보전 예산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였고, 특별계정 예산이 삭감되기도 했다.

      금융당국 외부 자문위원은 “특별계정의 취지는 긍정적이고 중국이나 일본도 비슷한 제도를 크게 운영해 실익을 거두고 있다”면서도 “회수를 전제로 하는 자금은 아니라지만 잘못 운용하면 결국 세금을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나이지리아 사업과 관련해 “상세한 투자 조건에 대해선 밝히기 어렵지만 모든 위험 요소는 철저하게 심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건설 외에 대우조선해양 지원 부담도 있다. 정부는 수출입은행을 비롯한 국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금융 지원을 해주길 바라지만 여기엔 감당하기 어려운 해외 프로젝트도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러시아 기업으로부터 LNG운송선을 수주하기 위해선 국책은행들이 나서야 하는데, 이 기업이 미국의 감시 대상에 올라 있는 경우다. 미국의 강력한 금융 제재를 감안하면 배 몇 척을 수주하기 위해 모험을 걸긴 어렵다.

      수출입은행은 이 외에도 위기마다 정부의 소방수 역할을 하는 사례가 많았다.

      정부는 지난달 초 우한 코로나로 피해가 예상되는 중소기업·소상공인에 총 2조원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수출입은행이 절반인 1조원을 공급하기로 했는데 이를 집행해야 하는 임직원들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취지는 적극 공감하지만 실적을 채우기 쉽지 않거니와 집행 후 부실에 대한 책임 부담도 크다는 것이다. 대출 금리를 낮춰주기 때문에 수익성도 기대하기 어렵다.

      다른 관계자는 “기업들이 양극화 해 재무가 탄탄한 기업은 돈이 필요 없다 하고 돈을 달라는 곳은 회수 전망이 불투명한 곳들이라 실적을 채우기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수출입은행은 작년말에도 자동차 부품과 조선 기자재 부문의 중소·중견기업 대출금에 대해서도 대출 한도 축소 및 금리 인상을 유예하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수출입은행은 앞으로도 정부의 앞에 서서 궂은 일을 도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입장에선 재정을 활용하는 것이나 예산을 늘려달라고 씨름하는 것보다 수출입은행의 자금을 활용하는 편이 간편하고 빠르기 때문이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수출입은행장 자리는 원래 배경이 탄탄한 사람들이 가는 곳인데 최근 연속으로 금융위원장을 배출하면서 입지가 더 높아졌다”며 “정부의 강한 비호를 받는 대신 정부의 일을 도맡아 처리해야 하는 부담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