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덴셜생명 매각, 골드만삭스가 마뜩잖은 인수후보들
입력 2020.03.12 07:00|수정 2020.03.13 10:46
    진행과정 매끄럽지 못하고 일정관리도 안돼
    미국 현지에 대한 주관사 조율 부족한 것 아니냐 우려
    회사측 정보도 제한적…한국 경영진 이해도 부족 지적도
    • 푸르덴셜생명 매각 과정에 대한 인수후보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진행 과정은 매끄럽지 못하고, 돌발변수는 발발하는데 이에 대한 조율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 아울러 수조원대의 자금이 투입되어야 하는 거래임에도 불구, 정작 회사에 대한 주요 정보는 받아보기 힘들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결국 비난의 화살은 미국 현지와 인수후보들 사이에서 조율 역할을 담당하는 매각주관사 골드만삭스로 향하고 있다.

      5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오는 19일로 다가온 푸르덴셜생명 본입찰을 앞두고 인수후보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단 본입찰이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실사가 미진해 예정대로 진행될지 불투명하다. 하지만 매각주관사인 골드만삭스는 일정에 대해 아직 어떤 통보도 하지 않고 있다.

      인수후보들이 특히 볼멘소리를 내는 부분은 딜의 진행과정이다.

      지난 1월 16일 실시된 예비입찰에서 KB금융을 비롯해 MBK파트너스와 한앤컴퍼니, IMM PE, 푸본이 참여했다. 이후 현재까지 예비입찰 후보들의 실사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예비입찰 참여 후보들에는 1월 25일에 데이터룸(VDR)이 공개됐다. 통상 VDR이 공개된 이후에 2주 정도에 경영진 프리젠테이션(PT)이 열리지만 푸르덴셜생명은 한달이 지나서야 경영진 PT가 열렸다.

      그렇게 뒤늦게 열린 경영진 PT도 매끄럽지 못했다. 코로나 사태가 심각단계에 접어들었음에도 일정을 강행하다 이런저런 말이 나오자 중도에 PT일정을 일부 조정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자연히 경영진 PT를 진행한 곳이나 미뤄진 양측 모두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PT를 진행한 곳은 다른 인수후보들의 사정을 봐줬다는 점이, 일정이 미뤄진 인수후보들은 정보를 더 늦게 받는 것 아니냐는 부분에 대해서 불만을 가지게 됐다.

      이 과정조차도 매끄럽게 흘러가지 못했다. 푸르덴셜생명 본사에 코로나 의심환자가 나와서 경영진 PT 일정의 조정이 있었는데, 인수후보들은 이를 통보받지 못했다. 결국 후보들은 그 이유를 파악하느라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자연히 인수후보들 사이에서는 이런저런 오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번 거래에 참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실사 과정이 통상의 절차보다 느리고 앞으로 일정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비단 프로세스 관리 문제만이 아니다. 실사에 참여하고 있는 자문사들 사이에선 주어진 정보가 제한적이고 이마저도 정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례로 회계법인과 컨설팅사들 사이에선 회사측이 제시한 내재가치(EV) 추정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계리법인이 내놓은 자료와 회사가 제시한 자료가 달라 한국 경영진에 새롭게 자료를 요구한 곳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계리법인과 회사가 산출한 EV 방식이 다르다 보니 일부 인수후보가 기업가치를 제대로 알기 어렵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결국 그제서야 부랴부랴 한국 푸르덴셜생명 경영진이 EV 산출 근거를 재검토해서 자료를 수정했다는 후문이다.

      또 무리하면서 진행된 경영진 PT에서도 제공된 정보가 극히 제한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통상 경영진 PT 과정에서 실사 과정에서 파악하지 못한 정보 등이 제공되는 데 이번 경영진 PT에선 별다른 정보가 없어 실망했다는 인수후보가 많다.

      반면 '가격경쟁' 유도는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리하게 인수후보를 늘려 경쟁을 유도시키려다 보니 형평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뤄지고 있다. 경쟁유도로 무조건 비싸게만 팔면 된다는 식의 이른바 '골드만옥션'에만 치중한다는 것.

      그간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은 주요 전문인력들이 몇년간 회사를 떠난 이래 이렇다할 '조단위 빅딜'의 매각주관을 맡은 것이 극히 오랜만이다. 이번에 푸르덴셜생명 매각 주관을 맡게 된 것도 대형 금융관련 M&A에 대해 부여된 골드만삭스라는 브랜드와 신뢰도 덕분이라는 평가도 있다. 자연히 한국에서 골드만삭스의 'M&A 명가' 자존심을 회복하려면 이번 거래를 통해 이렇다할 성과를 낼 필요성이 있다.

      이러다보니 딜을 무리하게 진행하면서 프로세스가 자연스럽지 못하고 위기상황에 대한 대처가 떨어진다는 비판으로도 이어지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경영진이 코로나 사태로 한국에 오기 힘든 상황에서 한국 경영진의 회사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딜 진행과정에서 계속 이런저런 잡음이 나온다"며 “회사가 제시해 준 자료만으론 EV를 추정하기 힘들고, 경영진 PT도 기대 이상의 정보를 얻기 힘들었다”라고 말했다.